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길’ 태산, 1600개 돌계단에 다리가 후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17일 05시 45분


중국 산둥성 타이산(태산)여행의 백미인 십팔반. 1600여개의 계단으로 수직고도가 400m에 달한다. 사진제공|중국 산둥성 여유국
중국 산둥성 타이산(태산)여행의 백미인 십팔반. 1600여개의 계단으로 수직고도가 400m에 달한다. 사진제공|중국 산둥성 여유국
■ ‘고대인 루트’로 중국 산둥성을 가다

중국 속 작은 유럽 ‘칭다오’서 맥주 한잔
‘물의 도시’ 제남엔 분수같은 샘만 72곳
위해 ‘적산법화원’, 장보고의 역사 새록


공자 맹자 손자 강태공 나관중 왕희지 장보고…. 중국 산둥성은 ‘인물의 고장’이다. 지리적으로는 우리나라와 가깝다. 오죽했으면 산둥성의 닭 울음소리가 인천까지 들린다고 했을까. 땅 생김새도 낯설지 않다. 이웃 같다. 한반도의 고대인들은 황해의 뱃길을 통해 옛 중국과 많이 교류했다. 스님 학자 상인 등 수많은 사람들이 ‘차이나 드림’을 꿈꾸며 황해를 건넜다. 고대인의 숨결을 느끼며 산둥성 깊숙이 들어가 보자. 한반도 고대인들이 건넜던 뱃길을 이용해 인천-칭다오(청도)-타이안 태산(泰山)-지난(제남)-웨이하이(위해)-인천으로 이어지는 4박5일 코스다.


● 인천항 - 17시간의 뱃길…페리여행엔 특별함이 있다

여행은 인천항에서 시작한다. 인천-칭다오를 주3회 운항하는 위동페리에 오르니 거대한 운동장 같다. 한번에 660명을 태울 수 있는 약 3만톤급의 초대형 선박. 폭이 27m, 길이가 195m에 달한다. 세워 놓으면 여의도 63빌딩 높이라니 그 위용을 짐작할 만하다.

인천서 칭다오까지는 544km로 배로 17시간이 걸린다. ‘어후, 엄청 지루하겠는 걸’이라는 선입견은 출항 후 10분이면 말끔히 사라진다. 위동페리의 ‘펀페리’ 프로그램 덕분이다. ‘펀페리’의 핵심은 ‘항공보다 즐거운 페리여행’이다. 이를 위해 선박엔 노래방, 영화관, 면세점, 커피숍, 레스토랑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있다.

이뿐만 아니다. 불꽃쇼, 매직쇼, 승무원 공연, 칵테일 파티 등 다채롭고 즐거운 선내 여흥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한다. 특히 선상 칵테일 파티는 중-고 동창회나 기업연수 등 사교모임의 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배 위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은 황홀 그 자체다. 선박엔 드물게 대형 면세점(현대면세점)이 입점해 있다. 한-중 카페리 최초로 편의점(GS25)도 들어서 시중과 동일한 요금으로 생활용품을 팔고 있다. 17시간의 뱃길엔 지루할 틈이 없다.

‘세월호 사건’ 이후 배여행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안전엔 구멍이 없을까. 위동항운 김종철 부장은 “위동페리는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 우수한 자격과 실력을 갖춘 선장과 승무원은 물론 선박안전운항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며 “3만톤급의 페리는 한중페리 중 가장 큰 규모라 안전엔 이상 없다”고 소개했다.

● 칭다오 - 아무나 마실 수 없는 ‘세계 최고의 맥주 맛’

배에서 눈을 뜨니 칭다오다. 해무를 뚫고 저 멀리 고층아파트들이 마천루처럼 서 있다. 인천 송도나 부산 해운대 아파트 단지를 연상케 한다. 칭다오는 중국 속의 작은 유럽이자 맥주의 도시다. 1897년 독일군이 칭다오 일대를 조차해 독일화했다. 그래서일까. 도시 곳곳엔 빨간 지붕의 서양풍 건물들이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다. ‘참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독일이 남기고 간 유산 중의 하나가 ‘칭다오맥주’다. 맛이 좋기로 입소문 나 있다. 칭다오맥주박물관은 꼭 들러야 할 여행코스. 칭다오 맥주의 역사와 작업장 그리고 생산 모습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최고의 선물은 갓 제조한 신선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아무나’ 마실 수 없다. 박물관 내방객에만 제공된다. 직접 마셔보니 혀와 목을 톡 쏘는 맛이 끝내준다. 귀에선 효모의 살아있는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밖에 중국 5.4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5.4광장’, 칭다오의 상징인 440m의 ‘칭다오 잔교’, 110년 역사의 칭다오 전통음식시장인 ‘피차이위엔거리’ 등이 명소로 꼽히고 있다.

● 타이안 태산 - 1600여개의 돌계단 ‘십팔반’…중국 최고의 명산 ‘태산’

산둥성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태산(타이산). 칭다오서 태산이 있는 타이안(태안)까지는 차로 6시간 이상은 족히 간다. 그렇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로 시작하는 양사언 시의 그 ‘태산’이다. 1545m로 설악산 높이와 비슷하지만 높이의 몇 배에 달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중국인에겐 가장 신성한 산이란다. 역대 중국 황제들은 태산에 올라 하늘의 신에게 제를 올렸다. ‘기도발’이 좋기로 유명하다.

