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내달 5, 6일 내한공연 베를린방송교향악단 지휘자 야노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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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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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음악위해 과감히 단원 교체… 하나씩 조련”

독일 낭만주의 음악 전통의 마지막 수호자로 불리는 베를린방송교향악단의 종신 수석지휘자 마레크 야노프스키. 그는 “각 악기들이 빈틈없이 제자리를 지키는, 완벽하게 깨끗한 음악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빈체로 제공
독일 낭만주의 음악 전통의 마지막 수호자로 불리는 베를린방송교향악단의 종신 수석지휘자 마레크 야노프스키. 그는 “각 악기들이 빈틈없이 제자리를 지키는, 완벽하게 깨끗한 음악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빈체로 제공
《베를린방송교향악단의 종신 수석지휘자 마레크 야노프스키(72)는 20세기 전반 독일 낭만주의 지휘 전통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카리스마 넘치는 마에스트로다. 다니엘 바렌보임(베를린 국립오페라·슈타츠카펠레)과 사이먼 래틀(베를린 필) 등 거장들이 웅거한 베를린에서 전통이 물씬 풍겨나는 사운드로 어깨를 나란히 해온 이 악단의 저력의 원천이다. 8일 베를린 필하모니홀. 브람스의 ‘운명의 노래’, ‘알토 랩소디’에 이어 부소니의 피아노 협주곡 작품번호 39번이 끝난 뒤 객석은 열렬한 환호로 다섯 차례나 노거장을 불러냈다. 한 70대 관객은 “베를린방송교향악단은 연주회장을 독일 사운드로 가득 채우는 유일한 오케스트라”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갈채 속에서도 야노프스키는 좀처럼 웃지 않았다. 이 완고해 보이는 지휘자를 9일 베를린에서 만났다. 그는 다음 달 악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는다.》
야노프스키는 폴란드 태생이지만 독일에서 자랐고 독일 중소도시 오페라 극장의 성악 코치로 경력을 시작했다. 전형적인 20세기 스타일의 독일 도제 시스템에서 훈련받은 독일 장인 스타일의 지휘자다. 핵심 레퍼토리도 베토벤 브람스 슈베르트 바그너 같은 독일 작곡가의 작품이다.

그는 내리막길을 걷던 베를린방송교향악단을 2002년 수석지휘자 취임 이후 일류 악단으로 끌어올렸다. 정명훈의 전임이었던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에서도 그랬다. 그가 깐깐한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로 불리는 이유다.

“베를린방송교향악단은 사운드나 음악적 성격에서 나와 잘 맞았지만 초반에 문제도 적지 않았다. 과감히 단원들을 세대교체하고 조련해 나갔다. 먼저 그들이 내고자 하는 소리를 들은 뒤 나의 해석을 말했다. 그 결과 ‘오케스트라들의 콩쿠르 무대’라 할 만한 베를린에서 까다로운 관객들이 우리 악단에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지금도 공부하느냐고 묻자 그는 처음으로 웃으며 말했다.

“주로 집에서 총보를 파고들면서 나 자신에게 계속 질문을 던진다. 나는 명징한 소리를 원한다. 완벽하게 깨끗한 소리가 감정적인 측면을 앞서야 한다. 한번 공부를 잘해 놓으면 두고두고 써 먹을 수 있다.”

이 악단의 유일한 한국인 주자인 바순 수석 유성권 씨(종신단원)는 “누구든 템포를 놓치고 들어가거나 소리를 분명하게 내지 못할 때 ‘왜 나를 보지 않느냐’는 지휘자의 불호령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야노프스키는 한국 무대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와 브람스 교향곡 3번을 연주한다. 그는 “베토벤과 브람스는 자주 연주되는 만큼 엄정한 관객도 많다. 상당한 기량이 필요하지만 우리가 가장 잘하는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라면서 “지난 40년간 브람스 교향곡 네 곡 전부를 40∼50회씩 연주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을 거쳐 일본에서 일곱 번 연주를 한다. 단원들이 한국 연주는 환영했지만 일본은 원전 피해 영향 등으로 가기를 꺼렸다고 했다.

“당초 일본에 갈 것인가 말 것인가 회의를 수차례 거듭했다. 한 단원이 ‘왜 각자 자기만 걱정하는가. 어려움에 처한 일본 관객에게 우리 음악을 들려주자’고 해 모두 마음을 모았다. 정말 어려운 선택이었다. 음악의 힘을 객석에 전달하고 싶다.”

10월 5일 오후 7시 반 대전 만년동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 2만∼15만 원. 042-610-2222, 6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오후 8시 4만∼22만 원. 02-599-5743

베를린=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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