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원시부족이 알려준 행복… 새는 날고 인간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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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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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우마라 사람들과 미국의 오래달리기 선수들이 참가하는 경기를 성사시킨 카바요 블랑코(오른쪽)가 한 타라우마라 사람과 함께 멕시코의 코퍼캐니언에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제공 페이퍼로드
타라우마라 사람들과 미국의 오래달리기 선수들이 참가하는 경기를 성사시킨 카바요 블랑코(오른쪽)가 한 타라우마라 사람과 함께 멕시코의 코퍼캐니언에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제공 페이퍼로드
◇본 투 런/크리스토퍼 맥두걸 지음·민영진 옮김/408쪽·1만4800원·페이퍼로드

“2003년 겨울 멕시코에 출장 중이던 나는 여행 잡지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때 돌투성이 비탈길을 달려 내려가고 있는 남자의 사진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남자는 원피스 같은 긴 옷을 입고 샌들을 신은 채 돌투성이 산길을 전력질주하고 있었다.”

AP통신 종군기자로 전장과 오지를 누볐던 저자는 실종된 팝스타를 취재하러 멕시코로 가는 길에 읽은 잡지에서 사진 한 장을 보고 마음을 빼앗겼다. 사진 속 인물은 ‘타라우마라’족 남자였다. 멕시코의 험준한 오지에 사는 타라우마라족에게 달리기는 일상이며, 오래달리기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저자는 타라우마라족을 찾아 나선다.

저자는 먼저 만난 아이들에게서 그들의 달리기 능력을 엿볼 수 있었다. 나무공을 몰고 다니면서 왕복으로 달리는 경기에서 아이들은 유감없이 솜씨를 발휘했다. “열두 살 마르셀리노가 달리는 모습은 너무나 놀라워서 처음에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발은 돌 사이로 쉴 새 없이 날쌔게 움직였지만 허리 위쪽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허리 윗부분만 보면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줄 알 것이다.”

타라우마라족의 최고 선수인 아르눌포(왼쪽)가 미국에서 온 스콧 주렉과 나란히 산길을 달리고 있다.
타라우마라족의 최고 선수인 아르눌포(왼쪽)가 미국에서 온 스콧 주렉과 나란히 산길을 달리고 있다.
아이의 달리기 솜씨는 유전적인 것이었다. 스스로를 ‘라라무리(달리는 사람들)’라고 부르는 타라우마라족은 정기적으로 ‘라라히파리’라는 달리기 축제를 연다. 밤새도록 옥수수로 빚은 술을 마시며 광란의 파티를 즐기다가 동이 트면 경주가 시작된다. 웃고 떠들다가 출발신호가 울리면 그대로 48시간을 쉬지 않고 달린다. 멕시코 역사학자 프란시스코 알다마는 한 타라우마라인이 한번에 700km를 달렸다고 기록했다. 그것도 스포츠 러닝화가 아니라 얇은 가죽 밑창에 끈으로 얼기설기 묶은 샌들을 신고 뛴 기록이었다.

저자는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타라우마라족과 가깝게 지내는 카바요 블랑코라는 사람을 만나면서 이벤트를 계획하게 된다. 미국의 오래달리기 선수들을 타라우마라족이 사는 협곡으로 데리고 가 경주를 시키는 것이다. 성사되기 어려울 것 같던 이 경주는 미국 최고의 선수 스콧 주렉이 참가를 결정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2006년 3월. 멕시코의 산골 마을 우리케에서 미국인들과 현지인들이 참가한 유례없는 달리기 대회가 열린다. 수줍음 많고 낯선 사람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타라우마라족이지만 달리기에 대한 열정을 숨길 수 없었다. 블랑코가 섭외한 5명 외에 여기저기 마을에서 참가자들이 속속 합류했다. 참가자들이 반나절에 걸쳐 달린 결과 우승은 타라우마라족의 아르눌포가 차지했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기’ 예찬이다. 저자는 특히 원시적인 달리기의 장점을 얘기하며 운동화가 인간의 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하버드대 교수의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애초에 우리 몸은 맨발로 달리는 데 익숙해 있었는데 두툼한 쿠션으로 발을 감싸면서부터 오래달리기에 최적화된 근육과 힘줄이 제 기능을 잃게 됐다”고 말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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