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신춘문예 2015]영화평론 ‘스타일로 극복한 게임의 진부함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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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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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원 씨
윤경원 씨
[당선소감]당선, 그 떨림이 두려움으로… 또 다른 성장 확신

이렇게 부족한 글에, 보잘것없는 내가 이렇게 큰 상을 받다니….

타이베이의 작은 내 원룸에서 한 주의 피로를 핑계 삼아 실컷 게으름을 피우고 있을 때,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서 접한 당선 소식은 실로 충격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때서야 비로소 나도 공감할 수 있었다. ‘한공주’의 천우희가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발표되는 순간부터 보인 그의 그 떨림을. 당선의 환희가 이제 조금씩 두려움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듯하다. 당장에는 이 두려움부터 극복해야겠지만, 이 두려움 또한 앞으로 내가 풀어 나가야 할 숙제와도 같은 것이고 그것을 통해 또 다른 성장이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기에, 의심 없이 꾸준히 그리고 겸손히 잘 감당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감사할 분들이 참 많은데 지면 관계상 일일이 다 언급하지 못하는 것이 참 아쉬울 따름이다. 우선 언제나 나의 제1 이론이 되어 주시는 하늘의 아버지께 감사드리며, 못난 아들임에도 아낌없이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윤도섭 옹과 천정숙 여사께 이 상을 바친다. 또한, 영화에 대한 관심을 더 크고 넓게 키워갈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준 계명IVF 전 미디어팀장 김지언 PD님, 서로의 글을 격려하며 함께 PBS 공부를 했던 김성해 작가와 장은정 작가, 필요할 때 언제나 전폭적으로 도와준 클래식 큐레이터 최영주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무엇보다 모든 이론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성장할 수 있도록 자극해 주신 연세대 국문과의 강현화 교수님과 영화 이론에 눈을 뜨게 해 주신 백문임 교수님 그리고 나의 글쓰기를 긍정적으로 응원해 주셨던 시나리오작가협회의 지상학 선생님 이하 모든 작가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끝으로, 영화평론에 자신감이 없어질 때쯤 일종의 자극제가 되어 주었던 김조광수 감독님 부부와 부족한 글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주신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 관객 및 독자와 함께 소통하는 좋은 글로 보답하겠다. 지면 관계상 언급하지 못한 ㄱ부터 ㅎ까지의 모든 그분들께도 전심을 다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1978년 경북 포항 출생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박사 수료 △대만국립정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심사평]게임에 비유한 작품 속 공포-스릴러 분석 탁월

정지욱 씨
정지욱 씨
보자기에 싸 소중히 가슴에 품어 가져와 책상 위에 펼쳐 놓은 응모작은 모두 서른세 편. 그중 인터넷에 리뷰 쓰듯 설익은 안타까운 글도 있었지만, 다수의 응모작이 각자의 날카로운 분석과 필력을 한껏 돋보이며 내 두꺼운 안경을 투과하고 있었다.

일부 응모작의 경우 장면 분석에 머물렀을 뿐 날카롭거나 조감적인 평론이 부족했던 점이 아쉽다. 또한 글을 씀에 있어 맞춤법을 비롯해 오탈자나 제목, 연도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점은 평론을 하고자 하는 자 입장에서 절대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그렇지만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함께 분석하는 좋은 시도들을 만날 수 있었고, 전작들과 함께 연출자에게 흐르는 일관성을 명확하게 꼬집어내는 통쾌함이 심사하는 동안 가슴을 설레게 했다. 또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에 대해 주례사 읊듯 칭찬만 늘어놓지 않고 날카롭게 지적한 글들은 요즘 세태를 볼 때 고무적이라 하겠다.

마지막까지 심사자의 손을 떠나지 않았던 장미화의 ‘홍상수 <자유의 언덕>에서의 조작된 기억, 본다는 것의 오류에 대한 소고’, 최현의 ‘변주되는 낭만적 사랑과 결혼의 신화’, 그리고 윤경원의 ‘스타일로 극복한 게임의 진부함 <숨바꼭질>’은 모두 훌륭한 평론이었다. 다만 몇 년 새 공모 규정이 바뀌어 이들의 단평을 읽고 심사할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중 윤경원의 ‘스타일로 극복한 게임의 진부함 <숨바꼭질>’은 작품이 지닌 공포와 스릴러적 요소를 게임에 비유해 정리하고, 등장인물들에 대해 배우로서 히스토리와 함께 영화적 해석을 가함으로써 작품을 단호하고 명쾌하게 분석해 낸 점이 탁월해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앞으로도 당선자는 물론이고 올 신춘문예 ‘영화평론’에 글을 내어준 모든 분들은 온몸이 부서져라 영화를 보고 글쓰기에 더욱더 치열한 삶을 살아주길 바란다. 그래야만 영화가 건강해지고. 영화평론이 더 활발히 살아나며, 한국의 영화 산업이 강건해질 테니까.

정지욱 영화평론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영화평론#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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