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막걸리 특유의 맛과 향 업그레이드… 외국인 입맛도 사로잡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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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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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결같이 수준 높아” 한목소리


평가를 마친 소믈리에들은 올해의 햅쌀 막걸리에 대해 “품질 수준이 높고 전통주로 내세우기에 손색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고재윤 교수는 “햅쌀 막걸리의 전체적인 맛과 향 수준은 매우 높았다”고 총평했다. 이제훈 소믈리에는 “당도와 산도, 발효 등 강조하는 부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소비자들이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 제품들”이라는 의견을 냈다.

800점 만점의 평가에서 1등과 10등의 차이가 만점의 10%(80점)에 불과할 정도로 평가 결과는 ‘박빙’이었다. 우리술의 ‘톡 쏘는 막걸리’가 평점 합계 656점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청량감(70점)과 향(67점), 산도(67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우제규 소믈리에는 이 막걸리에 대해 “전형적인 전통 막걸리 느낌이 나면서도 부드럽고 상쾌하다”고 평했고, 이상훈 소믈리에는 “신선한 사과향이 일품이며 기분 좋은 산도와 청량감이 있어 마시기 편하다”고 평했다. 김협 소믈리에가 “인공적으로 탄산을 첨가해 청량감을 높인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상훈 소믈리에 외에도 고 교수와 황지미 소믈리에가 이 막걸리에서 느껴지는 사과향을 높이 평가했다.

조술당의 ‘포천 막걸리’가 649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 막걸리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평가 대상 막걸리 가운데 가장 ‘전통 막걸리’에 가깝다는 평이다. 오래전부터 마셔온 막걸리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모든 막걸리 가운데 대중성(68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이를 입증했다. 김협 소믈리에는 “방금 지은 밥의 구수한 냄새”라는 비유를 썼다. 황지미 소믈리에는 ‘우아한 연근향’으로 이 막걸리를 표현했다. 다만 산미(酸味)가 약간 강하다는 점은 몇몇 소믈리에들로부터 공통적으로 지적받은 항목이다.

640점으로 다음 순위에 오른 대강양조의 ‘소백산 햅쌀 누보 막걸리’는 향과 색(각각 67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최윤진 소믈리에는 “누룩향이 살아 있고 여운이 훌륭한 막걸리”라고 촌평했다. 우제규 소믈리에는 “향이 좋고 뒷맛이 깔끔하다”고 말했다.

○ 막걸리에 피어오르는 과일향


이상훈 소믈리에는 이날 막걸리 시음회에 대해 “막걸리에서 다양한 과일향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이 놀라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재료를 사용한 결과”라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실제로 막걸리에 다양한 과일향이나 채소의 향이 숨어있다는 것이 소믈리에들의 평가였다. 앞서 언급한 사과향이나 연근향 외에도 벌꿀향(소백산 햅쌀 누보 막걸리·고재윤)이나 도라지향(톡 쏘는 막걸리·김협), 바나나향(안성맞춤 길벗 막걸리·김협), 딸기와 바나나향(느린마을 막걸리·고재윤), 버섯향(햅쌀로 빚은 2010 첫술·황지미) 등이 소믈리에들의 평가에 등장한 향이다. 이 가운데 이동주조의 ‘철원 오대쌀 막걸리’는 김협, 고재윤, 이상훈, 황지미 소믈리에로부터 모두 ‘무향’이 도드라진다는 공통된 평가를 받았다.

신평양조장의 ‘하얀연꽃 백련막걸리’는 햅쌀 이외에 제조 과정에서 연잎 성분이 약간 들어간 막걸리다. 이런 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제훈 소믈리에는 “막걸리는 맛보다 그 특유의 향 때문에 외국인들에게 기피되는 일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 막걸리는 외국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정제된 향을 만든 노력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소믈리에들은 한주양조의 ‘안성맞춤 길벗 막걸리’에 대해 “여운이 적당하고 뒷맛이 깔끔하며”(우제규), “부드럽고 기분 좋은 향”(고재윤)이 있고 “상쾌한 산도가 인상적”(이상훈)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김협 소믈리에는 ‘하얀연꽃 백련막걸리’와 ‘안성맞춤 길벗 막걸리’에 대해 각각 “파전과 함께하면 어울릴 만한 막걸리”와 “잡채와 잘 맞을 듯한 막걸리”라며 곁들이 음식을 추천하기도 했다. 국순당의 ‘햅쌀로 빚은 2010년 첫 술’과 곁들일 만한 추천 음식은 ‘누룽지탕’이었다.

참살이L&F의 ‘참살이탁주’는 “신선한 맛과 여운으로 젊은 층이 선호할 만하다”(이상훈)는 점,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는 “가벼운 느낌으로 여성들이 좋아할 듯하다”(우제규)는 점이 각각의 장점이었다. 배다리술도가의 ‘배다리 생막걸리’는 “향이 마음껏 피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재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좋은 구조감으로 입이 즐거운 막걸리”(황지미)라는 평을 받았다. ‘철원 오대쌀 막걸리’의 특징으로는 무향과 함께 “가벼운 느낌”(우제규)이라는 점이 꼽혔다.

시음회인 탓에 굳이 ‘순위’를 매기기는 했지만 이날 시음회는 ‘등수’보다는 각 막걸리의 ‘개성’을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제훈 소믈리에는 “막걸리는 소비자의 연령이나 성향에 따라 선호도가 다를 수 있으며 그런 개인적이 취향이 평가의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시음한 막걸리들은 각각 개성이 있고 추구하는 방향이 다른 막걸리들”이라고 평가했다. 고 교수는 “양조하는 지역마다 물맛의 차이와 개성이 느껴지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는 “햅쌀 막걸리에 대해 굳이 맛을 운운하기보다 ‘새 막걸리가 나왔으니 한번 만나서 마시자’는 식으로 1년 동안 소원(疏遠)했던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고 회포를 푸는 도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글=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사진=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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