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관광서 '이민 성공법'까지… 제주앓이는 계속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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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가 ‘제주 열풍’ 트렌드 변화

《 요즘 출판계의 ‘핫 트렌드’ 중 하나는 제주다. 올해에만 15권이 넘는 관련 책이 나왔다. ‘제주에서 혼돌내낭’(김윤양 지음·네시간), ‘제주에서 1년 살아보기’(박선정 지음·미니멈), ‘제주 낭만 여행’(김미경 지음·알에이치코리아), ‘진짜 제주’(노송이 안주희 지음·책밥) 같은 책들이다. 출판계의 ‘제주앓이’는 우리 사회의 제주 이주와 여행 열풍을 반영하고 있다. 2008년 제주 올레길이 본격 개발되고 저가 항공이 잇따라 취항하면서 제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


출판가의 제주 트렌드는 계속 바뀌고 있다. 2008∼2010년에는 주로 여행 안내서가 나와 인기를 끌었다. ‘제주 올레 여행’(서명숙 지음·북하우스),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최상희 지음·북노마드), ‘제주 올레 행복한 비움 여행’(최건수 지음·21세기북스) 등이 출간됐다. 20, 30대를 대상으로 한 이 책들은 해외여행을 선호하던 젊은층의 인식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부터 ‘아이들과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전은주 지음·북하우스), ‘엄마랑 아이랑 제주에서 한 달’(이연희 지음·미디어윌) 등의 ‘체류 안내서’가 인기를 끌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이전에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외국 여행서가 나왔지만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이를 제주로 대체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말했다.

제주 이주자는 2010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2010년 57만7100여 명이던 현지 인구는 해마다 평균 1만여 명씩 증가해 올해 말 64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제주도는 출판가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제주 이주에 실패하고 육지로 돌아오는 이들이 늘면서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직업을 안내하는 등 조언을 담은 책들이 눈에 띈다. 동아일보DB
2000년대 중반 이후 제주도는 출판가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제주 이주에 실패하고 육지로 돌아오는 이들이 늘면서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직업을 안내하는 등 조언을 담은 책들이 눈에 띈다. 동아일보DB
2012년 나온 ‘거침없이 제주 이민’(기락 지음·꿈의 지도)은 ‘이민’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해 제주 이주를 외국 이민처럼 느끼게 했다. ‘제주에 살어리랏다’(김경희 정화영 지음·청어람미디어), ‘제주도 살고 싶다’(이두나 지음·시공사) 등의 ‘이주 안내서’들이 이때부터 나왔다. 가수 이효리가 2013년 결혼과 함께 제주에 터를 잡으면서 젊은 층의 섬에 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2013년에는 현지 게스트하우스 창업 열풍이 불며 관련 책들이 주류를 이뤘다. ‘게스트하우스 제주’(강희은 지음·즐거운상상), ‘제주 게스트하우스 200’(신영철 지음·꿈의지도) 등의 책들이 나왔다. 즐거운상상 출판사 김자영 실장은 “‘게스트하우스 제주’는 초판이 금세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며 “영화와 출판, 미술 등 문화인들의 제주 이주가 늘며 대중의 제주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 이주에 실패한 뒤 돌아오는 이들이 늘면서 이주 이후 현지에서 돈을 버는 방법을 다룬 책들이 나오고 있다. ‘제주에서 뭐 하고 살지’(정다운 지음·남해의봄날)는 현지 소자본 창업 아이템을, ‘제주도로 간 도시남자들’(김선혜 지음·즐거운상상)은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직업을 소개한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제주 이주의 성공 여부는 가진 자원의 많고 적음에 따라 갈린다”며 “제주가 삶의 현장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짚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에 거주하는 청소년문학 작가 신여랑 씨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이주자들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원주민 사이의 간극을 좁히도록 돕는 콘텐츠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올레길 관광#이민 성공법#제주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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