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코로나 흉측하지만 변화의 기회도 함께 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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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파리드 자카리아 지음·권기대 옮김/388쪽·1만8500원·민음사

2017년 6월 국제정책 자문가인 저자가 미국 CNN에 출연했다. 그는 “치명적인 질병이 세계적 보건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어떤 대비도 돼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3년이 지나지 않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엄습했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할까. 저자를 “가장 뛰어난 젊은 저술가”라고 극찬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추천을 믿고 책을 열어본다.

저자는 2001년 9·11테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류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코로나19는 양극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팬데믹이 유행할 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들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가 담보된 안전한 환경에서 일한다. 반면 가난한 이들은 바이러스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개인뿐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다. 관광업으로 돈을 벌어온 태국 필리핀 멕시코 등의 저개발국들은 코로나19로 경제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영국처럼 백신 접종률이 높은 선진국은 다시 관광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불평등은 기업 사이에서도 심각해질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견해다.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몸집을 더 불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 비대면 쇼핑을 위한 실시간 가격비교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여기에선 생산단가를 낮출 여력이 더 큰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유리하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대기업이 더 큰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저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국 중심주의가 더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백신을 전략물자로 지정해 자국민에게 우선 공급하는 방침을 천명한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중 양국은 코로나19 책임론을 놓고 더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인류는 파멸할 운명이 아니다”라며 희망을 말한다. 국가 간 협력을 강조하는 다자주의를 확대하고, 공공 서비스를 통해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 “이 흉측한 팬데믹은 변화와 개혁의 가능성을 마련해 줬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낭비하지 않는 건 우리 몫이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코로나#변화#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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