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백 선생 강의록 12년 만에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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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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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학사론’ 녹취 - 노트 제자들이 정리해 발간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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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사학계의 석학 고 이기백 교수(1924∼2004·사진)의 한국사학사(韓國史學史) 연구를 정리한 책 ‘한국사학사론’(일조각)이 그의 사후 7년 만에 출간됐다. 자칫했으면 사장될 뻔했다가 그의 제자 10명의 노력으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는 1967년 ‘한국사신론’을 통해 지배세력의 교체를 한국사 전개의 기본 틀로 확립한 역사학계 1세대. 그가 평생 일군 연구업적은 2006년 14권째 책인 ‘한국현대사론’을 포함해 ‘이기백 한국사학논집’으로 출간됐다.

당시 제자들은 논집 출간이 완간된 것으로 알고 있다가 출판을 담당했던 출판사 일조각에 이 교수의 ‘논집 발간 계획’ 메모가 있다는 것을 지난해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속에 ‘한국사학사론’이 포함돼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한국사학사는 ‘한국 역사학의 역사’로 ‘삼국사기’ ‘삼국유사’ 같은 역사서들을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위해 썼는가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를 알게 된 김용선 한림대 사학과 교수 등 제자 10명은 이 교수가 1999년 이화여대에서 ‘한국사학사’를 주제로 한 녹취록과 강의 노트를 찾아냈다. 그 후 1년여의 공동작업 끝에 서장과 1∼5장에 걸친 ‘한국사학사론’을 완성했다.

그 과정에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다. 녹취록에는 책의 서장을 포함해 1∼3장에 해당하는 내용만 있었고 4, 5장은 강의 노트로만 남아 있었다. 이 교수가 생전에 녹취록의 앞부분(서장과 1, 2장)은 직접 수정했지만 나머지는 정리가 되지 않은 것이어서 각 장의 통일성과 조화를 꾀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제자들은 평소 이 교수로부터 배운 가르침과 이 교수가 생전에 발표한 논문과 글을 참고해 내용을 거듭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스승의 ‘한국사학사론’을 가까스로 완성했다. 그러나 끝내 스승의 계획에 들어 있던 6장(‘진통하는 현대사학’ ‘현대한국사학의 진로’)의 녹취록과 글은 찾아내지 못했다.


김 교수는 “그나마 선생님이 직접 수정해 놓으신 부분이 있어 그를 기반으로 책을 꾸릴 수 있었다”며 “역사학 자체가 오로지 진리를 추구하는 데 그 존재 의의가 있음을 갈파한 스승의 목소리를 되살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출간작업에는 곽승훈 충남대 강사, 김당택 전남대 교수, 김수태 충남대 교수, 김태욱 한림대 강사, 노용필 한국사학연구소장, 류창규 광주남부대 교수, 변동명 전남대 교수, 신호철 충북대 교수, 조인성 경희대 교수가 참여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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