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적인 판단만이 최선? 감정과 법의 이상적 관계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9일 1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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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수치심
마사 너스바움 지음·조계원 옮김
728쪽·3만3000원·민음사

미국 정치철학자 마사 너스바움 시카고대 법학·윤리학 석좌교수(68). 생소한 이름이지만 세계적 석학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지성’에 세 차례 선정됐다. 지난해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사상가 22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에 첫 번역된 이 책은 감정과 법의 관계를 분석했다. 보통 법과 정책은 감정을 배제한 ‘이성’으로만 접근됐다. 반면 저자는 법과 정책이 감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렵다. 기자의 ‘좁고 얕은 지식’으로 최대한 쉽게 설명해보자.

법철학은 때론 이성, 때로 감정이 우세를 보이며 발전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이성에 대해 절망감이 커지면서 감정을 중시하는 철학사조가 강세를 보였다. 이성을 강조할 때는 이원론을 주장한 플라톤, 감정이 우위에 설 때는 아리스토텔레스 계열의 이론이 ‘떴다’.

너스바움의 경우 아리스토텔레스가 언급한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명제 중 특히 동물에 방점을 뒀다. 인간은 욕구를 가진 취약한 존재라는 것. 나아가 인간의 감정은 단순히 변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과 신념이 반영된 결과로 본다. 감정이 법과 정책 등 공적인 판단서도 중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단, 너스바움은 혐오와 수치심 같은 감정은 배제한다. 눈앞에 강간범이 있다고 치자. 대중의 감정은 혐오로 들끓을 것이다. 너스바움은 이런 심리를 자신이 지닌 인간적 약함을 숨기기 위해 범죄자의 ‘비정상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혐오만 해서는 자신의 문제를 반성적으로 보지 못해 결국 인간의 존엄성도 부정된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자세한 내용은 책에…. ‘정치적 감정들’을 비롯한 너스바움의 저작 다수가 올해 국내에 소개될 전망이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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