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of Best]아웃렛, 수도권의 삶을 바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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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최고의 상품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 … ‘드라이브+여행+쇼핑+외식’
신세계사이먼이 운영하는 270여 브랜드 입점 교외형 아웃렛
그루밍족 잡기 등 트렌드 반영 ‘남성브랜드존’까지 조성
“고객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 제안 세계적 매장으로 키워간다”




《흔히 상품은 기업의 얼굴이라 불린다. 기업들은 회사를 대표하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때로는 큰 규모로 투자를 하기도 한다. 좋은 상품은 기업의 영업 이익을 올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의 이미지와 가치까지 높여준다. 이는 제품의 성공 하나로 업계의 순위,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품 개발은 동시에 기업의 흥망을 가르는 양날의 칼이 되기도 한다. 대규모의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한 상품이 품질과 기술을 인정받더라도 판매가 뒤따르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워크맨’으로 20세기 세계 전자업계를 호령했던 일본의 ‘소니’는 MP3플레이어로 대표되는 디지털 음원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순히 히트 상품을 내지 못한 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 혁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고객이 가치가 있다고 여기거나 실제로 구매하는 것은 제품(product)이 아닌 쓰임새(Utility)”라고 말했다. 경영학자들은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상품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결국 기업의 대표상품은 소비자들에게 쓰임새를 인정받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인 셈이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으로 다사다난했던 2015년 을미년(乙未年)이 저물고 있다. 경기 불황은 계속되고 있고 우리네 살림살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쓰임새를 인정받기 위해 각 분야에서 눈에 띄는 제품이나 콘텐츠 혹은 서비스를 내놓았다. 각 분야에서 올해를 빛낸 ‘최고 중의 최고(Best of best)’의 것들은 어떤 게 있는지 알아봤다.》
2배 가까이 확장한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

신세계사이먼이 운영하는 교외형 아웃렛인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경기 여주시 명품로)은 올해 2월 규모를 2배 가까이 늘렸다. 2007년 개장 당시 26만4500m²(약 8만 평)였던 부지 면적을 45만3100m²(약 13만7000평)로, 2만6500m²(약 8016평)였던 영업 면적을 5만3400m²(약 1만6153평)로 각각 확장해 한 단계 더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입점해 있는 패션 브랜드 수도 140여 개에서 270여 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확장 이후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은 일본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아웃렛 매장인 ‘고템바 프리미엄 아웃렛’(영업면적 4만4600m²·약 1만3491평)보다 영업면적이 넓어졌다.

세계적인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은 올해로 개장 8년째를 맞았다. 2007년 6월 개장했을 때만 해도 쇼핑 지역으로 다소 생소한 여주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비교적 높았다. 여주는 전통적으로 쌀이나 고구마 같은 농작물과 도자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쇼핑 공간은 ‘중앙통’이라 불리는 여주시청 앞 시내뿐이었다.

우려와 달리 반응은 남달랐다. 영업 첫해인 2008년 250만 명이던 아웃렛 방문객 수는 지난해 말 620만 명으로 2.5배가량 늘었다. 해외 럭셔리 패션 브랜드부터 커피 전문점이나 수제 햄버거 전문점 등 외식 공간까지 마련돼 있다.

신세계사이먼 측은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한적한 교외에서 드라이브와 여행, 쇼핑을 한 번에 하고자 하는 고객,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할인된 가격으로 쇼핑을 하고자 하는 알뜰족 등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에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아웃렛에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이 선정되기도 했다.

각각의 타깃에 맞춘 콘텐츠 개발

올해 확장에는 면적만 넓어진 것이 아니다. 입점 브랜드 수도 기존 140개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270여 개가 됐다. 브랜드 보유 수로 보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미국의 우드버리커먼에 입점한 브랜드 수(230여 개)보다 많아졌다. 지방시, 생로랑 등 해외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이고 현대적인 ‘컨템포러리’ 의류 브랜드,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 어린이 및 생활용품 브랜드까지 다양해졌다. 특히 발렌시아가나 몽클레르, 올세인츠 등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에 단독 입점한 브랜드도 50개에 달한다. 각각의 브랜드 매장뿐 아니라 다양한 상품 브랜드를 판매하는 ‘편집 매장’도 25곳 마련했다.

자신을 꾸미는 남성인 ‘그루밍족’을 겨냥해 본격적인 남심(男心) 잡기에도 나섰다. 남성 고객이 쇼핑업계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대두되며,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은 의류와 잡화는 물론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상품군을 한곳에서 쇼핑할 수 있는 ‘남성 브랜드존’을 조성했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할 때까지 쇼핑하는 여성 소비자와 달리 원하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있는 곳으로 곧장 직행하는 남성의 쇼핑 패턴을 고려해 브랜드 점포를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 서관 건물에 마련된 이곳에서 남성 고객은 장거리 이동 없이 한 곳에서 5, 6개의 브랜드를 모두 비교해보고 구입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마켓’, ‘맨즈컬렉션’과 같은 남성 전문 편집숍부터 ‘보기밀라노’, ‘커스텀멜로우’와 같은 클래식 남성 정장 브랜드와 캐주얼 브랜드를 동시에 찾아볼 수 있다.

이색적인 취미활동을 즐기는 ‘키덜트(Kidult·아이와 같은 감성을 지닌 어른)족’을 위한 매장도 있다. ‘볼케이노’ ‘레고’ ‘토이랜드’ 같은 매장들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서는 피규어나 조립식 장난감, 조종식 자동차, 드론 등의 상품들을 살펴보고 구입할 수 있다. 내년 1월에는 국내 프리미엄 아웃렛 최초로 카메라 브랜드인 ‘캐논’ 제품을 한데 모은 ‘캐논 매장’도 열 계획이다.

놀이 시설·상생 마켓도 열어

신세계사이먼은 매장을 확장하면서 아웃렛 쇼핑을 좀 더 ‘입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했다. 그중 하나가 ‘체험형 매장’이다. 이번에 새로 입점한 혼마골프, 캘러웨이골프, 테일러메이드 등의 골프 매장에 시타실을 마련해 직접 제품을 사용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신세계사이먼 관계자는 “최근 직접 체험해 보고 물건을 사려는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했다”며 “특히 가족 단위 고객을 중심으로 아내나 여자친구가 패션 매장에서 옷을 고르고 있는 동안 함께 온 남편이나 남성 고객이 자연스럽게 골프 매장에 오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24일에는 상생 매장인 ‘여주 퍼블릭 마켓’을 약 1818m²(약 550평) 규모로 열었다. 이전에 운영하던 지역 농특산물 매장에서 벗어나 체험 코너 및 식당 등으로 공간을 꾸몄다. 도자 매장에서는 여주시에 위치한 70여 개 도자 공방의 제품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체험장을 마련해 고객이 직접 도자기를 빚고 구워볼 수 있도록 했다. 돌솥밥이나 찌개 등 여주시에서 생산하는 농산물로 만든 음식 판매점 ‘장터 맛집’도 마련했다.

조병하 신세계사이먼 대표는 “규모를 키우는 것뿐 아니라 고객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쇼핑 공간을 만들어 연간 1000만 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하는 세계적인 아웃렛 매장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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