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세계문학상… 첫째도, 둘째도 ‘문학성’ 집중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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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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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문호개방…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장 이태동 교수

올해 2회를 맞은 ‘박경리문학상’이 해외 문인에게 문호를 개방한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는 “국내에 들어오는 해외 작품 가운데 대중성이 높은 것이 많
은데 문학성이 뛰어난 예술적 작품을 새로 발굴해 현대의 고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올해 2회를 맞은 ‘박경리문학상’이 해외 문인에게 문호를 개방한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는 “국내에 들어오는 해외 작품 가운데 대중성이 높은 것이 많 은데 문학성이 뛰어난 예술적 작품을 새로 발굴해 현대의 고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의 문학정신과 업적을 기려 지난해 제정된 ‘박경리문학상’이 국내 최초의 세계 문학상으로 거듭난다. 지난해 첫 회 수상자로 ‘광장’의 최인훈 씨를 선정한 박경리문학상은 2회를 맞아 해외 문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에 뒤늦게나마 한국과 세계 문단이 교류하는 ‘세계문학상 1호’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5월 세계 문학상으로 발돋움한 박경리문학상의 2회 수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심사위원회가 꾸려졌으며 현재 위원 6명이 후보작을 검토하고 있다. 수상자는 10월에 발표한다. 상금은 국내 문학상 가운데 최고액인 1억5000만 원. 박경리문학상은 토지문화재단 박경리문학상위원회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강원도와 원주시, 협성문화재단이 후원한다. 심사위원장인 이태동 서강대 영문학과 명예교수(73)를 11일 만났다.

―해외 문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이유는 무엇인가.

“박경리 선생은 생전 외국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러시아문학에 심취해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는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 희곡도 좋아하셨다. 세계 문학과의 교류를 통해 한국문학의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것은 선생의 바람이었기도 하다.”

―‘문학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해외 작가가 수상한다면 그 의미는….

“해외 작가에게 상을 주는 것은 우리 작가가 해외에서 상을 받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박경리문학상을 받은 해외 작가의 나라에서는 자연스레 한국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 우리 문학이 그 나라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심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지난해부터 국내외 평론가들에게서 추천을 받았다. 해외 대형 출판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명 평론가들과 국제 펜클럽에도 요청해 후보를 추천받았다.”

―해외의 반응은 어땠나.

“관심이 높았다. 한국의 대표작가인 박경리 선생의 이름을 딴 유일한 상인 데다 상금도 무시 못할 금액이다.”

―공정한 심사가 우선일 텐데….

“국내 문학상은 심사 과정에서 작품 외에 기타 여러 사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 문인을 평가할 때는 다르다. 수준 높은 문학성 예술성에 집중해 심사하고 있다.”

―작품이 아닌 작가에게 주는 상인데 다른 평가요소도 있는가.

“작품성이 우선이지만 평생 숭고한 작가정신을 꼿꼿이 지켜왔느냐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원로 영문학자인 이 위원장은 1976년 평론가로 등단한 후 현대시와 소설에 숨은 시대적 함의를 꿰뚫는 비평을 남겼다. 김환태평론문학상 조연현문학상 옥조근정훈장 등을 받았다.

박경리 선생과는 1973년 삼성출판사에서 ‘토지’ 1부가 처음 나왔을 때 관련 평론을 쓰며 인연을 맺었다. 그는 선생을 “일상 대화에서는 편하고 너그럽지만 문학 얘기로 들어가면 굉장히 엄격하고, 자존심이 강하고, 무서웠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 때문에 고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감히 허투루 운영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한국의 노벨 문학상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첫째도 둘째도 작품 자체의 문학성에 집중할 것이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품 가운데 고전이 되지 않은 작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박경리문학상을 받은 작품이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학#첫 세게 문학상#박경리 문학상#이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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