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箱은 아방가르드 건축가”

동아일보 입력 2010-09-15 03:00수정 2010-09-15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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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도 김해경’ 재조명, 오늘 서울대서 심포지엄
시인 이상은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학과 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졸업 후 건축 실무작업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텍스트를 재료로 문학 작품 속에서 새로운 공간을 탐구했다. 사진 제공 경기대 건축대학원
“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

시인 이상이 1932년 발표한 ‘건축무한육면각체(建築無限六面角體)-Au Magasin de Nouveaut´es(신식 상점에서)’의 첫줄이다. 올해 탄생 100년을 맞은 이상의 본명 김해경은 서울대 건축학과 동창회가 발행하는 동문록 첫 페이지에 올라 있다. 그가 서울대 공대 전신인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학과 1929년 7회 졸업생이기 때문이다.

시인 이상의 작품 세계를 ‘건축학도 김해경’의 자취에 초점을 맞춰 재조명하는 ‘이상, 그는 건축가인가?’ 심포지엄이 오늘 오후 3시 서울대 건축학과(39동)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권영민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김승회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가 이상이 남긴 텍스트를 건축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주제 발표와 토론에 나선다.

김승회 교수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상은 건축회지 ‘조선과 건축’ 표지도안 디자인과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기사로서 서울 서대문 옛 전매청 건물 현장감독 일을 한 것 외에는 건축가로서의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문학 작품 속에 건축적 상상의 흔적을 짙게 남겼다”고 말했다. ‘건축무한육면각체’ ‘오감도’ 등에서 보듯 무한히 분열하고 변형하는 네트워크 공간을 추구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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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인 건축가 박길룡과 박동진이 각각 화신백화점과 고려대 등의 작업을 통해 서구 모더니즘에 몰두할 무렵 이상은 새로운 텍스트를 구축하며 기존 질서를 부숴낸 새로운 개념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모더니즘은 양식이 아니라 태도’라는 명제가 유효하다면 그는 진정한 의미의 아방가르드 건축가로 볼 수 있다.”

권영민 교수는 “이상은 하나의 텍스트 안에 다른 텍스트를 인용하며 상호 텍스트적인 공간을 구축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대를 적극적으로 ‘학습’한 반면 근대의 실체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이상의 건축적 상상력이 가진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안창모 교수는 “학적부 기록으로 봤을 때 이상은 매우 뛰어난 건축학도였다”며 “하지만 그가 일본 도쿄에서 토로했던 ‘모더니즘에 대한 좌절’은 서구 모더니즘의 실질적 현장을 보지 못한 인텔리의 오판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혁명 이후 유럽 도시가 직면했던 문제를 해결한 건축의 위상을 알았던 당대 지식사회에 건축을 전공한 문필가의 존재는 당연히 소중했을 것이다. 다만 건축 영역에서 그의 가치를 실체 이상 부풀려 보는 시선은 경계해야 한다.”

주제발표 후 토론에는 배형민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교수, 건축가 최욱 씨가 참여한다. 02-880-7051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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