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속에 잊혀진 전통의 파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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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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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네샤트 ‘욕망의 유희’전
문경원 ‘그린하우스’전

40여년 예술의 궤적
유리지 교수 회고전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이도 빠진 남녀 노인들의 뺨에 점차 수줍은 홍조가 번진다. 마주 보는 두 개의 화면에 각기 할머니, 할아버지가 무리지어 앉아 젊은 시절 불렀던 노골적 구애의 노래를 번갈아 주고받는 모습이 펼쳐진다.

이란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 시린 네샤트 씨의 ‘욕망의 유희’전(7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몽인아트센터)은 2채널 영상작품과 사진을 통해 공산 혁명을 거치며 쇠락한 라오스의 풍습을 되살려낸다. 전통의 파편을 통해 라오스의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상황의 실재를 들여다보는 작업.

시골 노인들이 부르는 것은 전통적으로 결혼식이나 축제에서 구애 의식의 일부로 행했던 ‘램’이란 장르의 노래다. 노골적 표현을 담은 자유분방한 즉흥시와 재치 넘치는 응답을 노래하는 가난한 노인들의 얼굴에 시간이 휩쓸어간 ‘전통’과 시간이 남긴 ‘흔적’이 대비된다. 02-736-1446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문경원 씨의 ‘그린하우스’전(7월 4일까지) 역시 망각된 역사의 잔재를 소재로 한다. 작가는 모든 것이 통제된 ‘온실’이란 인공적 공간을 무대로 삼아 역사적 변화의 흐름을 영상과 회화, 설치작품으로 풀어냈다.

1909년 일제가 지은 한국 최초의 서양식 온실을 모티브로 한 설치작품 ‘그린하우스 1909’와 옛 기무사에 있던 온실을 배경으로 사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다큐멘터리 ‘박제’는 뒤틀린 역사를 조명한다. 시대의 회오리를 피할 수 없었던 두 온실은 시간의 상징물로 등장해 이미 사라진 것과 앞으로 사라져갈 것들에 대한 무수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02-2287-350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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