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민주화 열정, 스크린으로 부활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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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쇼박스 등 대형배급사 투자… 사회비판적 영화 새해 트렌드로

 새해엔 1980년대 민주화 시절을 다룬 영화가 잇달아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민주주의’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했고, 사회 비판적 영화가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 요즘 극장가 추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제작되는 영화 ‘1987’은 그해 1월 벌어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6월 민주항쟁을 스크린에 옮긴다. 박종철의 사망 이후 시점에서 출발하는 이 영화는 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은폐하려는 세력과 이를 파헤치려는 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하정우 김윤석 강동원 등 흥행 배우들이 출연을 확정지었다. 6월 항쟁 30주년을 맞은 올해 개봉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첫번째 사진)와 ‘꽃잎’. 동아일보DB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첫번째 사진)와 ‘꽃잎’. 동아일보DB
 그간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로는 ‘꽃잎’(1996년), ‘화려한 휴가’(2007년) 등이 있었지만 대한민국 현대사의 분수령이 된 ‘1987년’을 소재로 한 영화는 아직 없었다. 투자배급을 맡은 CJ엔터테인먼트는 “1987년은 역사적, 정치적으로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는데도 그간 영화로 다뤄진 적이 없다”며 “당시 수사기록을 토대로 한 시나리오도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1987년을 몸소 겪은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젊은층까지 두루 즐길 수 있는 영화라 상업적인 관점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게 CJ측의 판단이다.

 민주화를 소재로 올해 개봉을 앞둔 영화는 또 있다.

올여름 개봉 예정인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배우 송강호가 외신기자를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모는 택시운전사 만섭 역을 맡았다. 쇼박스 제공
올여름 개봉 예정인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배우 송강호가 외신기자를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모는 택시운전사 만섭 역을 맡았다. 쇼박스 제공
 송강호와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치만 주연의 ‘택시운전사’다. 앞서 5·18민주화운동을 다뤘던 두 영화와 달리 ‘독일인 기자’라는 외부인의 시각에서 새롭게 민주화운동을 다룬다. 5·18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독일 특파원 위르겐 힌츠페터를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운전했던 실제 택시운전사의 이야기가 바탕이 됐다. 이 영화는 쇼박스가 투자 및 배급에 나선다. 15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는 올여름 개봉을 목표로 현재 후반 작업 중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촛불집회에서 보듯 제대로 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시국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상업 투자배급사들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지난해 여러 사건을 겪으며 이제는 무조건 눈치만 보는 게 아님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움직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제작사 대표는 “최근 몇 년 사이 사회 비판적 영화는 한국 영화의 거대한 흥행 트렌드가 됐다”며 “예전엔 자칫 민감할 수 있는 현대사나 정치적인 소재를 꺼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요샌 분위기가 확실히 바뀐 것 같다”고 전했다.

 대형 투자배급사가 나선 영화 외에도 현재 제작비를 시민 모금 중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란 인권 영화도 올해 5월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 역시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로 당시 의문사한 대학생 가족이 겪는 국가의 폭력과 아픔을 다룬다. 한없이 어두운 영화가 아니라 ‘웃픈’(웃기면서 슬픈) 영화라는 게 연출을 맡은 박기복 감독의 설명이다. 박 감독은 “시민 모금으로만 6500만 원이 모였고 현재 35%가량 촬영이 진행된 상태”라며 “요즘 시국과 맞물려 제작 상황도 좋아졌고 민주화 소재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도도 훨씬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민주화 시절#장훈#택시운전사#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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