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좌절과 희망의 정글 ‘검은 대륙 정치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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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운명/마틴 메러디스 지음·이순희 옮김/1024쪽·5만4000원·휴머니스트

아프리카의 위대한 지도자 넬슨 만델라(왼쪽)가 1964년 로벤 섬에서 평생 친구인 월터 시술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만델라는 그해 반정부 무장폭동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휴머니스트 제공
아프리카의 위대한 지도자 넬슨 만델라(왼쪽)가 1964년 로벤 섬에서 평생 친구인 월터 시술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만델라는 그해 반정부 무장폭동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휴머니스트 제공
1960년 해럴드 맥밀런 영국 총리는 10여 개의 신생 독립국이 탄생한 아프리카를 두고 “대륙 전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40년 뒤인 2001년 같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아프리카의 위기는 세계의 양심에 새겨진 상처”라고 통탄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출신 사학자인 저자는 이렇게 뒤바뀐 아프리카의 뼈아픈 현대사를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2차 대전이 끝날 때 아프리카 대륙의 독립국은 이집트, 에티오피아, 라이베리아, 남아프리카연방(남아공의 전신) 이렇게 4개국뿐이었다. 그 독립국이 현재는 54개국으로 늘었다. 책은 2000년대 중반까지 60년 세월 동안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현대사를 4부에 걸쳐 엮어낸다. 1부는 ‘골드코스트’를 포함해 영국이 장악한 518만 km²와 프랑스가 장악한 971만 km²의 ‘아프리크 누아르’ 독립 과정을 담았다. 2부는 신생 독립국들이 냉전 체제 아래서 독재와 부패의 수렁에 빠져가는 과정을 그렸다. 3부는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1980년대 반독재 투쟁을 담아냈다. 독립 과정에서 잠복해 있던 종족 갈등의 저주와 에이즈라는 천형이 소름끼치는 실체를 드러낸 순간이기도 하다. 4부는 이슬람 원리주의의 확산, 인종학살의 악순환, 약탈적 무장정권의 아귀다툼 속에서 1994년 넬슨 만델라 남아공 흑인정부의 등장이 가져온 무지개 효과를 풀어낸다.

‘굿 거버넌스’를 꿈꾼 일단의 국가들이 2001년 출범시킨 ‘아프리카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네파드)’은 토고, 짐바브웨, 카메룬, 리비아 같은 장기 독재국과의 관계 정립에 실패하면서 다시 절망의 나락으로 추락했다. 저자는 “수십 년에 걸친 실정과 부패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는 빈껍데기가 되었다”고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희망은 살아있다. 저자가 언급한 독재자들은 현재 대부분 권좌에서 축출됐다. 2010년 기대수명이 27세가 될 거라던 보츠와나는 에이즈를 이겨내고 평균수명 56세로 돌아섰으며 올해 세계에서 가장 투자가치가 높은 나라로 선정됐다. ‘아프리카에서는 늘 새로운 것이 나온다’는 로마 역사가 플리니우스의 말은 이제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쓰일 차례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아프리카의 운명#현대사#넬슨 만델라#에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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