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불법 유통 차단하고 색칠까지”…웹툰 플랫폼의 진화

  • 뉴시스
  • 입력 2022년 9월 16일 0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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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플랫폼이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과 결합하며 스토리테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작품 불법 유통을 막는 AI 추적 시스템을 활용해 2000억원 가치의 저작물 권리를 보호하고, AI 채색 시스템을 통해 창작자들의 생산성 향상을 돕고 있다.

16일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추적 시스템 ‘툰레이더’가 주요 작품의 불법 유통을 지연시켜 보호한 저작물의 권리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최소 2000억원에 이른다. 불법 유통을 사전에 원천 차단한 경우까지 합하면 그 규모가 약 3000억까지 늘어날 것으로 네이버웹툰은 보고 있다.

추정치에는 모니터링을 통해 진행한 사후 신고 및 차단 효과와 툰레이더가 불법 사이트의 활동을 완전 중단시킨 효과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툰레이더’는 웹툰 이미지에 보이지 않는 사용자 식별 정보를 삽입, 최초 불법 유출자를 식별하고 차단하는 기술이 적용된 시스템이다. 2017년 7월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국내외 불법 웹툰 복제물 추적에 활용되고 있다.

아울러 툰레이더는 최신 유료 회차가 불법 공유 사이트에 올라가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 미리보기 기능으로 제공되는 최신 유료 회차는 시간이 지나면 무료로 전환되기 때문에 불법으로 공유되는 시점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

◆클릭 한번으로 채색 완성…창작자 작업 시간 단축

AI 기술은 웹툰 작가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21년 10월 선보인 ‘AI페인터’는 한 번의 클릭으로 채색을 할 수 있는 기술로, 현재 고도화 작업을 지속 진행 중이다.

‘웹툰 AI 페인터’에 적용된 딥러닝 기술은 약 30만장의 데이터셋을 활용해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 배경 등 이미지 속 각 영역에 대한 특징 및 다양한 채색 스타일을 학습한다.

흑백으로 웹툰을 그리는 고일권 작가는 “기존 방식으로 작업하면 한 컷당 족히 한 시간은 걸렸는데 AI채색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5분이면 충분하다“며 “이 기술이 활성화되고 완벽하게 구현이 된다면 흑백 만화에 컬러가 더해져 영상미를 더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네이버웹툰은 배경 그리기, 펜선 등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들을 AI가 도와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앞서 네이버웹툰은 미국에서 열린 국제 AI 학회 ‘CVPR 2022’에서 이미지에서 배경을 분리할 수 있는 ‘자동배경분리’와 실제 사람 얼굴이나 배경을 웹툰처럼 바꿔주는 ‘웹툰미’(WebtoonME) 기술을 공개한 바 있다.

◆작가 생산성 향상에 초점…과로 문제 해결 기대

이처럼 네이버웹툰이 신기술 도입에 공을 들이는 것은 창작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K-웹툰이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지식재산권(IP)으로서 가치가 높아지면서, 국내 웹툰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그만큼 작품 경쟁이 과열되면서 과로를 호소하는 웹툰 작가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웹툰의 컷 수를 늘리고, 더 화려한 작화로 무장해야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1년 웹툰 사업체·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 중 85.4%는 창작 활동의 어려움으로 ‘작업시간 및 휴식시간 부족’을, 85.1%는 ‘과도한 작업으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건강 악화’를 꼽았다.

웹툰 플랫폼에 AI 기술을 도입하면 작가들의 채색, 배경 그리기 등 작가들이 일일히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했던 작업들이 자동화되면서 노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작가들에게는 작화, 스토리 등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내 웹툰 플랫폼들이 적극 개발하고 있는 웹툰, 웹소설 불법 유통 차단 기술 역시 작가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김정환 부경대학교 교수는 “웹툰은 출발부터 웹 환경에 최적화 된 콘텐츠다. 기술을 콘텐츠에 녹여 이용자들이 재미 요소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창작 지원 기술 등 기술적 고민들이 전체 웹툰 생태계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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