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 vs 닥터 진’ 한일 대표만화 안방극장서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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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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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 한방 날릴까

《 일제강점기 민중의 영웅인 각시탈 이강토(주원)가 일본 제국주의자와 친일파를 응징한다(‘각시탈’). 현대의 외과의사 진혁(송승헌)이 조선의 몰락이 본격화된 19세기 말로 되돌아가 흥선대원군 이하응(이범수)을 만나 그의 개혁을 돕는다(‘닥터 진’). 현재 방영 중인 KBS 수목 드라마 ‘각시탈’과 MBC 주말 드라마 ‘닥터 진’은 각각 일제강점기와 조선 말을 그린 시대극이다. 흥미로운 건 두 드라마의 원작이 각각 한국과 일본 유명 만화가의 대표작이라는 점. ‘각시탈’은 허영만 화백(65)의 동명 만화를, ‘닥터 진’은 일본의 역사만화가 무라카미 모토카 화백(61)의 ‘타임슬립 닥터 JIN’을 각색했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원작 만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
복면 영웅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 ‘각시탈’. 탤런트 주원이 주연을 맡았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KBS TV 화면 캡처
복면 영웅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 ‘각시탈’. 탤런트 주원이 주연을 맡았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KBS TV 화면 캡처
1974년 발표된 ‘각시탈’은 우리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꼽히는 허 화백의 네 번째 만화이자 데뷔 3개월 차 신예 만화가였던 그를 인기 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 박석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콘텐츠비즈니스팀장(만화평론가)은 “‘각시탈’은 허 화백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항일을 주제로 하고, 주인공이 택견과 검도에 능숙하며, 변장한 영웅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 등에서 이후 허 화백의 역사 만화, 스포츠 만화, 액션 만화, 추리 만화, 변신 영웅 만화 등의 원형이 된다는 설명이다.

‘각시탈’은 지난해 9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복간했고 초판 3500부와 재판 1000부가 모두 매진돼 추가 3000부를 찍어 판매하고 있다. 복간 당시 허 화백은 “‘각시탈’은 일제강점기에 대항하는 우리 민족의 이야기지만 한편으로 1970년대 당시 엉터리 사회 구조에 ‘엿 먹어라’고 한방 날리는 만화였다”고 밝혔다. 드라마는 원작 만화의 줄거리에 충실하되 여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 원작과 달리 이강토와 목단(진세연), 채홍주(한채아)의 사랑 이야기를 추가했다.

한편 ‘타임슬립 닥터 JIN’은 무라카미 화백이 최근 10년간 연재해온 역사물. 20권 분량의 대작으로 일본에서 올 2월 마지막 권이 발행됐다. 일본에서 800만 부 이상 판매됐고, 그는 지난해 이 만화로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만화대상을 수상했다. 일본에서도 2009년과 2011년 드라마로 제작돼 각각 그해와 분기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선 서울문화사가 19권까지 출간했고, 마지막 20권은 이달 말 펴낼 예정이다. 원작 만화는 외과 의사 미나카타 진이 도쿠가와 막부 시대 말로 거슬러 올라가 일본 개화기 영웅 사카모토 료마 등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을 만나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내용이다.

드라마 ‘닥터 진’의 주인공 진혁과 영래 역을 맡은 송승헌과 박민영. MBC 제공·ⓒ2000 by Motoka Murakami/SUEISHA Inc
드라마 ‘닥터 진’의 주인공 진혁과 영래 역을 맡은 송승헌과 박민영. MBC 제공·ⓒ2000 by Motoka Murakami/SUEISHA Inc
일본 문화 포털 ‘분카무라(文化村)’(www.tojapan.co.kr)를 운영하는 일본 문학 번역가 민경욱 씨는 “일본인은 근대화를 이루는 데 주요 역할을 한 역사적 인물을 영웅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주인공이 그들을 만나 도움을 주고받는 내용이 일본인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다.

TV 드라마로 옮겨진 ‘한일전’ 전반전에선 한국 대표 ‘각시탈’이 시청률 15%(14일)를, 일본 대표 ‘닥터 진’이 14.5%(16일)를 기록했다.(AGB닐슨 기준)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각시탈#닥터진#만화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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