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Life]1억짜리 龍고기 왜 키우냐고? 富-건강 부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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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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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애완 물고기 ‘아시아아로와나’ 기르기

권태로운 듯 물결에 따라 흔들리던 홍룡의 눈에 개구리 한 마리가 포착됐다. 문자 그대로 눈 한 번 깜빡할 순간이 지난 후, 눈에 보이는 것은 용의 입 사이로 삐죽 솟아나온 개구리의 가녀린 뒷다리뿐이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촬영 협조=‘빅아쿠아’
권태로운 듯 물결에 따라 흔들리던 홍룡의 눈에 개구리 한 마리가 포착됐다. 문자 그대로 눈 한 번 깜빡할 순간이 지난 후, 눈에 보이는 것은 용의 입 사이로 삐죽 솟아나온 개구리의 가녀린 뒷다리뿐이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촬영 협조=‘빅아쿠아’
10년을 넘게 키웠다. 이제는 먹이를 주기 위해 이름을 부르면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 듯하다. 아래쪽에 숨어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부른다. 그러자 내가 머무는 쪽으로 꼬리를 흔들며 다가온다.

강아지가 아닌 물고기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용(龍)’이라고도 불리는 아시아아로와나.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몸값을 들으면 또 한 번 입어 벌어진다. 최고가 1억 원. 국내에서도 수백만∼1000만 원대의 물고기를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새끼고기(치어) 가격이 10만 원 미만으로 ‘저렴한’ 녀석들도 있다.

○ 금빛은 부를, 붉은빛은 건강을 가져온다?

아시아아로와나는 경골어류에 속하는 아로와나 계통의 물고기이다. 아로와나는 남아메리카 호주 동남아시아 등지에 서식하는 고대어(古代魚)의 일종으로 1억3000만 년 전부터 형태가 거의 변하지 않아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린다. 그러나 실제로는 학문적 가치보다는 관상어(觀賞魚)로서의 가치가 더 높다.

아로와나 중에서도 관상어로서 가장 가치가 높은 것이 아시아아로와나이다. 아시아아로와나가 다른 아로와나에 비해 더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그 희소성에 있다.

현재 아시아아로와나는 자연 생태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멸종위기종이다. 1973년 80개국이 미국 워싱턴에 모여 체결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의해 국가간 거래가 엄격히 제한돼 있다. 인공 번식된 개체에 한해 정식 수입과 수출이 가능하고, 야생의 아시아아로와나는 오직 학술적 연구를 목적으로 한 국제 거래만 가능하다. 인공 번식이 가능한 국가도 현재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3개국뿐이다.

말레이시아의 한 농장에서 기르는 ‘과배금룡 플래티넘’. 수만분의 1의 확률로 나온
돌연변이 개체로 매우 잘생긴 ‘용’이다. 몸값이 억대에 달할 것이란 평이다(왼쪽). 짙은 파란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부키메라 블루 과배금룡(오른쪽)’. 김경태 ‘홍룡’ 대표 제공
말레이시아의 한 농장에서 기르는 ‘과배금룡 플래티넘’. 수만분의 1의 확률로 나온 돌연변이 개체로 매우 잘생긴 ‘용’이다. 몸값이 억대에 달할 것이란 평이다(왼쪽). 짙은 파란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부키메라 블루 과배금룡(오른쪽)’. 김경태 ‘홍룡’ 대표 제공
여기에 또 한 가지 사실이 덧붙여진다. 예부터 중국인들은 아시아아로와나 중에서 금빛을 띠는 금룡(金龍)을 부의 상징으로, 붉은빛을 띠는 홍룡(紅龍)을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믿었다. 이런 믿음은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업차 중국을 자주 찾는 이동성 씨(57)는 최근 한 거래처 사장 사무실에서 금룡과 홍룡 두 마리를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그중 홍룡은 기르던 것이 죽어 새로 장만한 것이라고 했다. 거래처 사장은 물고기가 자신에게 올 화(禍)를 대신 받아 죽었다며 안타까워하면서도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과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태국에서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부부들이 아로와나를 키우는 전통이 있고, 일본에서는 야쿠자 보스들이 키우던 홍룡이 죽으면 100일 동안 외부 출입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물론 단순히 그러한 속설 때문에 아시아아로와나가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붉은빛 비늘은 화가가 정성들여 그린 듯한 오묘한 색상을 자랑하고, 금빛 비늘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는 그 어떤 조명보다도 아름답다. 곧게 뻗은 두 갈래의 두꺼운 수염과 날개를 닮은 양 옆의 지느러미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 아시아아로와나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몇 시간이고 혼자 아로와나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고.

