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대통 수복강녕… 설맞이, 세화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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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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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고판화박물관 한중일 세화전

1923년 천도교에서 가채판화로 만든 세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뜻으로 그린 학과 소나무의 밑그림은 판화로 찍고 나서 별도로 채색한 가채판화다. 고판화박물관 제공
1923년 천도교에서 가채판화로 만든 세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뜻으로 그린 학과 소나무의 밑그림은 판화로 찍고 나서 별도로 채색한 가채판화다. 고판화박물관 제공
요즘은 거의 잊혀졌지만 선조들은 ‘세화(歲畵) 나누기’를 중요한 설맞이 행사로 치렀다. 세화란 설날 당일 새해를 송축하고 재앙을 막는다는 뜻에서 왕과 신하들이 주고받았던 그림을 일컫는다. 주로 판화로 찍어서 돌렸지만 드물게는 회화도 있다.

조선시대에는 도화서에서 수성(壽星·동양 별자리 28수 중 남극노인성)에 사는 선녀와 직일신장(直日神將·그날의 액운을 물리치는 수호신)을 그린 세화를 임금에게 바치곤 했다. 도교에서 수성은 목숨을 관장하는 별이라 장수를 기원하며, 직일신장은 운세가 길하길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후에는 민간으로도 이 풍습이 퍼져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담은 세화가 인기를 끌었다.

강원 원주시 치악산에 있는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설을 앞둔 6일부터 이러한 세화를 소개하는 특별전 ‘아시아 세화 판화의 세계’를 선보인다.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의 18∼20세기 세화와 인쇄목판 100여 점을 전시한다.

한국 전시품 가운데는 조선 중후기로 추정되는 작품 ‘부귀다남(富貴多男) 수복강녕(壽福康寧)’이 눈에 띈다. 모자이크처럼 24개의 작은 그림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꽃과 동물 그림 사이에 장수와 행운을 비는 8자를 절묘하게 배치했다. 한선학 관장은 “비싼 돌배나무나 산벚나무를 주로 쓰는 상류층 목판화와 달리 이 작품은 소나무 목판으로 만든 것”이라며 “가난하고 소박하지만 해학이 살아있는 민초들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1923년 비단에 찍은 천도교 판화는 한국에선 보기 드문 ‘가채판화’란 점에서 가치가 크다. 가채판화란 목판으로 밑그림 선을 찍고 붓으로 색을 칠하는 방식을 이른다. 정교한 맛은 떨어지지만 목판화 전통기법이 변화하던 과도기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중국 청(淸)대의 유명화가인 고동헌(高桐軒)과 왕소전(王紹田)의 세화도 만날 수 있다. 중국은 세화를 ‘연화(年畵)’라 부르는데 지금도 새해가 되면 선물용으로 많이 주고받는다. 일본 작품 가운데는 도쿠가와 막부시대에 만든 화투 원판을 담은 목판이 흥미롭다. 6월 30일까지. 2000∼3000원. 033-761-7885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고판화박물관#세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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