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복 박사 “강단 사회학엔 한국의 현실 빠져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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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응답하는 사회학’ 펴낸 정수복 박사

정수복 씨는 “사회학자는 현실과 학문의 만남을 주선하는 사회자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정수복 씨는 “사회학자는 현실과 학문의 만남을 주선하는 사회자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교수 평가제가 강화되면서 대학의 사회학자들이 외국 저널의 평가에만 신경을 쓴다. 이러다 보니 사회학에 한국의 현실이 빠져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신간 ‘응답하는 사회학’(문학과지성사)을 내고 최근 동아일보를 찾은 사회학자 정수복 씨(60)는 책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이 책을 쓴 데는 제도권 사회학에서 비켜나 있는 그의 이력이 작용했다. 그는 1990년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크리스찬아카데미 기획연구실장 등을 지냈다. 방송 시사프로 진행자 등으로 활약하던 정 씨는 2002년 프랑스로 돌아가 그랑제콜(엘리트 교육기관)인 파리정치학교에서 한국학 강사를 지내다 2011년 다시 귀국했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그는 사회학자로, 작가로 활발한 저술활동을 했다.

그는 책에서 통계에 기초한 사회학을 거부하고 인문학, 예술로서의 사회학을 주장한다. “미국 사회학을 수입한 우리 사회학은 1970년대 경제개발을 위한 사회공학의 역할을 했다. 1980, 90년대에는 비판사회학이 들어왔지만, 이 또한 한국 사회를 설명하지 못했다. 이제 사회와 소통하는 사회학이 필요하다.” 책 제목처럼 사회학이 한국 사회에 응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예술로서의 사회학은 학자의 체험, 느낌, 감정이 배제된 논문체를 벗어나 자신의 삶을 드러내고 독자에게 다가서는 인문학적 글쓰기를 지향한다. 이런 글쓰기는 소설, 산문, 비평 등 다양한 형태의 문학 장르를 차용한다.

책에 언급된 다른 사회학자의 저서에 대한 평가가 이례적이고 흥미롭다. 정 씨는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의 ‘세상물정의 사회학’은 사회학의 공공성을 살리는 데 글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책이라고 평가한다. 역사와 허구, 자서전과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의 ‘침묵으로 지은 집’은 ‘사회학적 소설’로 정의한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인민의 탄생’ ‘시민의 탄생’은 한국 근대를 전체적으로 조망한 묵직한 역사사회학 책으로 꼽았다.

정 씨는 “‘기적을 이룬 나라, 하지만 기쁨을 잃은 나라’가 된 우리 사회를 위해서 사회학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자살률 세계 1위, 급속한 고령화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사회에 어떤 고통이 있는지 실태조사를 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사회학자의 임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응답하는 사회학#정수복 박사#교수 평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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