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마음껏 예술 즐길 수 있게 좋은 씨앗 뿌려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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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스며든 문화예술교육 <下> 주성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주성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은 문화예술 교육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한번 맛본 예술 경험을 더욱 심화하는 프로그램 단계로 나아가야 한
다고 역설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주성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은 문화예술 교육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한번 맛본 예술 경험을 더욱 심화하는 프로그램 단계로 나아가야 한 다고 역설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앞으로 몇 명이, 무슨 교육을, 몇 번 받았는지와 같이 숫자를 보고하기 위한 문화예술교육은 가급적 그만하자고 직원들과 얘기합니다. 꼭 지키자는 뜻으로 ‘내 유언’이라고도 말해요.”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산로 사무실에서 만난 주성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54)의 말이다.

 진흥원은 2005년 제정된 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 따라 설립돼 지금까지 2000만 명에 가까운 학생과 일반시민 등을 상대로 문화예술 교육 사업을 펼쳐왔다.

 주 원장은 이젠 ‘양보다 질’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문화예술 교육이 진흥원의 지원에 의존해 일회성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았죠. 물론 문화예술 체험 기회는 늘었지만 지속적 관심과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긴 어려웠습니다. 내년부터 문화예술 교육의 지속성을 늘리기 위해 지원 방식이나 프로그램 등을 대폭 바꿀 생각입니다.”

 그는 문화예술 교육을 연주나 그리는 법과 같은 기능 습득 위주로만 이해했던 것부터 탈피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나 ‘꼬마 작곡가’는 아이들이 예술의 기초 지식이나 기능 없이도 얼마든지 예술을 즐기고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한 프로그램입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스스로 예술을 더 배우고 싶다, 더 알고 싶다는 의욕을 갖게 하는 겁니다.”

 그는 또 문화소외지역의 전교생 400명 이하인 학교를 대상으로 최대 4년간 예술 교육을 지원하는 ‘예술꽃 씨앗학교’도 보람 있는 작업이라고 했다.

 “경남 거제도의 초등학교를 지원했는데 학생 40여 명이 플루트 클라리넷 색소폰 등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악기로 밴드를 만들어 공연을 했어요. 알고 보니 그 악기 외에 다른 악기를 가르칠 강사를 찾지 못해서였어요. 그런데 악기 다루는 수준은 놀라웠고 전자 베이스기타까지 넣는 창의성을 발휘해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어서 놀랐어요.”

 수준 높은 예술교육을 위해서는 예술강사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존에는 학교 도서관 군부대 사회복지시설에 특정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이에 맞춰 강사를 잠시 교육해 내보내는 식이었다. 진흥원은 올해 강사를 80시간 교육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했다.

 “강사의 일방적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의 생각을 알고 그에 맞는 교육을 하려면 깊이 있는 강사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아이들에게 예술에 대한 꿈을 갖게 하려면 예술강사들이 꿈을 가져야 해요.”

 최근 강사 처우 문제가 불거진 데에 대해 그는 “최근 10년째 시간당 4만 원에서 동결됐던 강사료가 3000원 올랐다”며 “강사 처우와 교육 문제는 계속 고민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예술교육은 그 속성상 단기에 성과를 보기는 쉽지 않다. 그는 “20∼30년 내다보고 해야 할 일”이라며 “시민 누구나 예술을 향유하고 배우도록 하기 위해 씨앗을 열심히 뿌릴 것”이라고 밝혔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주성혜#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문화예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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