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여름 뜨겁게 달구는 ‘뮤지컬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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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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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뮤지컬 26편 무대에 올려
다양한 춤-볼거리 ‘뷔페식’ 제공
입소문 타고 작년 21만명 발길
지역경제 살리는 문화상품으로

《최고기온 32.6도.
14일 대구는 뜨거웠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개막한 날이다.
오후 들어 더위는 수그러들었지만
거리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올해 4회째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 만들어진 티켓부스의 긴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DIMF 공식 초청작 9편의 좌석 티켓을 1만 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다.

대구백화점 광장에 마련된 간이무대 주변에도 100여 명이 모여들었다. 공식 초청작 외에 대학생 참가작 ‘라이크 어 스타’의 하이라이트 공연이다. 청바지와 검정 티셔츠를 맞춰 입은 계명대 연극예술과 학생들이 오징어의 여러 동작을 몸으로 표현하겠다며 코믹 율동을 펼치자 시민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이지현 씨(37)는 “학생들의 공연이라 서툰 면도 있지만 무대 위 열정을 보면 절로 박수가 나온다”고 말했다.

○ 방문객도, 수입도 가파르게 성장

DIMF가 올해로 4회를 맞는다. 한 도시에서 국내외 뮤지컬을 만나는 축제는 DIMF와 뉴욕뮤지컬페스티벌(NYMF)뿐이다. 올해 공연작은 26편. 올해는 개막작으로 멕시코 뮤지컬 ‘앙주’를, 폐막작으로 호주 작품 ‘사파이어’(30일∼7월 3일)를 선보인다. DIMF에서 초연하는 국내 작품 ‘번지점프를 하다’(7월 3, 4일)와 ‘헨젤과 그레텔’(18∼20일), 상반기 서울 공연 히트작인 ‘몬테 크리스토’(22∼27일)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DIMF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2007년 1회 축제 때 10만1000명이었던 방문객은 지난해 20만9000명으로 늘었다. 다른 지역에서 오는 관광객도 늘어나 2008년에는 3만1000명, 2009년에는 4만3000명의 외지인이 대구를 찾았다. 수입도 1회 8억6000만 원으로 집계됐으나 이듬해에는 45억4000만 원으로 5배 넘게 늘어났다. 3회에는 43억5000만 원이었다. “1회 때 호응이 좋았던 덕에 2회 때부터 기업 투자가 크게 늘어나 수입이 증가했다”고 DIMF조직위원회는 설명했다.

○ 지역 경제도 살리고 이미지도 높이고

DIMF는 지역 경제에도 ‘효자 축제’로 떠오르고 있다. 2009년 산출한 DIMF의 생산유발 효과는 45억600만 원. 홍보물과 기념품 제작, 조명기기 등 장비 제작까지 고용 창출 효과도 크다. 다른 지역에서 온 방문객이 지출하는 교통비, 숙박비, 식음료비와 쇼핑, 오락비도 지역 경제에 선순환을 가져온다. 2009년의 경우 타 지역 방문객들이 축제를 맞아 대구 지역에서 지출한 비용이 26억2000만 원으로 산출됐다. 조직위원회는 “관광 수입이 거의 없었던 대구가 DIMF의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방문객 10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DIMF가 지역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 ‘대외적으로 지역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답변이 7점 만점에 평균 5.6점으로 평가됐다.

대구=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피와 어둠의 공포 이야기 록-발라드로 유쾌한 덧칠▼

■ 대구페스티벌 개막 뮤지컬 ‘앙주’

제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14일 개막했다. 국내외 뮤지컬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 행사의 첫날은 축제의 
열기로 뜨거웠다. 공식초청작 티켓을 1만 원에 판매하는 부스는 티켓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고(왼쪽),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선 
대학생 참가작의 하이라이트 공연이 펼쳐져 흥겨운 분위기를 빚어냈다(가운데). 오른쪽은 16세기 프랑스의 정치적 암투를 다룬 제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앙주’. 사진 제공 DIMF
제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14일 개막했다. 국내외 뮤지컬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 행사의 첫날은 축제의 열기로 뜨거웠다. 공식초청작 티켓을 1만 원에 판매하는 부스는 티켓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고(왼쪽),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선 대학생 참가작의 하이라이트 공연이 펼쳐져 흥겨운 분위기를 빚어냈다(가운데). 오른쪽은 16세기 프랑스의 정치적 암투를 다룬 제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앙주’. 사진 제공 DIMF
귀신들이 공동묘지에서 하나둘씩 나오자 관객들은 어깨를 움츠렸다. 얼굴에 푸른 핏줄이 가득 선 분장으로 기괴한 소리를 내는 모습은 분명 과장된 것임에도 음산하게 느껴졌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개막작으로 공연된 ‘앙주’는 매끄럽지 않아 오히려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멕시코 뮤지컬이 국내에 소개되기는 처음이다. 줄거리는 프랑스 역사에서 가져왔다. 16세기 프랑스에서 아들 셋을 왕위에 올리면서 섭정을 했던 카트린 드 메디치가 주인공이다. ‘A tale of horror(공포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공연은 시종일관 음울한 분위기가 지배한다. 단조와 장조, 록과 발라드가 뒤섞인 음악이나 쾌활한 듯, 화난 듯 들리는 빠른 스페인어는 호러와 블랙코미디가 교차하는 작품의 성격과 잘 어울려들었다. 이 다양한 요소들의 울퉁불퉁한 부조화가 작품의 흥미를 높였다.

왕이 된 둘째아들이 말을 듣지 않자 어머니 카트린이 어렸을 적 가했던 학대를 떠올리게 하며 협박하는 장면은 섬뜩했다. 그러나 약제사들이 여왕의 기세에 눌려 둘째아들을 죽이기 위한 독약을 만들겠다고 납작 엎드리며 춤추는 장면에선 웃음이 새나왔다. 셋째아들 엔리케와 매제 아르투로 간의 애증 관계의 실체가 밝혀지는 순간에선 모순적인 감정의 충돌이 절정을 이뤘다.

청소년 배우들이 주축인 제작사(토마스제퍼슨뮤지컬시어터컴퍼니)답게 대부분의 배우들이 18∼20세였다. 뽀송뽀송한 얼굴의 배우들이 거친 몸 연기를 펼칠 때는 열정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숙성되지 않았지만 뜨거웠다. 1만∼5만 원, 20일까지, 대구 북구 칠성동 오페라하우스. 1544-1555

대구=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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