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02>苟爲善이면 後世子孫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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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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齊(제)나라가 薛(설)나라에 축성하자 위기감을 느낀 등文公(등문공)이 어떻게 대처하면 좋겠느냐고 물었을 때 맹자는 周(주)나라 조상 太王이 狄人(적인)의 침략을 받아 빈(빈) 땅을 떠나 岐山(기산) 아래로 이주했던 사실을 거론했다. 맹자는 태왕이 국가사업의 실마리를 열었기 때문에 그 후손인 文王와 武王이 주나라를 건국하는 위업을 달성한 사실을 환기시키고자 한 것이다. 이어서 맹자는 군주로서는 다만 힘써 善을 행하여 創業垂統(창업수통)할 따름이며, 성공은 하늘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創業垂統은 국가의 基業(기업)을 창건하여 전통을 드리우는 것을 말한다. 善을 행한다는 것은 민심을 안정시키는 어진 정치를 행함을 말하고, 또 상황에 대처하면서도 미래를 내다보는 遠謀(원모)를 실행함을 뜻한다.

苟爲善의 苟(구)는 ‘진실로 만일’의 뜻을 지닌 가설 접속사이다. 爲可繼는 자신이 처음 만들어 후세에 전한 사업의 실마리를 자손이 이어나갈 수 있게 한다는 말이다. 若夫成功則天也는 ‘저 성공으로 말하면 천운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若∼은 ‘∼로 말하면’의 뜻이고, 夫는 ‘저’라는 지시사이다. 君如彼何哉는 ‘군주께서 설나라에 성을 쌓는 저 제나라를 지금 당장 어찌하시겠습니까?’라는 말이다. 彊은 强과 통용되며, ‘힘써’의 의미를 지닌다.

앞서 ‘양혜왕·하’의 제13장에서 맹자는 등문공에게 나라를 지키려면 事大에 힘쓰기보다 백성들과 함께 自守(자수)해야 한다고 설득한 바 있다. 현대의 지도자라면 선을 행한다고 후세의 자손 중에 왕 노릇 하는 자가 나오리라 기대할 것은 아니다. 오로지 시민을 안정시키는 정치야말로 創業垂統의 근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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