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년 전통 못지킨 조계종, 유사 정치집단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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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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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식 동국대 교수 ‘불교정화 세미나’ 주제발표 파문

24일 불교정화운동의 의미와 조계종의 과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 ‘불교, 정화운동 다시 생각한다’가 열렸다. 사진 제공 조계종
24일 불교정화운동의 의미와 조계종의 과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 ‘불교, 정화운동 다시 생각한다’가 열렸다. 사진 제공 조계종
불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이 세속에 물들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유사 정치 집단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광식 동국대 연구교수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불교정화운동 5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 ‘불교, 정화운동 다시 생각한다’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조계종이 1600년 불교사의 전통을 지키지 못한 채 종교집단과 정치집단 사이에서 외줄타기의 행보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세미나는 불교정화운동기념사업회와 보조사상연구원이 주최한 것으로 조계종이 불교계 대표 종단으로 재정립한 불교정화운동(1954∼1962년)의 의미를 밝히기 위해 기획됐다. 김 교수의 발표는 그동안 몇몇 스님이 종단의 세속화와 정치 집단화를 비판했지만 학술적인 분석은 드물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는 이날 ‘불교정화운동과 조계종의 오늘’이란 제목의 발표를 통해 △범어사, 화엄사 등의 문화재 수리비 횡령 △신정아 사건 △해인사의 납골 사업 논란 △봉은사 사태 △백양사 총림 자격 논란 △금권선거와 도박, 내연의 처를 두는 은처승(隱妻僧) 등 최근 조계종을 둘러싼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속 따라하기(모방주의), 개신교와 경쟁하기(열등주의), 유사 정치집단화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또 불교정화운동이 식민지 불교의 잔재 제거와 비구승단의 정통성 확보, 사찰 내부 정비 및 문화재 보호 등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정화운동의 과정에서 드러난 공권력 의존과 10년 새 20∼50배가 늘어난 자격 미달 승려의 증가, 과거 대처승과 유학승의 역할에 대한 부정, 선(禪)불교 지상주의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1994년 서의현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의 3선 연임 반대를 계기로 10년간 진행된 이른바 ‘종단 개혁’은 종단의 민주적인 운영이라는 성과는 있었지만 종단의 자정 기능이 약해지고 문중과 문도 중심의 이익집단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이 세미나에서는 김 교수 외에 보조사상연구원장인 법산 스님이 ‘1960년 승려대회의 참여주체 연구’, 진관 스님이 ‘근대 조계종 성립의 성격’을 주제발표하고 토론을 벌였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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