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착한 신발 ‘탐스’의 원포원 철학이 내 영감의 원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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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무늬 도트무늬 등 다양한 디자인의 탐스 슈즈 옆에 앉은 션 스콧 씨는 “진정성이 탐스 브랜드의 기초”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체크무늬 도트무늬 등 다양한 디자인의 탐스 슈즈 옆에 앉은 션 스콧 씨는 “진정성이 탐스 브랜드의 기초”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탐스 디자인-개발 총괄 션 스콧 씨


“‘고맙지만 사양하겠다. 신생 회사에 갈 마음이 없다’라는 말을 하려고 나갔어요. 한 시간 만에 인생을 바꾼 말, ‘예스’가 나오더군요.”

이른바 ‘착한 신발’로 유명한 탐스의 제품·디자인 총괄 션 스콧 씨(50)는 2006년 탐스의 창업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씨를 처음 만나던 날을 회상하며 말했다. 한국 시장 점검 차 방한한 스콧 씨는 빠듯한 방한 일정과 시차 때문에 연신 커피를 마시면서도 7년 전 신발 벤처 탐스에 영입될 때를 떠올리자 미소를 띠었다.

그는 “귀찮아하며 나간 자리였지만 블레이크 씨를 만나자마자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생각에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탐스는 2006년 신발을 한 켤레 사면 제3세계 어린이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는 획기적인 ‘원 포 원(One for One)’ 정책으로 창립 5년 만에 100만 켤레를 판매하는 등 단숨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신발 회사다. 창업 당시 서른 살이던 마이코스키 씨는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다가 신발이 없어 온갖 질병에 걸리는 맨발의 어린이들을 보면서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어린이를 지속적으로 후원하면서 이익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해보려 한 것이다.

1989년 나이키를 시작으로 아식스, 반스 등 글로벌 브랜드 슈즈의 디자인과 제품 개발을 해 온 디자인 개발 전문가 스콧 씨는 아이디어만 번뜩이던 마이코스키 씨의 진정성에 2006년 초기 멤버로 탐스의 첫 사무실인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허름한 아파트로 들어갔다.

지금 행복하신가요?

스콧 씨는 “신발이 좋아 시작한 일이라도 20여 년을 일하다 보면 설렘이나 흥분이 줄어들기 마련”이라며 “탐스가 성공할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아내는 남편의 뜻에 놀라는 눈치였다.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40대 가장인 남편이 서른 살 창업자가 막 만든 신발 회사에 들어간다는 게 불안했기 때문이다. 스콧 씨는 아내의 동의를 얻기 위해 함께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떠났다.

세계적인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외곽으로 나가자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신발이 없어 학교에 못 가는 아이들에게 신발은 자유였고, 최소한의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예방주사 같은 존재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부부는 아무 말이 없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아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도록 도울게.”

스콧 씨는 “처음에는 ‘신발 한 켤레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생각이 그냥 귀여운(cute) 철학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남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만 막연히 생각해 온 것”이라며 “하지만 아내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 신발 한 켤레가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2008년에는 자녀들을 포함해 온 가족이 탐스의 ‘기빙 트립’에 참여했다. 신발을 잔뜩 넣은 커다란 가방을 싣고 남미의 정글로 들어간 여행에서 가족 모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

그는 “탐스에 온 뒤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을 해 행복을 느꼈다”라며 “누구나 자기 일에서 행복을 느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진정성이 브랜드의 기초

탐스는 원 포 원 정책만큼 다채로운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흔히 착한 신발이면 디자인은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글리터링 스타일, 밀리터리 스타일 등 기본 디자인에 새로운 패턴과 소재를 이용해 차별화하고 있다.

그는 탐스 스타일을 ‘패션 유틸리테리안(실용주의)’이라고 정의한다. 마(麻)처럼 실용적이면서도 지구에 해가 덜 되는 소재를 적극 활용해 편안하면서도 실용적이고, 디자인은 패션성이 강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스콧 씨는 “우리는 어느 패션회사보다도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있지만 그것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라며 “스텔레토 힐이 아무리 유행해도 탐스 스타일에 안 맞으면 만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탐스 미국 본사는 한국 시장에 특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해외 수출 첫 파트너였다. 수입사 코넥스솔루션의 강원식 대표와 임동준 이사가 막 창업한 탐스에 2007년 e메일을 보내면서 인연을 맺었다. 스콧 씨는 “한국 파트너도 우리만큼 신생이었지만 탐스를 보고 끌렸다면 좋은 사람들일 거라고 믿었다”라며 웃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탐스#신발#착한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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