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산수화는 ‘OK’, 세한도는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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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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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 中능가 ‘청출어람 한국 전통미술’ 60여 점 선정

한국 산수화의 개벽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 안휘준 교수는 이 작품을 “청출어람의 경지에 이른 
대표작”으로 꼽았다. 사진 제공 사회평론
한국 산수화의 개벽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 안휘준 교수는 이 작품을 “청출어람의 경지에 이른 대표작”으로 꼽았다. 사진 제공 사회평론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OK,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NO.” “고려청자는 OK, 조선 분청사기는 NO.”

중국 미술의 영향을 받아야 했던 한국 미술. 그 상황에서도 중국을 능가하는 성취를 이뤄낸 미술작품을 꼽는다면 과연 무엇이 있을까.

미술사학자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70)가 중국을 능가하는 전통미술 문화재 60여 점을 엄선해 15일 출간된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사회평론)을 통해 발표했다. 청출어람은 ‘한국 미술이 중국 미술의 영향을 받았으나 그보다 더 뛰어나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안 교수의 이번 작업은 2007년 서울 종로구 평창동 화정박물관의 ‘화정미술사 강연’에서 비롯됐다. 당시 강연을 통해 청출어람이라는 기준을 정한 안 교수는 3년 동안 수차례의 선정 작업을 진행했다. 우선 200여 점을 고른 뒤 작품 수를 줄여나가며 ‘청출어람’의 경지에 걸맞은 60여 점을 골라냈다. 안 교수는 “한국 미술이 중국 미술보다 못하다는 일반적 통념을 깨고 일제강점기부터 왜곡된 한국 미술의 진상을 바로잡기 위해 이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안 교수가 선정한 청출어람의 한국 미술은 △고구려 벽화 △백제 금동대향로 △신라 금동미륵보살반가상(국보 83호) △신라 금관 △통일신라 석굴암 본존불 △통일신라 성덕대왕신종 △고려청자 △고려 불화 △안견의 몽유도원도 △정선의 진경산수화 △윤두서의 자화상 △신윤복의 미인도 △김홍도의 풍속화 △백자 달항아리 △종묘 등 60여 점.

금동미륵보살반가상은 뛰어난 금속공예술과 종교적 숭고미로 일본에 큰 영향을 준 7세기 동아시아 불교조각의 대표작이라는 점, 백제 금동대향로는 중국에서도 보기 드물게 조형미가 뛰어나고 깊은 사상이 담겨 있다는 점, 석굴암 본존불은 종교적 신성성과 예술적 이상을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

고려와 조선의 불교 조각, 조선의 분청사기와 청화백자, 추사의 추사체와 세한도 등은 제외됐다. 안 교수는 “이들 모두 최고의 경지에 이르긴 했지만 중국의 것보다 월등하게 낫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고심 끝에 제외했다”고 밝혔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추사체의 경우, 중국의 왕희지체나 조맹부의 송설체보다 낫다고 말하기 어렵고 세한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신라 첨성대는 그 용도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아 논란의 소지가 있어 청출어람의 한국 미술에서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미술과의 비교를 통해 특정 기준으로 한국 전통미술을 평가한 것은 안 교수의 이번 작업이 처음이다. 이 같은 작업은 한국 미술에 대한 객관적 평가이자 자부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안 교수는 “한국 미술이 중국 미술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한국 미술은 우리의 미적 취향과 감각에 맞춰 중국 미술을 능가하는 높은 경지를 창출해냈다”고 강조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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