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동리·목월 문학상 수상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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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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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씨 “소설을 쓴다는 것은 뜨겁거나 서늘한 질문 품고 서성거림과 걷기의 반복”
이건청 씨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가 매너리즘 빠진 때’라시던 목월 선생 말씀이 채찍”

《소설가 한강 씨와 시인 이건청 씨가 올해 동리·목월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동리·목월문학상은 경북 경주시 출신인 소설가 김동리(1913∼1995)와 시인 박목월(1916∼1978)을 기려 제정된 상이다. 수상작은 한강 씨의 장편 ‘바람이 분다, 가라’, 이건청 씨의 시집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상금은 각 7000만 원이며 시상식은 12월 3일 오후 5시 반 경주시 신평동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다. 두 작가의 수상소감을 들어봤다.》
동리문학상 소설가 한강 씨…“항상 길 위에 있다는 느낌”

한강 씨
한강 씨(40)는 장편 ‘바람이 분다, 가라’(문학과지성사)를 3분의 2쯤 써놓고는 한참을 접어두었다. 소설을 쓰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절감하면서 보낸 시간이었다. 1년의 시간이 지나서야 작품을 이어갈 수 있었다. “글을 쓰는 한 이 싸움이 오래 계속될 거라는 사실이 때로는 두렵다”고 그는 말한다. 작가의 치열한 고민에서 나온 이 소설은 올해 동리문학상 수상작이 됐다.

‘바람이 분다, 가라’는 화가 서인주가 미시령에서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친구인 화자가 화가의 죽음에 숨겨진 사연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서인주의 애인이라고 주장하는 비평가 강석원이 화가의 유작을 공개하고 그녀의 죽음이 자살이었다고 주장하자, 화자는 의문을 품고 서인주의 흔적을 살피는 일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이해와 사랑, 기억의 전유와 재구성, 삶에의 강렬한 의지, 인간의 광기와 어두운 욕망 등 다양한 감각이 드러난다. 심사위원들은 “온몸으로 부딪치고 상처 입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써 인간 존재의 궁극적인 의미를 파헤쳤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스물넷의 나이에 소설가로 등단한 그가 40대에 들어섰다. “소설을 생각하면 늘 길 위에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한강 씨. 그는 소설가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뜨겁거나 서늘한 질문들을 품고, 서성거리고, 걷고, 다시 서성거리고… 그렇게 길 위에 있는 것이 내게는 소설을 써나가는 일인 것 같다”고 설명한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아주 조용한 이야기를 쓰고 있고, 이 소설을 마친 뒤 그동안 못 쓴 단편을 쓰려고 한다”는 말로 그는 ‘그 길 위를 걸어가고 있음’을 밝혔다.

목월문학상 시인 이건청 씨…“현대인 영감 회복이 책무”

이건청 씨
이건청 씨
“목월 선생을 기리는 상을 받게 되었다는 게 기쁩니다. 한국 시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시인 이건청 씨(68)는 올해 목월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은 13일 박목월 시인과의 오랜 인연을 떠올렸다고 했다. “고교 시절 문학축제에 목월 선생을 초청하고자 찾아뵈었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선생의 시와 인생이 모두 향기롭게 느껴졌어요. ‘저런 시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상작인 시집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동학사)는 울산 울주군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를 보고 썼다. 6000년 전 사람들이 바위를 갈고 쪼아 만든 형상에 시인은 전율을 느꼈다. 나팔 부는 사람, 그물에 갇힌 짐승, 고래잡이 배…. 바위에 돌로 문대고 두드려 만든 것을 보면서 시인은 6000년 전 사람들과 자신이 호흡을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느낌이야말로 분주한 현대인들이 잊고 살아온 원초적 생명력이 아닐까요.”

시로부터 멀어지는 현실에 대해 시인은 시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타성으로 가득 찬 현대에 청신한 영감을 회복시키는 게 시인의 책무입니다. 그 사명감을 갖고 단상 위가 아닌 현장에서, 직접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춰야 해요.” 한국시인협회 회장인 그가 시인들이 전국 독자의 삶의 현장을 찾아가는 ‘길 위의 시인들’ 행사에 큰 애착을 갖는 이유다.

“목월 선생이 말씀하셨어요. ‘살다 보면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가 있다. 그 순간이 매너리즘에 빠진 때라는 걸 명심해라’라고요. 40년 넘게 시인의 길을 걸으면서 그 말씀은 내가 앞으로 나아가도록 한 채찍질이었습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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