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사람들의 사는 재미 담긴 ‘순한 소설’ 쓰고 싶었죠”

전채은 기자 입력 2021-05-31 03:00수정 2021-05-31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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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장편소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 낸 구효서
펜션 ‘애비로드’ 중심으로 사는 아주 평범한 평창 마을사람들의
먹고 울고 위로하는 성장 이야기… “눈만 뜨면 부동산-주식 이야기
대도시 사람들의 삶을 보며 제대로 살고 있는지 생각하게 돼”
인천 강화군에서 태어난 구효서는 “자연 속에서 자라며 먹을 수 있는 풀과 없는 풀을 구별하는 법을 어린 시절부터 배웠다. 그때 배운 식재료 지식을 이번 소설에서 많이 활용했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제목이 ‘요’로 끝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하여튼 순해 보일 것 같아서.

10권 정도 쓰고 싶었다. 요요거리며 자꾸 나올 것 같아서.

계속 이어 쓸 수 있다면 ‘요요 소설’이라고 해야겠다.”(‘작가의 말’ 중)

소설가 구효서(63)가 한껏 친근해진 이야기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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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 ‘아닌 계절’ 이후 4년 만의 장편소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를 통해서다.


1987년 단편 ‘마디’로 등단한 후 큰 공백 없이 꾸준히 작품을 써 온 그에게 이번 신간은 조금 특별하다. 이 작품이 작가로서의 삶에 변곡점이 될 것 같다는 그를 28일 만났다.》

“오늘 아침 이순원 작가가 전화를 걸어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이번 소설 나긋나긋하더라. 그래 잘했어, 그렇게 써야지.’ 혼자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모릅니다.”

구효서는 그동안 주류 문학과 실험적 작품 사이를 오가며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를 썼다. 특히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거나 전통적인 서사 구조에서 벗어난 난해한 서술 방식으로 작품을 쓰는 경향이 짙었다. 그러나 신간은 강원도 평창의 한 마을 사람들이 펜션 ‘애비로드’를 중심으로 먹고 사랑하고 울고 위로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등장인물도 6세 아이부터 89세 노인까지 모두 평범한 이들이다. 부조리나 권력, 횡포 같은 말 대신 배롱나무, 도다리 쑥국, 고추밭 같은 단어들이 등장한다. 그는 출간 직전까지도 전작들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과거에는 소설가라면 인물과 인물의 감정을 분리하고, 감정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작업을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매우 중요한 작업이지만 이것에만 천착하다 보니 보편적 정서를 간과하고 있지 않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됐죠.”

그는 최근 몇 년간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하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이를테면 과거의 그는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려도 ‘왜 눈물이 나지? 이 슬픔은 정당한가?’라는 고민에 빠졌단다. 작가 의식에만 충실한 나머지 별것 아닌 이유로도, 클리셰가 클리셰인 줄 알면서도 눈물 흘리는 게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주 놓쳤다. 구 작가는 “겉이 없는 속이 있을 수 없듯 중심부와 주변부, 무거움과 가벼움을 편중되지 않게 다뤄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록의 안목으로 신춘문예를 비롯한 각종 문학상 심사위원으로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자연스레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따끈따끈한 신작 소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는 “중요한 건 소재가 아니라 깊이”라며 “요새 인기가 많은 소재만 가져다 쓰고 정작 이야기에는 허점이 있는 작품들이 많이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는 평창의 누나 집에 놀러 갔다가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됐다. 그곳에서 만났던 소중한 인연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각색돼 작품 속에서 재탄생했다. 그가 이름 붙인 ‘요요 소설’의 두 번째 작품은 경남 통영 혹은 전남 목포를 배경으로 할 예정이다. 다작하는 소설가답게 그는 한 해에 한 편씩 10년에 걸쳐 작품을 쓸 계획을 세우고 있다.

“눈만 뜨면 부동산, 주식, 물가 얘기를 나눠야 하는 대도시 사람들을 보며 ‘이게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해요. 특별시, 광역시가 아닌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면 사람들이 사는 재미에 대해 한 번이라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까요?”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구효서#장편소설#소도시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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