태산을 오르는 길은 다양하다. 산 중턱 중천문까지는 버스로 이동한다. 중천문부터 산마루 남천문까지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방법과 중천문∼홍문∼남천문 1600여개의 계단으로 오르는 십팔반(十八盤) 코스가 있다. 십팔반은 태산 등정의 최고 난이도 구간. 길이 800m. 수직고도 400m. 돌계단이 1600여개에 달한다. 태산 최고의 경관으로 꼽히는 곳이다. 황제가 천제를 지내기 위해 올랐다는 ‘황제의 길’이다. 72명의 황제가 이 길로 태산에 올랐다고 한다. 계단이 너무 가팔라 아래를 보면 발이 떨린다. 계단에 머리를 박고 이마를 18번이나 찧는다는 속설이 있다.

남천문서 태산 최고봉인 옥황정까지 이르는 산마루는 약 1km. 천상으로 통하는 길이다. 천가(하늘길)라 불린다. 때마침 비가 내려 천상의 세계에 온 듯했다. 소원을 잘 들어주는 태산 할머니가 산다는 벽하사엔 비를 뚫고 소원을 비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다. 아마도 자식을 위해 기도했을 게다. 부모님을 모시고 벽하사에 온 중국인 리 페이강(39) 씨는 “베이징에서 사업을 하는데 고향인 타이안에 올 때면 부모님을 모시고 벽하사에 들른다”며 “이곳 사람들은 매년 몇 번씩 태산에 오른다. 소원을 빌면 잘 이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설렁설렁 걷다보면 이내 정상인 옥황정에 닿는다. 옥황정은 황제들이 유일하게 머리를 숙인 곳. 경내에는 향내가 코를 찌른다. 소원을 비는 의식 때문이다. 분향객들이 장사진이다. 소원이 담긴 수백 개의 자물쇠도 이채롭다.

최근 트래킹을 좋아하는 한국 관광객들을 위해 ‘태산 한국길’을 조성했다. 봉선대전∼망태령∼천촉봉∼옥황정을 이르는 천촉봉 코스(3시간30분)와 직구저수지∼칼바위 능선∼옥황정(4시간30분)까지의 칼바위능선 코스가 있다. 한국 전문 등반가들의 자문을 얻어 만들어졌다고 하니 품질은 보증된 셈이다.

1. 태산 남천문서 이어지는 천가의 홍덕루. 깎아지른 절벽 위에 우뚝 서 있다. 2. 웨이하이 적산법화원의 거대한 해신상. 웨이하이 앞바다를 준엄하게 응시하고 있다. 3. 적산법화원에 자리잡은 장보고기념관. 4. 칭다오 전통음식시장인 ‘피차이위엔거리’. 사진제공|중국 산둥성 여유국
1. 태산 남천문서 이어지는 천가의 홍덕루. 깎아지른 절벽 위에 우뚝 서 있다. 2. 웨이하이 적산법화원의 거대한 해신상. 웨이하이 앞바다를 준엄하게 응시하고 있다. 3. 적산법화원에 자리잡은 장보고기념관. 4. 칭다오 전통음식시장인 ‘피차이위엔거리’. 사진제공|중국 산둥성 여유국

● 지난 - ‘천하제일천’ 표돌천을 아시나요?

산동성의 성도(省都)인 지난(제남)은 물의 도시다. 분수처럼 솟구치는 샘이 72개나 있다. 지난 시내에 있는 표돌천 공원에도 34개의 샘이 있다. 표돌천은 그중 으뜸이다. 지난을 찾는 관광객은 웬만하면 들르는 명소다. 청나라 6대 황제인 건륭제가 표돌천을 ‘천하제일천’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물이 맑고 아름답다. 표돌천 공원에선 샘마다 물이 ‘퐁·퐁·퐁’ 솟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로 물이 맑다.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산둥성 여유국 리칭 주임과장은 “지난은 물로 유명하다. 표돌천 이외에도 대명호수 등이 있고 천불산, 천성광장 등도 빼놓지 말고 봐야 할 곳”이라고 말했다.

● 웨이하이 l 장보고의 기운이 서린 적산법화원

웨이하이서 차로 1시간 남짓 가면 1200년 전의 신라인을 만날 수 있다. 적산법화원이다. 산꼭대기에서 웨이하이 앞바다를 굽어보고 있는 해신상 바로 아래에 있다. 이곳은 해상왕 장보고가 건립한 일종의 사찰 겸 신라마을이다. 중국 무녕군 소장으로 퇴역해 돈과 명예를 거머쥔 장보고는 완도에 청해진을 건설하고 동아시아의 해상무역을 총괄했다. 장보고가 적산법화원을 세운 것은 신라인의 안전을 위해서다. 당 무종 때 헐렸다 한중수교 후 장보고기념관으로 새로 지어진 공간이다. 법화원에 우뚝 서 바다를 바라보는 장보고 동상이 늠름하다.

산둥성 여유국 관광시장개발처 얀 지앙준 처장은 “산둥성은 볼거리가 많은 고장이다. 한국과도 가까워 쉽게 와서 관광할 수 있다. 많은 한국사람들이 산둥성에 와서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웨이하이(중국) l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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