○ 물 위로 승천하는 용

국내에서도 아시아아로와나의 인기는 높다. ‘한국아로와나동호회’(www.arowana.co.kr)의 회원은 1만2900여 명에 이른다. 동호인들의 전문성도 웬만한 학자 못지않다. 국내에는 부족한 아로와나 관련 정보를 구하기 위해 일본 아로와나 전문 잡지를 뒤지는 것은 물론이고, 아시아아로와나 키우기와 관련된 개인들의 노하우도 서로 공유한다. 국내에 아시아아로와나가 정식으로 처음 수입된 것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금룡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 박일영 씨(53)는 “아름다운 빛깔이나 사람과 교감이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 ‘용’을 키우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재미는 화려한 도약 모습”이라고 말했다. 아로와나는 수면에서 자기 몸의 두 배나 되는 거리를 점프해서 먹이를 낚아챈다. 물속에서 작은 곤충을 잡기 위해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것. 이런 습성 때문에 ‘승천하는 용’이라고도 불린다.

아로와나가 물 위로 솟구치는 모습은 저격수의 정밀한 조준 사격을 보는 듯하다. 아로와나는 오른쪽과 왼쪽 눈에 비치는 이미지의 오차를 통해 대상과의 거리를 산출하고 빛의 굴절을 고려해 먹이의 위치를 측정한다. 여기에 고도의 운동능력이 뒷받침되어 순간적으로 정확하게 먹이를 낚아챈다. 아로와나의 먹이는 미꾸라지, 새우, 금붕어, 개구리, 밀웜 등이다.

아로와나를 키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큰 수조만 장만하면 일단 반은 준비가 끝난다. 아시아아로와나는 수조에서 키울 경우 최대 85cm까지 자란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아로와나를 집에서 기르기 위해서는 최소 가로 150cm, 세로 60cm, 높이 60cm 수조가 필요하다. 물의 온도는 26∼30도, 산성도(pH)는 6.0∼7.0이 적당하다.

가장 주의할 점은 수질이 갑작스럽게 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최소 3일 정도 에어레이션을 해 숙성한, 살아있는 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염소와 중금속 등을 제거하기 위해 수질 개선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물갈이의 간격과 양은 수조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20∼30%가 적당하다고 하지만, 물고기의 수나 수조의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아로와나에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마이크로 칩을 지니고 있다는 것. 이 칩에는 ‘태그 넘버(tag number)’가 담겨 있어 해당 물고기의 이력을 알려준다. 수출국과 인공 번식된 농장, 구체적 종을 태그 넘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칩은 마취한 상태에서 주로 물고기의 등 밑 근육 부분에 삽입하며 수명이나 성장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10cm 정도로만 자라면 삽입할 수 있으며, 간혹 잘못 삽입해 성장하면서 이 칩이 조금씩 밀려 나와 빠지는 경우도 있다.

○ 음식을 끊고 입안에서 새끼를

아시아아로와나와 관련해 재미있는 사실 하나 더. 이 물고기는 알을 낳으면 음식을 끊고 입안에서 알을 기른다. 그런데 이때 알을 입안에 ‘품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수컷이다. 그리고 아시아아로와나는 함부로 짝짓기를 하지 않는 까다로운 녀석이다. 암컷과 수컷으로 보이는 한 쌍을 넣어두더라도(외형만으로는 전문가도 암수 구별이 쉽지 않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서로가 서로를 죽일 때까지 공격한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인공 번식을 할 경우에는 짝짓기 확률을 높이기 위해 보통 큰 연못에 암컷과 수컷을 각각 10마리씩 함께 풀어놓는다. 그러면 그중에서 자연적으로 커플이 맺어진다. 많을 때는 절반 정도가 짝짓기에 성공하지만, 적을 때는 2쌍 정도만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보통 아로와나의 수명은 자연 상태에서는 최소 40년 이상이지만, 연못에서는 30년 정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조에서는 평균적으로 20∼25년을 산다고 한다.

아무리 아름다움이 주관적인 감정이라고 하더라도, 보편적인 심미안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관상어로서 사랑을 받고 있는 아시아아로와나에도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미의 기준이 존재한다. 우선 그 빛깔이 진하고 체형이 클수록 더 아름다운 것으로 여긴다. 지느러미도 더 클수록 선호도가 높아진다. 심지어 턱 밑에 난 수염의 모양과 길이를 따지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아래턱이 튀어나온, 우리가 흔히 말하는 ‘주걱턱’과 눈알이 지나치게 바닥을 향해 있는 ‘안구 하락’은 감점 요인이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육자 개개인의 취향이다. 아시아아로와나들을 인내심을 가지고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조금씩 아주 작은 차이가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서로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자신만의 ‘눈’을 가지게 된다. 무엇보다도 1억 년이 넘게 살아온 이 물고기에 새겨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도움말=김경태 ‘홍룡·www.thedragon.co.kr’ 대표  
최진호 ‘빅아쿠아·bigaqua.co.kr’ 대표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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