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싱가포르에 넘실대는 아시아 패션수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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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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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패션익스체인지(AFX)에서 미소니(왼쪽)는 젊고 발랄한 작품을 선보였다. 디자인이 과감해진 스와로브스키(오른쪽)와 다채로운 색상의 에뎀(아래)도 눈길을 끌었다. AFX·AFF 제공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패션익스체인지(AFX)에서 미소니(왼쪽)는 젊고 발랄한 작품을 선보였다. 디자인이 과감해진 스와로브스키(오른쪽)와 다채로운 색상의 에뎀(아래)도 눈길을 끌었다. AFX·AFF 제공
에뎀
“아시아의 패션이 궁금한가. 그렇다면 싱가포르로 오라.”

금융, 관광 등으로 부(富)를 쌓은 싱가포르가 패션으로 눈을 돌렸다. 싱가포르에서 개막해 22일까지 열리는 아시아패션익스체인지(AFX)에서 싱가포르는 ‘서구와 동양의 패션을 잇는 다리’가 되겠다고 천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AFX에서 싱가포르는 이 같은 야망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미소니, 웅가로, 스와로브스키 같은 글로벌 브랜드는 물론이고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미국에서 주목받는 브랜드를 대거 초청해 행사 규모를 키웠다. 이익이 된다면 무엇이든 강력하게 빨아들여온 싱가포르답게 비록 자국 내 패션 콘텐츠는 풍부하지 않지만 해외에서 콘텐츠를 들여와 교류하도록 판을 펼친 것이다.

미소니, “우리는 젊다”

AFX의 메인 프로그램인 아우디패션페스티벌(AFF)의 오프닝 쇼인 이탈리아 브랜드 미소니 2011년 가을겨울 패션쇼는 13일 오처드로드의 대형 쇼핑센터인 니안시티에 설치한 대형 천막공연장에서 열렸다. 미소니 패션쇼는 미소니 일가가 행사를 진두지휘했다. 미소니 창업주의 아들이자 미소니그룹의 회장인 비토리오 미소니와 그의 여동생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젤라 미소니를 비롯해 안젤라의 딸인 마르게리타 미소니가 참석한 것. 올해 가을겨울 패션은 이미 발표했지만 미소니 일가가 싱가포르로 날아와 직접 이를 진행한 점이 눈에 띄었다.

미소니 패션쇼에선 랄프로렌, 베네통 등의 모델로 활동하는 일본인 다오 오카모토 씨가 메인 모델로 활약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의 송경아 씨가 메인 모델로 선정됐다. 싱가포르가 아닌 아시아 다른 국가의 모델을 메인 모델로 선정함으로써 AFX가 ‘아시아의 행사’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싱가포르=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젊은 미소니, 과감한 스와로브스키, 신비한 에뎀▼

미소니 2종 과 에뎀 (오른쪽 순)
미소니 2종 과 에뎀 (오른쪽 순)
스와로브스키
스와로브스키
패션쇼에서 미소니는 특유의 지그재그 패턴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한층 발랄하고 화사해진 디자인을 대거 선보였다. 미소니를 대표했던 강렬한 원색보다는 파스텔 톤을 많이 사용해 동화처럼 꿈꾸는 듯하면서도 젊은 느낌을 줬다.

안젤라는 “미소니는 10년 전부터 젊고 신선한 디자인으로 변신을 시작했고, 이런 시도가 성공해 매우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계속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주인) 어머니도 미소니를 입지만 미소니는 젊고 모던한 이미지를 지향한다. 미소니에 대해 나이를 규정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비토리오 회장 역시 “미소니가 더 젊어진 것 같다”는 기자의 평가에 “단연코(Absolutely)!”라고 외치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안젤라의 딸인 마르게리타는 패션계에서 주목받는 유명인사로, 미소니 모델로도 활동하며 미소니를 젊고 활기찬 브랜드로 인식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미소니는 아시아 시장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비토리오 회장은 “1년에 2, 3번 아시아를 방문한다. 아시아는 역동적이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흥미로운 곳으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한국을 또 방문하고 싶다. 한국 디자이너 중에서는 이상봉 씨를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감해진 스와로브스키,떠오르는 에뎀

스와로브스키는 14일 열린 2011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한층 과감하고 다채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화려한 작품들은 ‘환상의 날개’란 주제답게 꿈꾸며 날갯짓하듯 조명 아래서 더 빛날 수 있도록 고혹적인 매력을 뿜어냈다. 스와로브스키의 상징인 백조를 연상시키는 의상들이 제품에 우아한 느낌을 더했다. 스와로브스키 패션쇼에서 선보인 일부 의상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네팔계 디자이너 프라발 구룽의 작품이다. 구룽은 미셸 오바마 여사의 드레스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니멀하면서도 곡선미를 살려 리듬감을 준 구룽의 작품은 스와로브스키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캐나다 출신으로 최근 주목받는 디자이너인 에뎀 모랄리오글루가 만든 브랜드 에뎀도 눈길을 끌었다. 화려한 색채로 구성된 작품들은 에뎀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드러냈다. 꽃이나 낙엽이 흩날리듯 짙으면서도 무겁지 않은 색감이 인상적이었다.

