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카페]애견산업 커진 만큼 애견문화도 뿌리내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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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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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맨해튼에 사는 바버라 로젠블레트 씨는 브로드웨이 근처 ‘바나나 리퍼블릭’ 매장의 탈의실을 나서려다 발을 헛디뎠습니다. 옆 탈의실 문 바깥으로 삐져나온 갈색 개꼬리 때문이었죠.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 웹사이트에 기고한 ‘유비쿼터스 펫’이라는 글에서 “동물은 이제 거의 모든 장소에 보호자와 동반하는 작은 아이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로젠블레트 씨에 따르면 미국에서 ‘갭’은 매장 임대인이 허용하고 다른 고객이 개를 거부하지 않는 한 가게 안에 개를 데리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반스앤드노블’ 서점도 그렇다는군요.

반면 에리카 맨프레드 씨는 “개에 대한 우리의 감상주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기본적으로 ‘안티 도그(anti-dog)’”라면서 “프랑스에서는 심지어 레스토랑에서도 개를 환영한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개와 어디나 함께 다니는 것은 개가 외로운 삶을 견딜 만하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맞부딪치는 이 두 편의 글을 읽으면서 반려동물과 관련한 생활 속 이야기를 공론화한다는 점이 살짝 부러웠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애견 문화’를 두고 제대로 논의가 이뤄진 적이 있었나 싶어서이기도 합니다.

개나 고양이와 함께 사는 이들은 동네 산책길에서조차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힘들다고 하소연합니다. 웬만해선 반려동물과 같이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엄두도 못 내지요. 반려동물과 살지 않는 이들은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개똥,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고 말하는 이들의 무신경을 질타합니다.

그러니 찬반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반려동물의 매장 입장에 대한 정책을 마련한 기업은 물론이고 “반려동물과 함께 쇼핑하는 자유를 허용하는 게 요즘 유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다”는 뉴욕타임스 필자의 불만조차 ‘오, 저런 것까지…’ 하며 신기하게 보이나 봅니다.

SBS ‘동물농장’의 김기슭 PD는 “한국 사회에서는 ‘동물이 어떻게 사람이야, 식구야’라는 비판적인 목소리와, 반려동물과 사는 이들 사이에는 개나 고양이를 분명히 가족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공존한다”면서 “우리 프로그램도 동물에 대한 접근 방식이 분명히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애완동물용품 업계의 얘기를 들어보면, 2000년대 초 이후 반려동물 입양이 붐처럼 일어난 뒤 비슷비슷한 규모를 유지해 왔답니다. 그러다 지난해 훌쩍 두 자릿수 성장을 하더랍니다. 요즘은 고양이 사료 및 용품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는군요. 산업이 덩치를 키우는 만큼 관련 문화도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건강하게 뿌리내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이영 산업부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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