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54>燕人이 畔이어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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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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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하’의 제9장은 제8장의 일과 연결된다. 제8장에서 맹자는 齊나라 客卿(객경)으로 있으면서 齊나라가 燕(연)나라를 정벌하는 데 빌미를 제공했으나 뒤에 자신은 제나라에 정벌의 정당성이 있다고 말한 적이 없으며, 제나라가 연나라를 정벌하는 것은 以燕伐燕(이연벌연·연나라로써 연나라를 침)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 ‘梁惠王(양혜왕)·하’에 나와 있듯이 맹자는 제나라 왕에게 ‘연나라를 완전히 취하여 연나라 백성이 기뻐한다면 연나라를 취하고 연나라를 취하여 연나라 백성이 기뻐하지 않는다면 연나라를 취하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제나라가 연나라를 이긴 후 연나라의 민심은 제나라를 따르지 않았고, 2년 후에는 연나라 사람들이 태자 平을 왕으로 삼고 제나라에 대항했다. 그러자 제나라 왕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畔(반)은 離反(離叛·이반)의 뜻이다. 慙(참)은 慙愧(참괴)의 뜻이다.

연나라는 易王(역왕)의 아들 子쾌(자쾌)가 子之를 신임해서 나라를 맡기고 신하 노릇을 했으므로 크게 어지러워졌다. 이때 齊나라가 침략하여 자쾌가 죽었다. 그 후 太子 平이 즉위한 뒤 어진 이를 부르고 백성을 어루만지는 등 선정을 베풀었으며, 齊나라를 공격하여 도망간 子之를 잡고 제나라 땅을 거의 차지했다. 이 사람이 연나라 昭王(소왕)이다. 昭王이 先王을 위해 雪恥(설치)하고 中興에 성공한 것은 어진 이들을 등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된 성어가 千金買骨(천금매골)이다. 천금을 주고 천리마를 사려고 우선 죽은 말의 뼈를 五百金으로 사들인다는 말이다. 郭외(곽외)는 소왕에게 ‘죽은 말 한 마리의 뼈를 오백 금에 사들였더니 한 해도 안 돼 살아 있는 천리마 세 마리가 이르러 왔다’는 고사를 인용하면서 자기부터 대우를 잘해 주면 천하의 어진 이들이 저절로 모여들 것이라고 했다. 이에 소왕이 燕京(연경)에 黃金臺(황금대)를 세우고 인재를 초빙하자 樂毅(악의)와 劇辛(극신) 등 명사가 대거 찾아왔다고 한다.

옛사람들은 연나라 昭王의 예를 통해, 나라의 어지러움이 극도에 달하면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라를 中興시킬 어진 군주가 나오게 된다는 역사법칙을 생각했다. 이 역사법칙이 과연 시대를 초월한 법칙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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