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쉬안 감독 “고전은 내 작품을 낳게 한 상상력의 보물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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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개봉 애니메이션 ‘대어해당’ 연출한 량쉬안 감독

량쉬안 감독은 고전 마니아다. 유교 경전인 ‘예경(禮經)’ 등을 탐독하고 고전 만화를 즐긴다는 그는 “고전물 게임을 즐기다 부모님께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혼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량쉬안 감독은 고전 마니아다. 유교 경전인 ‘예경(禮經)’ 등을 탐독하고 고전 만화를 즐긴다는 그는 “고전물 게임을 즐기다 부모님께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혼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고전작품 속 주옥같은 한 구절 한 구절에는 선현(先賢)들의 지혜와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각박한 현실을 사는 우리들이 꿈꾸지 못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소재도 무한하죠(웃음).”

 올 7월 중국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대어해당(大魚海棠)’을 연출한 량쉬안(梁旋·34) 감독은 고전을 ‘보물창고’로 묘사했다. 한국국학진흥원 등 6개 기관이 ‘아시아의 이야기로 전하는 감동’을 주제로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동 개최한 ‘2016 인문정신과 전통창작소재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한 그를 18일 만났다.

7월 중국에서 개봉한 량쉬안 감독의 애니메이션 ‘대어해당’ 속 물고기 캐릭터는 장자의 ‘소요유’ 편에서 영감을 얻었다. 인터넷 화면 캡처
7월 중국에서 개봉한 량쉬안 감독의 애니메이션 ‘대어해당’ 속 물고기 캐릭터는 장자의 ‘소요유’ 편에서 영감을 얻었다. 인터넷 화면 캡처
 “작품 속 물고기들이 사는 세계는 죽음과 환생이 반복되는 세계예요. 바다에 살던 ‘큰 물고기(大魚)’가 죽으면 우리로 치면 하늘나라인 ‘해저 깊은 곳’에서 새끼물고기로 환생해 다시 바다로 돌아오죠. 눈앞의 물질적인 이익을 좇는 현대인들에게 삶은 크게 보면 무한히 돌고 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량 감독의 작품에 영향을 끼친 건 그가 어렸을 때부터 즐겨 봤다던 중국 고전이다.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편에 나온 ‘북쪽에 아주 큰 물고기가 있는데 이름은 곤(鯤)이라 한다’는 구절에서 영감을 얻은 뒤 불교 윤회(輪廻)사상과 그만의 상상력을 더했다. 12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물고기로 변신해 인간 세상에 온 소녀 ‘춘’과 인간 소년 ‘곤’의 목숨을 건 진한 우정 이야기를 만들었다.

 고전에 기반을 둔 이 작품의 파급력은 셌다. ‘대어해당’은 개봉 5주 만에 5억6300만 위안(약 951억 원)의 수익을 거두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제는 중국에서 스타 감독의 반열에 올랐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제작비를 벌기 위해 조악한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부터 장래 희망이 감독인 사람들을 겨냥한 과외활동까지 안 해본 게 없다.

 성공을 거뒀음에도 30대 중반으로 젊은 그는 진중한 분위기다. “지방 소수민족(좡족) 출신에 저도 대학 3학년 때까진 꿈도 없던 그저 그런 사람이었던 걸요(웃음).”

 고전을 이야기하는 그의 눈에선 빛이 났다. 그는 “요괴(妖怪) 이야기인 ‘몬스터 헌트’ 등 고전 기반 작품이 중국에서 흥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며 “장자, 노자 등 공자보다 덜 알려진 중국 선현의 사상을 담아 ‘대어해당’ 속편을 지속적으로 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전에 소홀한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그의 고전 사랑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고전은 ‘내 집’ ‘집 밥’ 같은 거죠. 고전으로 팍팍한 현실, 그리고 지나치게 상업화된 콘텐츠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습니다. 하하.”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랑쉬안#중국#애니메이션#대어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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