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2년… 복원공사 준비 마치고 내달 10일 착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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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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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공사 착공을 앞두고 있는 국보 1호 숭례문의 현재 모습. 불에 타 무너져 내린 목조 누각의 부재들이 모두 치워지고 지붕이 사라져버린 2층 누각의 모습이 2년 전 화재의 처참함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원대연 기자
복원 공사 착공을 앞두고 있는 국보 1호 숭례문의 현재 모습. 불에 타 무너져 내린 목조 누각의 부재들이 모두 치워지고 지붕이 사라져버린 2층 누각의 모습이 2년 전 화재의 처참함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원대연 기자

‘힘겹게 서있는 누각’ 부재부터 해체

2년이 지났지만 사고 현장은 여전히 처참했다. 뻥 뚫린 지붕, 간신히 걸쳐 있는 1층 처마와 서까래들. 그걸 받치고 있는 비계(공사를 위해 세운 임시가설물)와 버팀목이 힘겨워 보였다.

문화재청은 국보 1호 숭례문이 화마를 입은 지 2년이 되는 2월 10일 본격적인 복원 공사에 들어간다. 문화재청은 화재 발생 이후 지금까지 시행해온 복원 공사를 위한 조사 및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다. 불탄 부분의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 피해상황 조사, 주변 발굴, 현판 보존 처리, 복원 설계 등을 마쳤다.

복원 공사는 목조 누각에 남아 있는 부재(部材·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재료) 해체-부재 실측 및 재사용 여부 판단-성벽 복원-목조 누각 조립-기와 올리기-현판 걸기 순으로 진행된다. 복원 공사는 2012년 말 마칠 예정이다.

15일 현장을 찾았을 때, 문화재청과 시공사 관계자들은 누각 1층의 처마와 서까래 등 여러 곳의 안전을 점검하고 있었다. 문화재청의 이정연 사무관은 “그동안 불에 타 무너져 내린 부재는 모두 수습했지만 누각에 붙어 있는 부재는 해체하지 않았다”며 “착공식 이후 먼저 해야 할 일은 부재를 해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대장간서 연장 만들어 한복차림 등 전통방식 진행
교통흐름 막지 않는 범위서 서쪽 성벽 추가연장도 논의


숭례문 복원 조감도. 숭례문뿐만 아니라 좌우 성벽 일부를 함께 복원하게 된다. 문화재청은 특히 서쪽 대한상공회의소와 숭례문 사이 도로의 상공으로 성곽의 윗부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 제공 문화재청
숭례문 복원 조감도. 숭례문뿐만 아니라 좌우 성벽 일부를 함께 복원하게 된다. 문화재청은 특히 서쪽 대한상공회의소와 숭례문 사이 도로의 상공으로 성곽의 윗부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 제공 문화재청

숭례문 복원 공사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숭례문뿐만 아니라 좌우 성벽 일부를 함께 복원한다는 점. 숭례문이 조선시대 한양 도성의 남쪽 성문이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동쪽 남산 자락으로는 80m, 서쪽 대한상공회의소 쪽으로는 16m를 복원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의 김창준 문화재보존국장은 “동쪽 성벽은 교통에 문제가 없어 남산자락까지 복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서쪽인 대한상공회의소 방향으로는 교통 문제가 있어 서울시 경찰청과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이지만 문화재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와 숭례문 사이 도로의 상공으로 성곽 윗부분의 여장(女墻·적을 공격하기 위해 성벽 위에 설치하는 낮은 담장 부분)이 지나가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 아직 논의 중인 단계지만 이렇게 복원되면 숭례문과 도성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릴 수 있고 서울의 명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들보나 기둥에 사용할 대형 소나무는 모두 확보해 놓은 상태다. 강원 삼척시에서 벌목한 금강송 10그루는 경복궁에서 건조 중이다. 국민이 기증한 21그루의 소나무도 추가로 확보해 놓았다. 이정연 사무관은 “대들보나 기둥에 들어가는 대경목(大莖木)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복원 공사 전 과정을 조선시대 전통방식으로 진행한다. 한복을 입고 작업을 하고 전통 도구를 직접 만들어 공사를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숭례문 복원 공사 현장에 대장간을 만들기로 했다. 포스코의 도움을 받아 조선시대 철물과 동일한 성분의 철괴(철덩어리)를 만든 뒤 현장의 대장간에서 이것으로 톱과 대패, 정 등을 만들어 복원 공사에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 숭례문 현장에는 문화재청 직원 3명, 시공사인 명헌건설 직원 10명, 감리단 5명과 경비요원 등 20여 명이 상주하고 있다. 앞으로 가장 바빠질 사람 가운에 한 명은 명헌건설의 김의중 현장소장(68). 명헌건설은 복원 공사를 위해 그를 최근 급히 스카우트했다. 김 소장은 공업고를 졸업하던 1961년 숭례문 중수 공사에 참여해 1년 동안 실측 업무를 맡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제가 숭례문 복원 공사에 다시 참여하게 되다니, 저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숭례문이 늠름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2012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문화재청은 2월 9일부터 2주 동안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숭례문 모형을 전시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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