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형 따라 입대했다 전사한 이천우 병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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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와 미안해”… 60년 만에 형 곁에 영면

6·25 전사 통보 5일 군 관계자들이 6·25전쟁 때 전사한 이천우 이등중사의 조카 이명덕 씨(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의 부산 수영구 망미동 집을
찾아가 이 이등중사의 신원확인통지서와 위로패, 유품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나라에 목숨을 바친 전사자에 대해
더욱 예우를 갖추도록 신원확인 통보절차가 개선된 뒤 6·25전쟁 전사자에게 적용된 것은 처음이다. 왼쪽부터 박현욱 부산
수영구청장, 이재수 육군 53사단장, 이 씨, 국방부 유해발굴감시단장 박신한 대령. 부산=연합뉴스
6·25 전사 통보 5일 군 관계자들이 6·25전쟁 때 전사한 이천우 이등중사의 조카 이명덕 씨(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의 부산 수영구 망미동 집을 찾아가 이 이등중사의 신원확인통지서와 위로패, 유품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나라에 목숨을 바친 전사자에 대해 더욱 예우를 갖추도록 신원확인 통보절차가 개선된 뒤 6·25전쟁 전사자에게 적용된 것은 처음이다. 왼쪽부터 박현욱 부산 수영구청장, 이재수 육군 53사단장, 이 씨, 국방부 유해발굴감시단장 박신한 대령. 부산=연합뉴스
6·25전쟁 당시 열아홉의 나이로 형을 뒤따라 입대한 뒤 전사한 국군용사가 60년 만에 형의 곁에 영면하게 됐다. 형보다 1개월 뒤 입대해 형이 전사한 지 4개월 후 형의 뒤를 따랐다. 스무 살 꽃다운 나이였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지난해 10월 강원 양구군 백석산(해발 1142m) 일대에서 발굴된 이천우 이등중사(병장)의 유해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통상 국군전사자는 국립대전현충원에 모시지만 이 이등중사는 형인 이만우 하사(상병)가 묻힌 서울현충원 묘역 옆에 안장하기로 한 것이다. 국방부는 애틋한 형제애와 고귀한 희생정신을 국민적 귀감으로 삼자는 취지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경북 청도군 청도읍에서 빈농의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이 이등중사는 낙동강전투 끝 무렵인 1950년 9월 초 홀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자원입대했다. 세 살 위인 형이 입대한 지 한 달 만이었다. 그는 육군 7사단 3연대 3대대 9중대 소속으로 서울수복작전과 평양탈환작전, 개천·덕천전투, 영월지역전투 등에 참가해 공훈을 세웠다. 하지만 1951년 9월 6·25전쟁의 대표적 산악전투인 백석산전투에서 북한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다 적탄을 맞고 산화했다. 먼저 입대한 형이 전사한 지 4개월 만이었다. 정부는 고인에게 1954년 2개의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했다.

당시 전투기록과 전우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이등중사는 “마을 입구까지 따라오시면서 눈물을 흘리던 어머니는 잘 계시는지, 먼저 입대한 형이 무사한지 궁금하다”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또 수많은 전투에서 전사한 전우들을 그리워하며 그들을 대신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 번도 비겁한 적이 없었다고 관련 기록은 전하고 있다.

형인 이 하사는 1950년 8월 1사단에 입대해 낙동강전투와 평양탈환전투 등에 참가했으며 1951년 5월 경기 고양 봉일천전투에서 적과 싸우다 전사했다. 정부는 이 하사의 전공을 기려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했고 유해는 1960년 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하지만 두 형제의 가족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지내왔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국방부는 최근 이 이등중사의 유품인 인식표에 새겨진 영문이름과 군번으로 신원을 확인해 유일한 혈육인 장조카 이명덕 씨(61·부산 거주)를 찾아 이 이등중사의 신원확인통지서와 위로패, 유품 등을 전달했다. 이 씨는 “두 아들을 전장에 보내고 시신도 찾지 못해 눈물로 밤을 지새우시던 할머니의 한숨소리를 지금도 기억한다”며 “삼촌 두 분을 한꺼번에 찾아 그간 맺혔던 집안의 한을 풀었다”며 기뻐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60년 만에 곁에 누운 형제는 지하에서 손을 맞잡고 있을까.

혈육이 국립현충원에 함께 안장되는 것은 2007년 7월 서해 야간비행 중 순직한 박인철 대위가 1984년 팀스피릿 한미 연합훈련 중 순직한 아버지 박명렬 소령 옆에 묻힌 이래 두 번째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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