주목받는 한국 브랜드

올해 AFX에서는 한국 디자이너들도 활약하고 있다.

주목받는 디자이너들의 브랜드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19일부터 열린 ‘블루프린트’에는 서울시 후원으로 8개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이 참여했다. 서울을 비롯해 뉴욕, 런던, 베이징, 홍콩 등 전 세계 12개 도시의 120여 개 브랜드가 참석한 블루프린트는 각국 바이어들도 방문해 브랜드를 발굴하는 장(場)이다.

블루프린트에서는 고급 남성복 브랜드 ‘알라니’를 만든 김재환 씨와 남성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 ‘비욘드클로젯’의 고태용 씨가 작품을 선보였다. 이도이(브랜드 ‘도이 파리스’), 김재현(‘자뎅 드 슈에트’), 이석태(‘칼 이석태’), 정혁서·배승연(‘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 이보현(‘슈콤마보니’), 홍혜진 씨(‘더 스튜디오 케이’)도 참여했다. 블루프린트의 대변인인 마크 리 싱가포르섬유패션연맹 부회장은 “한국의 디자이너들은 가장 돋보이는 라인업을 선보여 전 세계 바이어들과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일 블루프린트에 참가한 5개 브랜드(비욘드클로젯, 알라니, 자뎅 드 슈에트, 칼 이석태,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와 △그라운드웨이브(디자이너 김선호) △재희신(신재희) △제너럴 아이디어(최범석) △르이(이승희) △재환 리 파리(이재환) 등 모두 10개 브랜드의 작품을 선보이는 ‘서울스 10 솔 나이트’ 행사를 연다. 한국의 패션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풍부한 패션 콘텐츠를 지닌 한국에게 AFX를 통해 보여주는 싱가포르의 행보는 의미심장하다. 싱가포르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패션 콘텐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구와 아시아의 다리’를 자처하며 아시아의 패션 중심지가 되겠다고 포효하고 있다. AFX 주최 측(싱가포르섬유패션연맹, 싱가포르관광청, 머큐리마케팅&커뮤니케이션 등 정부와 민간부문 공동)은 AFX를 ‘싱가포르 패션쇼’라고 말하면 펄쩍 뛴다. 이들은 “싱가포르가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갖진 못했지만 이를 갖춘 이들을 끌어들여 성장하겠다는 싱가포르의 야심 찬 움직임은 한국이 스스로 지닌 강점을 어떻게 살려 나갈지에 대한 숙제를 던져주고 있었다.

▼싱가포르 쇼핑 여기는 꼭▼

하지레인, 홍대 앞 분위기 안시앙 힐, 가로수길 느낌

카페와 클럽, 패션숍이 모여 있는 안시앙 힐. 싱가포르=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카페와 클럽, 패션숍이 모여 있는 안시앙 힐. 싱가포르=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싱가포르에서는 음식과 함께 쇼핑을 빼놓을 수 없다. 개성 있는 제품을 원한다면 대형 쇼핑몰을 벗어나 골목길에 있는 작은 가게에 눈길을 돌려도 좋다. 아랍스트리트 인근에 있는 ‘하지레인’으로 가보자. 길지 않은 좁은 골목길 양쪽으로 젊은 현지 디자이너들이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파는 작은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독특한 아이템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옷은 물론 구두, 가방, 허리띠, 반지, 목걸이 등 각종 제품을 판다. 단돈 몇만 원에 살 수 있는 ‘착한 가격’의 제품도 많다. 진열된 물건 가운데 한국에서 들여온 ‘메이드 인 코리아’ 액세서리를 간혹 발견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2층에 있는 가게들은 오르내리는 계단에 앙증맞은 장식품을 놓아두거나 벽면을 개성 있는 그림으로 꾸며 디자이너들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소박해서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작은 골목이다.

예쁜 카페와 클럽, 고급스러운 패션숍을 원한다면 차이나타운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안시앙 힐’로 발길을 돌려 보자. 하지레인이 서울의 홍익대 앞과 비슷한 분위기라면 안시앙 힐은 가로수길과 같은 느낌이 난다. 물론 안시앙 힐 역시 규모는 가로수길에 비해 훨씬 아담하다. 유럽풍 주택을 개조해 가게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는 안시앙 힐은 현지 젊은이들과 싱가포르에 사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 요즘 ‘뜨는’ 곳 중 하나다. 카페가 많고, 패션숍도 꽤 있다. 카페에서 맥주나 차로 목을 축인 뒤 슬슬 걸어다니며 패션숍을 구경하면 된다. 해외 유명 브랜드를 들여와 판매하는 가게가 상당수여서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다. 귀여운 액세서리를 구경하면서 차와 조각 케이크를 맛볼 수 있는 가게도 있다. 옥상을 개조해 클럽으로 만든 곳도 여러 군데여서 클럽을 즐기는 이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이국적인 옥상 카페에서 싱가포르의 밤을 만끽할 수 있다.

싱가포르=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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