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뚝딱! 초간단 요리]비엔나소시지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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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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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도시락 반찬의 왕자, 문어 모양으로 환생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직장인 M 씨(41)가 처음 소시지와 마주한 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직전인 1977년 봄, 이웃집 친구네 가족을 따라간 한 초등학교 운동회에서였다. 친구의 형이 초등학교 4학년쯤이었을까 싶다. 친구 엄마가 점심시간 즈음 돗자리를 펴고 찬합(饌盒)에 담은 밥과 반찬을 내놨다. 그런데 친구 젓가락이 연신 한 음식에만 오갔다. 불그레한 동그랑땡 같은 거였다. 친구는 그에게 눈짓을 하며 “어서 먹어”라고 재촉했다. 처음 입에 넣고 씹었을 때의 맛을 이제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몇 분 뒤에 나타난 친구의 형이 “소시지 다 먹었어?” 하며 울상이 되고, 친구 엄마가 그와 친구에게 지청구를 해댄 건 분명히 기억한다.

분홍빛 소시지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도시락 반찬의 왕자였다. 그러나 그 자리는 얼마 못가 방계(傍系)의 다른 소시지가 차지한다. 소시지의 본산지에서는 적통(嫡統)임을 자랑하듯 이름도 ‘줄줄이 비엔나소시지’였다. 어른 손가락 두 마디가량의 크기로 럭비공을 줄여놓은 듯한 요놈. 초창기에는 지금보다 붉은빛이 좀 더 감돌았다. 기름에 노릇하게 볶은 비엔나소시지를 싸온 급우는 반찬통을 온몸으로 감싸기 바빴고, 다른 급우들은 포크를 입에 물고 언제 방어벽에 빈틈이 생길지를 노리고만 있었다.

마지막 도시락을 먹어본 지가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한 M 씨가 비엔나소시지를 다시 생각한 건 최근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미우·2010년)을 읽으면서다. 자정부터 아침까지 운영하며, 메뉴에 없지만 손님이 해달라는 건 가능하면 다 해주는 요상한 밥집 이야기. 거기 등장하는 험상궂은 야쿠자가 동성애자 술집 주인과 우정을 나누는 매개체가 바로 빨간 비엔나소시지였다. M 씨, 과감해졌다. 동네 슈퍼에서 비엔나소시지를 사들고 와서는 프라이팬을 꺼내들었다. 기다려 비엔나, 오늘은 널 문어로 만들어서 먹어줄게.

재료
비엔나소시지 한 봉지, 토마토케첩(필요하면), 양배추(역시 필요하면)

조리법

비엔나소시지에 다리를 만드는 게 좀 힘들다. 문어다리는 8개. 비엔나소시지 한 개를 꺼내 칼로 하반신에 네 번 칼질을 한다. 10개 정도 그렇게 자르는 데 10분가량 든다. 그게 힘들면 두 번만 해서 다리가 4개가 되도 흉하지 않다.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놓고 볶다 보면 다리들이 저절로 벌어지며 문어 모양이 된다. 타지 않을 정도에서 불을 끄고 먹는다. 양배추를 잘라 토마토케첩을 찍어서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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