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에 녹아든 ‘아리랑’ 1930년대 재즈-댄스곡 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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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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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아가씨’ 뜻하는
매천야록 속의 ‘阿里娘’
어원으로 보자는 주장도

1950년대 조선족 문예지의 제목으로 등장한 ‘아리랑’(왼쪽)과 1954년 미국 가수엘리 윌리엄스가 발표한 앨범 ‘아디동’(아리랑).동아일보 자료 사진
1950년대 조선족 문예지의 제목으로 등장한 ‘아리랑’(왼쪽)과 1954년 미국 가수엘리 윌리엄스가 발표한 앨범 ‘아디동’(아리랑).동아일보 자료 사진
■ 내달 4일 학술대회

한민족을 대표하는 노래 ‘아리랑’의 기원과 다양한 변화 양상을 살펴보는 학술대회 ‘한국 아리랑학(學)의 오늘과 내일’이 6월 4일 숭실대 한국문예연구소 주최로 열린다. 이 연구소는 아리랑의 생명성에 비해 연구는 부족하다는 인식에 따라 2년 전부터 아리랑의 학문화를 모색해 왔다.

아리랑은 일반적으로 한과 슬픔을 표출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중가요가 되었을 때는 기쁨과 위로를 전하는 노래가 되기도 했다. 장유정 단국대 교수는 ‘아리랑 텍스트의 지속과 변이과정’ 발표에서 1926년 나운규의 무성영화 ‘아리랑’ 이후 광복 이전까지 유성기 음반에 수록된 ‘대중가요 아리랑’을 분석한다. 기쁨의 아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곡으로는 ‘아리랑 풍년’(콜럼비아, 1943년), ‘아리랑 낭낭’(태평, 1941년) 등을 꼽았다. 재즈 가수로 활동했던 이복분이 부른 ‘아리랑’(빅타, 1937년)은 음원이나 가사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재즈 민요’로 표기돼 아리랑과 재즈의 혼성이 이미 이때 이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장 교수는 “대중가요 아리랑의 곡종(曲種)을 보면 신민요, 유행가, 재즈민요, 댄스곡 등으로 1930년대에 이미 다양한 음악적 변모를 시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리랑’이라는 말의 뜻을 검증하는 논문도 발표된다. 조용호 한국문예연구소 연구원은 ‘아리랑 연구사’ 발표에서 매천 황현이 1894년 매천야록(梅泉野錄)에서 밝힌 “아리랑은 ‘신성한 아가씨’라는 뜻”이라는 설명에 무게를 싣는다.

장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매천은 아리랑을 ‘아리랑(阿里娘)’으로 기록했지만 1955년에야 늦게 출판돼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30년 6월, 조선총독부 촉탁연구원 김지연이 총독부 기관지 ‘조선(朝鮮)’에 ‘조선민요 아리랑, 조선민요의 연구(2)’를 발표하면서 6가지나 되는 설을 발표함으로써 ‘뜻을 알 수 없는 민요’라는 인식이 퍼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조 연구원은 “김지연이 제시한 아이롱(我耳聾)설, 아리랑(我離娘)설, 아난리(我難離)설, 아랑(阿娘)설, 아랑위(兒郞偉)설, 알영(閼英)설 등이 지금까지도 아리랑 연구의 연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아리랑의 문화콘텐츠화(이창식 교수·세명대), 현대 대중예술의 아리랑 수용양상(김동권 교수·송담대), 현대문학의 아리랑 수용 양상(박경수 교수·부산외국어대), 북한의 아리랑 축제와 민족 예술의 가능성(전영선 연구교수·한양대), 대중가요 아리랑의 1945년 이전 동아시아 전파 양상(이준희 연구원·한국학중앙연구원) 등 발표가 이어진다.

조규익 숭실대 문예연구소장은 “최근 아리랑의 문화콘텐츠화 사업은 학술적 측면보다 산업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연원이나 기원 등에 대한 학술적 연구를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아리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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