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착취로만 日帝 묘사하면 과잉 민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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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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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주의의 다양한 모습 조망
전국역사학대회 28일 개막

‘식민지 수탈론’이나 ‘식민지 근대화론’ 같은 일방적 관점에서 벗어나 식민주의의 다양한 면모를 살피는 전국역사학대회가 28, 29일 고려대에서 열린다. 1927년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해 목포항에 쌓아둔 목화. 동아일보 자료 사진
‘식민지 수탈론’이나 ‘식민지 근대화론’ 같은 일방적 관점에서 벗어나 식민주의의 다양한 면모를 살피는 전국역사학대회가 28, 29일 고려대에서 열린다. 1927년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해 목포항에 쌓아둔 목화.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일제 강점기에는 침략과 저항만 있었을까. 식민주의의 책임을 규명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것을 너무 강조하면 식민주의의 다른 양상을 놓치기 쉽다.

올해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도식적인 지배과 피지배의 관계를 넘어 양자간의 다양한 관계를 조망하는 전국역사학대회가 28, 29일 서울 고려대에서 열린다. 전국역사학대회는 국내 역사학계 최대 학술대회로, 한국사연구회를 비롯해 경제사학회, 한국사학회, 한국서양사학회, 역사교육연구회 등 17개 학회가 참여한다.

이번 대회의 공동 주제는 ‘식민주의와 식민책임’. 서양 식민주의 유산을 살피고, 일본형 식민주의 전개와 구조, 식민지 조선 경제의 제도적 유산 등을 살핀다. 한국 사회와 학계의 자신감을 표현하기라도 하듯 침략과 저항을 넘어 식민주의의 다양성을 고찰하는 발표가 많다. 28일은 공동 주제하에 7편의 발표가 진행되고, 29일에는 17개 학회 주관으로 경제사학, 과학사학, 미술사학, 서양사학, 고고학 등의 분야에서 학술대회가 열린다.

28일 공동 주제 발표에서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서양 식민주의의 유산’을 주제로 발표한다. 박 교수는 영국과 인도의 사례를 통해 식민주의가 전적으로 식민지의 경제발전을 저해했다거나 반대로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였다는 도식적인 주장을 반박하는 연구 결과들을 소개한다.


■ 박진동 연구원

역사교과서, 저항-침략만 강조

우리사회 설명할 다른 주제 놓쳐

영국 식민지들은 독립국일 때나 다른 유럽 국가의 식민지였을 때보다 영국의 지배 시기에 더 빠르게 발달했고, 영국 제국은 식민지 사회에 민주주의를 촉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1930년대 영국이 인도의 채무국이 된 사실에서 보듯 피식민지가 식민본국의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박 교수는 “식민본국이 남긴 폐해가 있는 것도 분명하지만 탈(脫)식민사회에서 발견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모두 식민주의 탓으로 돌리는 오류도 시정돼야 한다”며 “다양한 식민주의 모습을 밝히는 것은 진정한 탈식민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같은 날 박진동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원은 발표문 ‘일제의 식민지배, 유산, 책임과 역사교육’에서 식민지 시기에 대한 우리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성찰한다. 우리의 역사 교과서에 ‘잔인무도, 약탈, 착취’와 같은 ‘초역사적인 용어’가 자주 나오는 등 과잉 민족주의에 빠져 있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다양한 관점과 시각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 박지향 교수

식민기간 인도에 빚진 英처럼

‘식민본국 일방적 이득’은 편견


교과서의 내용이 저항과 침략의 구도를 강조함에 따라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적 연속성을 설명할 다양한 주제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일제 지배라는 조건하에서 능동적으로 활동한 한국 기업인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가 문제로 남는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민족주의를 재해석하고 평화와 인권의 관점을 고려하는 등 다층적이고 다원적인 시각을 반영해 장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29일에는 경제사학, 과학사학, 미술사학, 서양사학,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술대회가 열린다. 한국사연구회는 ‘일본인의 식민지 조선 조사활동과 조선 인식’을 주제로 일제하 조선고적연구회의 고적조사, 도쿄제국대의 토속 인류학적 조선 조사 등에 대해 발표 및 토론을 한다. 한국서양사학회는 ‘서양사 속의 제국과 식민주의’를, 도시사학회는 ‘식민지배와 도시문제’를, 한국역사연구회는 ‘한국 역사 속의 외세’를 주요 주제로 논의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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