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건축, 그 모호한 경계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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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서울국제건축영화제 19일부터
‘마천루’-‘취화선’ 등 6편 상영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상영작인 ‘프랭크 게리의 스케치’(위)는 시드니 폴락 감독이 게리의 작품 세계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내 건축가’의 너새니얼 칸 감독은 아버지인 건축가 루이스 칸의 굴절된 삶을 작품을 통해 추적했다. 사진 제공 대한건축사협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상영작인 ‘프랭크 게리의 스케치’(위)는 시드니 폴락 감독이 게리의 작품 세계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내 건축가’의 너새니얼 칸 감독은 아버지인 건축가 루이스 칸의 굴절된 삶을 작품을 통해 추적했다. 사진 제공 대한건축사협회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 씨(64)는 “건축과 영화는 모두 지식과 비(非)지식, 예술과 현실의 경계에서 평가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했다. 19∼2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미로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제1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건축과 영화의 모호한 경계를 확인할 수 있는 행사다.

상영작은 킹 비더 감독의 ‘마천루’, 시드니 폴락 감독의 ‘프랭크 게리의 스케치’, 너새니얼 칸 감독의 ‘내 건축가’(이상 미국), 마르쿠스 하이딩스펠더와 민 테슈 감독이 만든 ‘렘 콜하스: 도전과 혁신’(독일), 미리암 폰 아르크스 감독의 ‘노먼 포스터와 거킨 빌딩’(스위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등 6편이다.

1949년 작 ‘마천루’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모델로 한 젊은 천재 건축가 하워드 로크(게리 쿠퍼)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갈등하는 이야기를 그린 극영화. 지난해 세상을 떠난 폴락 감독의 마지막 연출작인 ‘프랭크 게리의 스케치’(2005년)는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미국 로스앤젤레스 디즈니 콘서트홀 등을 설계한 건축가 게리의 작품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내 건축가’(2003년)를 만든 칸 감독은 건축가 루이스 칸의 아들이다. 그는 1974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작품과 친구들을 찾아가며 복잡했던 가족사를 돌아본다. 예일대 아트갤러리, 방글라데시의 국회의사당 등을 남긴 루이스 칸은 모더니즘 건축의 기능주의에 반발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침묵과 빛의 공간’을 추구한 건축가다. 명성에 걸맞지 않게 73세 때 미국 뉴욕 펜실베이니아 기차역에서 변시체로 발견된 아버지의 굴곡진 삶을 이해하려 애쓴 감독의 마음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렘 콜하스…’와 ‘노먼 포스터…’는 각각 네덜란드와 영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의 작품 활동을 기록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경희궁 ‘프라다 트랜스포머’ 설치 프로젝트로 국내에 잘 알려진 콜하스가 저널리스트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던 청년시절의 자료를 볼 수 있다. 오이지를 닮았다고 해서 ‘거킨(gherkin)’이라 불리는 ‘30 세인트 메리 액스’ 빌딩은 계획 단계부터 런던의 스카이라인을 망가뜨릴 것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던 건물이다. 영화는 런던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이 건물을 짓기 위해 어떻게 갈등을 조정했는지 보여준다.

특별상영작 ‘취화선’ 상영 뒤에는 주병도 미술감독과 권문성 아뜰리에17 대표가 한국 영화에 담긴 전통 건축을 주제로 대담한다. 다른 작품 상영 뒤에도 이상준 연세대 교수, 정재용 홍익대 교수, 김원 광장건축환경연구소 대표 등이 영화 속 건축에 대해 관객과 이야기를 나눈다. 02-3415-6863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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