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랑방으로 리모델링한 동네 서점들 “문화갈증 풀어주니 경영난도 풀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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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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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30일 충북 충주시 ‘책이 있는 글터’ 내 문화공간 ‘숨’에서 열린 경기 명창 권재은 씨의 소리 공연. 이연호 대표는 “지방에선 다양한 문화 행사를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글터에서 하는 행사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책이 있는 글터 제공
2010년 9월 30일 충북 충주시 ‘책이 있는 글터’ 내 문화공간 ‘숨’에서 열린 경기 명창 권재은 씨의 소리 공연. 이연호 대표는 “지방에선 다양한 문화 행사를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글터에서 하는 행사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책이 있는 글터 제공
《1996년 5378개였던 동네 서점이 2009년 1825개로 줄었다(한국서점조합연합회 통계). 중소 서점이 어려운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날로그적 접근으로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고, 지역의 특색에 맞는 특성화 전략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중소 서점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2011년 2월 16일 ‘숨’에서 열린 도종환 시인의강연회. 책이 있는 글터 제공(위), 2010년 12월 10일 전북 익산시 광일서점에서 열린 문학의 밤 행사. 광일서점 제공
2011년 2월 16일 ‘숨’에서 열린 도종환 시인의강연회. 책이 있는 글터 제공(위), 2010년 12월 10일 전북 익산시 광일서점에서 열린 문학의 밤 행사. 광일서점 제공
5일 오전 11시, 충북 충주시에 있는 서점 ‘책이 있는 글터’(이하 글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점 건물 옆 공터와 문화 공간 ‘숨’에서는 충주 한살림 나눔 장터가 열렸다. 사람들은 물건을 사고팔면서 막걸리와 파전을 나눠 먹었다. ‘숨’에서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이가 여럿 보였다.

글터는 2009년 ‘모델 서점’으로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지원금 3000만 원을 받았다. 이연호 대표는 2009년 말 지원금과 사비를 들여 서점이 있는 건물 3층에 100m² 남짓한 문화 공간 ‘숨’을 마련했다. 해마다 서너 차례씩 판화가 이철수 씨, 시인 김용택 씨와 도종환 씨 등 유명 인사나 지역 내에서 명망 있는 이들을 초청해 강연회나 사인회 등을 진행했다.

이어 지역 내 다양한 모임이 자발적으로 문화행사를 기획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하모니카 연주 모임, 교육철학 공부 모임 등 매일 다양한 모임이 열려 모두 파악하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공간 사용료는 없다. 글터를 찾는 이들이 자유롭게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서다. 충주 시내 음악학원 원장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는 이곳에서 연습을 하는 대신 무료 공연을 여러 차례 열었다. 이 대표는 “‘숨’을 찾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글터에서 책을 보고 읽게 되면서 매출도 올라갔다”고 했다.

서점 1층 ‘글터가 읽고 권하는 책’이란 이름이 붙은 선반에는 글터 직원들이 직접 읽고 좋았던 책을 정리해놓았다. 이 대표는 자신이 읽은 책에 짤막한 서평을 적은 명함을 꽂아놓는다고 했다. 이처럼 지역 내 문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 덕에 글터는 매년 매출이 늘고 있다.

전북 익산시 광일서점도 ‘광일문화공간’을 운영한다. 이곳은 2010년 모델 서점으로 선정됐다. 범찬균 대표는 “전국적 명성의 문인이나 학자를 초청하긴 힘들지만, 전북 지역에서 유명한 이들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강연회를 진행할 수 있다”며 “창(唱)의 경우 우리 지역은 대학교만 갓 졸업해도 잘한다. 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서점 독자들은 무료로 좋은 강의를 들을 수 있으니 서로에게 이익”이라고 했다.

문화부는 올해 ‘지역 중소 서점 지원’ 사업에 4억3000만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사업을 총괄하는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지역 대표 서점 선정 공고를 낸 뒤 10월 26일 서울의 ‘그날이 오면’, 광주의 ‘한림서적’, 부산의 ‘영광도서’ 등 3개 서점을 선정했다(이 중 '영광도서'는 선정을 포기해 추가 한 곳을 공모 중이다). 이 서점들은 문화 사업비로 3000만 원을 받는다. 500만 원의 문화사업비를 지원받는 지역 서점 47곳도 선정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모델 서점 8곳을 뽑아 운영했다가 올해 지원 범위와 액수를 확대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드리운 그림자도 여전하다.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도서관에서 열린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주최의 ‘서점의 생존전략’ 포럼에 참석한 중소 서점 관계자들은 “지역 서점을 살리는 근본적인 대책은 완전한 의미의 도서정가제 확립”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중소 서점들은 대형 온라인 서점처럼 할인할 여력이 없어 경쟁력에 한계가 있으며, 문화사업은 그 다음 문제라고 호소했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문화사업 지원보다는 서점 창업 지원이 정책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며 “젊은층이 서점 창업에 뛰어들어야 독자의 눈높이에 맞는 서점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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