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이 빚은 우주라는 이름의 예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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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생활-NASA 기록이미지들’전
일민미술관 5월 17일까지

①현재까지 마지막으로 달에 착륙한 인류로 기록된 아폴로 17호의 우주비행사가 1972년 12월 달 표면을 걷는 모습. ②우주선에 사용할 초음속 제트 엔진의 작동 실험 촬영용 TV카메라를 설치하는 장면. 1957년. ③김지원의 ‘무제’(2009년). 직물 위에 유채로 항공모함을 그렸다. 전시 기획자 이영준 씨는 “우주에 대한 불안감과 통하는 이미지”라고 했다. ④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의 ‘헨리크 입센 위성’(2007년). 일민미술관 제공
①현재까지 마지막으로 달에 착륙한 인류로 기록된 아폴로 17호의 우주비행사가 1972년 12월 달 표면을 걷는 모습. ②우주선에 사용할 초음속 제트 엔진의 작동 실험 촬영용 TV카메라를 설치하는 장면. 1957년. ③김지원의 ‘무제’(2009년). 직물 위에 유채로 항공모함을 그렸다. 전시 기획자 이영준 씨는 “우주에 대한 불안감과 통하는 이미지”라고 했다. ④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의 ‘헨리크 입센 위성’(2007년). 일민미술관 제공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보편화된 세상을 그린 영화 ‘백 투 더 퓨처 2’(1989년)가 설정한 ‘미래’는 2015년이었다. 자동차의 비행은 아직 요원하다. 미래사회 기술에 대한 상상력의 발현은 지금보다 그즈음 훨씬 활발했다. 우주에 대한 공상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유인우주선 달 탐험은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를 끝으로 중단됐고, 외계인과의 조우를 기대하며 쏘아올린 탐사선이 이따금 전송해오는 소식은 이제 별달리 큰 뉴스거리가 아니다. 어쩌면 ‘우주시대’는 과거를 지칭하는 용어다.

30여 년 전 서울에서 열린 우주박람회가 ‘신기한 미래’를 보여주려 했다면 5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우주생활-NASA 기록 이미지들’전은 ‘과거에 우리가 바라봤던 우주’를 회상한다. 3층부터 올라가 내려오면서 3개의 전시실을 차례로 살피길 권한다. 3층 전시실 안쪽 벽에 미국의 우주개발계획 소식을 전한 1930∼1980년대 동아일보 지면을 확대해 걸어놓았다.

1933년 1월 2일자 2면 ‘로켓이 완성되면 월세계까지 열 시간’ 기사는 “로켓 발사 100일 후에는 과학자의 동경지인 화성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1958년 9월 5일 기사는 “금후 15년 이내에 달세계 여행으로 출발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문장으로 맺었다. 11년 뒤 7월 21일 월요일자 1면에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의 대문짝만 한 사진과 함께 ‘인간 달에 섰다’는 소식이 실렸다.

텍스트 설명 없이 전시실에 걸린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사진 77점은 옛 뉴스의 이면을 보여주는 자료다. 달 표면의 풍경, 월면 보행을 연습하는 조종사들의 모습, 월면차의 계기반, 2003년 2월 1일 폭발한 컬럼비아호 승무원들의 생전 기념사진이 잊힌 옛 기억을 돌이키게 만든다.

작가 7팀의 작품 30점은 우주라는 모티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행성들처럼 제각기 다른 궤도의 해석을 드러낸다.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가 공동 작업한 ‘헨리크 입센 위성’은 실제의 인공위성과 똑같은 형태로 만든 나무 모형이다. 실체는 없고 표상만 존재하는 인류의 우주생활을 은근히 꼬집는 이미지라는 설명이다. 김홍석 씨는 마구 구겨놓은 종이를 정밀하게 측정해 복잡한 기계의 설계도처럼 그렸다. 우연히 발생한 현상의 데이터를 규합해 제어 가능한 대상인 듯 연구하는 인류의 모습을 대변한다. 박아람은 인터넷에서 수집한 2차원 형상을 부풀려 3차원(3D) 프린팅해 내놓았다. 사회를 포화시킨 표상의 도출물이 우주로부터 떨어진 운석처럼 보인다는 설명이다.

전시 기획을 맡은 이영준 계원예술대 융합예술과 교수는 “달 착륙이 가짜라는 주장은 우주의 초월성을 감당하기 어려워한 이들이 만들어낸 말”이라며 “우주생활은 숭배하고 신화화할 대상이 아니라 따지고 공부하는 과학적 생활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격주로 토요일 오후 4시에 기계비평가, 천문학자, 항공학자의 강연 ‘우주와 인간, 그 사이의 생활’을 진행한다. 3000∼4000원. 02-2020-2050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우주#예술#우주생활-NASA 기록이미지들#일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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