싸이 ‘흠뻑쇼’, 올림픽주경기장 리모델링 전 마지막 공연?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2일 1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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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일정 연기되면 다른 가수 대관 가능성↑

시원한 수십미터의 물줄기가 하늘로 치솟는 것도 모자라 스탠딩석이 아닌 공연장 뒷편까지 닿고, 곳곳에 물기둥이 놓여 폭염을 식혀주는 연출.

지난달 30일 시작해 2일 오후까지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싸이 흠뻑쇼 썸머 스웨그 2023’은 이곳 공연장의 공간을 구석구석 잘 활용했다.

2011년 출발한 이 브랜드 공연은 그간 서울에선 올림픽주경기장 옆 보조경기장에서 주로 펼쳐졌다. 작년 더 넓은 올림픽주경기장으로 옮겼다. 덕분에 널찍한 평면 좌표를 그려 동선을 유연하게 짤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무엇보다 천장이 뚫려 있어 땡볕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는 순간들이 백미다. 팍팍한 일상을 살아간 관객들의 삶에 습기를 채워준 순간들이다. 해당 공연 시리즈 초반엔 젊은 관객층이 많았는데, ‘강남스타일’ ‘챔피언’ 같은 싸이 히트곡 뿐 아니라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기존 가수 히트곡들이 대거 쏟아진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드레스 코드인 파란색 옷을 맞춰 입고 온 가족 단위의 관객들도 부쩍 늘었다.

전국 투어로 진행되는 ‘흠뻑쇼’는 서울뿐 아니라 지역 대규모 스타디움에서도 열린다. 그런데 올림픽주경기장은 3만명 남짓 대규모 인원을 여유 있게 수용하고, 음향적으로도 좀 더 완성도를 갖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하철 2호선 등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성도 뛰어나다.
이처럼 대형 공연 장소로 가수, 콘서트업계에 주목 받아온 올림픽주경기장 내 공연을 한동안 볼 수 없게 된다. 2036년 하계올림픽 개최 유치를 위해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를 개축하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을 거치는 주경기장의 향후 형태는 뚜껑이 닫히는 돔구장 혹은 뚜껑이 닫혔다 열리는 개폐식 등 다양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포츠 경기장과 K팝 공연장을 전문적으로 겸할 수 있는 3만석 이상의 공연장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대중음악 콘서트업계엔 ‘꿈의 무대’로 통하는 상징적인 곳이라, 리모델링 전 누가 이곳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는지도 화두다.

국내 가수 중엔 그간 이곳에서 H.O.T, 신화, god, 조용필, 동방신기, 이승환, 이승철, JYJ, 이문세, 서태지, 엑소, 방탄소년단, 싸이, NCT 드림, 아이유, NCT 127이 공연했다. 해외 팝스타 중에서는 마이클 잭슨, 레이디 가가, 폴 매카트니, 콜드플레이, 브루노 마스 등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NCT 127 공연 때부터 곧 리모델링에 들어간다는 설에 강력히 힘이 실렸다. NCT 127 멤버 태용은 작년 10월 콘서트 전 열린 간담회에서 “주경기장 뚜껑이 덮이기 전에 저희가 마지막으로 공연하는 팀이 될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이렇게 (천장이 뻥 뚫려 있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시즈니 분들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해요. 겨울이 오기 전이라 계절도 잘 따라줬다”고 말했다.
실제 이곳 뚫린 공간을 활용한 명장면들이 이곳에서 자주 연출됐다. 대표적인 예가 작년 9월 17~18일 아이유가 이곳에서 연 단독 콘서트 ‘더 골든 아워(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 오프닝이다.

“우리는 오렌지 태양 아래 / 그림자 없이 함께 춤을 춰”라는 아이유의 ‘에잇’ 노랫말이 울려 퍼지고 마침 하늘도 군데군데 오렌지빛으로 물들었다. 노랫말과 자연경관 그리고 인공적인 빛이 맞물려 노래의 정서를 가득 살려냈다. 또 아이유가 콘서트에서 열기구를 띄울 수 있었던 것도 천장이 뚫려 있어 가능했다.

그런데 NCT 127이 이곳 리모델링 전 마지막 콘서트가 아니었다. 지난 5월13일 ‘가왕’ 조용필 데뷔 55주년 기념 콘서트가 열렸다. 그가 올림픽주경기장 무대에 선 건 여덟 번째였다. 여기에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지난달 17~18일 10만명 규모로 또 이곳에서 공연했다. 현재까지는 싸이가 올림픽주경기장 리모델링 전 마지막으로 공연하는 가수다. 다만 공사 일정이 연기되면 또 누군가 대관 신청을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고려할 것이 많고 다양한 이해 관계가 맞물린 사업인 만큼 쉽게 공사를 시작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콘서트업계에서는 날마다 높아지는 K팝의 위상에 맞게 미리 공연 계획을 확실히 세울 수 있는 대형 스타디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큰손인 카카오와 CJ ENM이 각각 서울 창동과 경기 고양에 2만석 규모의 K팝 아레나 공연장을 짓고 있지만,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이 있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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