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한국 명품시장 뉴 트렌드… 하이주얼리, 장인의 자존심으로 더 빛난다

  • Array
  • 입력 2011년 5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전 세계 1점 뿐인 반클리프 아펠의 줄리아 네크리스. 총 64.23캐럿의 다이아몬드를 마치 투명한 폭포수가 떨어지듯 역동적인 우아함으로 눈부시게 표했다. 가격은 16억 원대. 갤러리아백화점 제공
전 세계 1점 뿐인 반클리프 아펠의 줄리아 네크리스. 총 64.23캐럿의 다이아몬드를 마치 투명한 폭포수가 떨어지듯 역동적인 우아함으로 눈부시게 표했다. 가격은 16억 원대. 갤러리아백화점 제공
영화 ‘색계’에서 조용히 수줍은 듯 숨어있던 6캐럿의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석상 주인이 케이스에서 열어 보이자마자 영화관에 있던 여성 관객들의 입에서는 일제히 ‘와’ 하는 짧은 탄성이 나왔다. 스크린 속 여주인공 ‘막 부인(탕웨이)’은 “누가 훔쳐갈까 두려워요”라고 말하면서 반지를 다시 빼려고 한다. 하지만 ‘이(양조위)’는 “내가 지켜줄게”라고 답하며 막 부인의 마음을 흔들어버린다. 친일파의 핵심 인물인 ‘이’의 암살을 위해 접근한 ‘막 부인’은 그 한마디로 ‘이’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가책을 느껴 그를 위기에서 탈출시킨다. 영화 ‘색계’에 등장한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는 리안 감독이 반드시 진짜이기를 고집하는 통에 하이주얼리 브랜드 카르티에의 특별협찬을 받았다고 한다.

매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국 하이주얼리 시장은 하이엔드 워치 시장에 이어 최근 각광받고 있는 마켓 가운데 하나다. 애초 핸드백으로 시작된 한국 명품 시장의 붐은 시계로 이어졌고, 최근 하이주얼리 시장도 힘을 받고 있다. 현재 국내 하이주얼리시장에는 20여 개의 명품 브랜드가 들어와 있다. 많이 알려진 브랜드로는 쇼메, 부셰론, 에르메스, 불가리, 카르티에, 다미아니, 다사키 지니아 등이 있다.

○ 핸드백-시계-주얼리로 이어지는 한국의 명품 소비

스위스 럭셔리 주얼리브랜드 샤위시가 최근 국내에서 가진 론칭 행사에서 공개한 다이아몬드 네크리스와 반지. 이 네크리스는 달빛을 형상화 했다고 샤위시 측은 설명했다. 샤위시 제공
스위스 럭셔리 주얼리브랜드 샤위시가 최근 국내에서 가진 론칭 행사에서 공개한 다이아몬드 네크리스와 반지. 이 네크리스는 달빛을 형상화 했다고 샤위시 측은 설명했다. 샤위시 제공
일반적으로 명품 주얼리에는 ‘비주주얼리’, ‘하이주얼리’ 두 가지 라인이 있다. 같은 다이아몬드라도 비주주얼리는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대로 ‘비교적’ 구매하기 쉬운 가격대다. 하이주얼리는 오랜 기간 한정 제작돼 컬렉션으로 출시되는 만큼 수억 원대를 쉽게 호가한다.

하이주얼리 가운데 쇼메, 반클리프 아펠, 불가리, 카르티에 등이 4대 명품으로 꼽힌다. 모두 100∼230년 전통으로 불가리 외에는 프랑스산이다. 양대 최고봉은 쇼메와 반클리프 아펠. 2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쇼메는 나폴레옹 대관식 왕관과 프랑스 왕실 주얼리를 전담하며 명성이 알려졌다. 나폴레옹은 쇼메의 주얼리 워치를 ‘시계는 시간을 말해주는 보석’이란 명언으로 각별히 아꼈다. 여성스럽고 섬세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반클리프 아펠은 그레이스 켈리 모나코 왕비와 재클린 케네디 등이 마니아였다.

○ 세상에 단 하나…수억원 짜리 많아


이탈리아 하이주얼리 불가리는 그리스 고전주의를 독창적인 이탈리아 디자인으로 표현해 프랑스 주얼리와 쌍벽을 이뤘다. 영국 윌리엄 왕자 결혼식 때 케이트 미들턴이 머리에 쓴 티아라는 카르티에 제품이었다.

다이아몬드와 블루 사파이어가 셋팅된 반클리프 아펠 레베카 이어링. (왼쪽) 반클리츠 아펠 제공. 볼륨감 넘치는 플래티늄 밴드 위에 라운드 다이아몬드를 볼륨감있게 세팅한 반클리프 아펠의 안젤라 링(오른쪽).반클리프 아펠 제공
다이아몬드와 블루 사파이어가 셋팅된 반클리프 아펠 레베카 이어링. (왼쪽) 반클리츠 아펠 제공. 볼륨감 넘치는 플래티늄 밴드 위에 라운드 다이아몬드를 볼륨감있게 세팅한 반클리프 아펠의 안젤라 링(오른쪽).반클리프 아펠 제공
하이주얼리 브랜드가 국내에 속속 소개되면서 예전 다이아몬드의 크기와 커팅에 집착했던 국내 소비자들도 지금은 다이아몬드의 색깔과 클래러티(clarity·투명도), 디자인에 선택의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과거의 보석 트렌드였던 ‘심플함’ 역시 ‘독창성’에 자리를 내줬다. 반클리프 아펠 관계자는 “독창적인 디자인에 얽힌 스토리텔링 마케팅으로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도 이에 대한 증거”라고 말했다.

가격만 비싸다고 무조건 명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이주얼리를 만드는 것은 바로 장인의 손길. 단순한 가락지 반지라고 주물로 떠서 광택만 낸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장인들은 실반지 하나도 녹여진 금덩이를 며칠 동안 일일이 손으로 두들겨 만든다. 까다로운 보석 세팅이 들어가면 1년 이상 기다리는 것은 예사다.

하이주얼리 브랜드들은 고객 한 사람을 위한 맞춤형 마케팅을 제공한다. 프랑스 등 해외에 위치한 본사 디자이너와 장인이 산지에서 원석을 공수해 원석 선택에서부터 디자인까지 한국에 있는 고객과 상의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주얼리를 만든다. 한 주얼리 브랜드 관계자는 “맞춤 반지의 경우 최소 3억∼5억 원 선”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의 주얼리 소비 수준이 높아져 디자인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진 데다 재테크 니즈까지 더해져 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