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재래를 꿈꾸는 29세 스페셜리스트…마르틴 슈타트펠트

  • 입력 2009년 9월 8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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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에 새로운 색을 입히다.’

마르틴 슈타트펠트의 첫 내한공연을 앞두고 기획사가 내세운 타이틀이다. 바흐는 알겠는데, 새로운 색이란?

슈타트펠트의 사진을 보니 ‘포스’가 범상치 않다. 그가 펼쳐 보인 손가락에선 고압의 전류가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다. 젊음의 힘이 과잉으로 느껴질 정도로 넘친다. 도대체 누구지?

1980년 독일 태생이니 스물아홉. 1997년 17세의 나이로 루빈스타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1년에는 부조니 콩쿠르에서 우승. 2002년엔 라이프치히 바흐 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다. 22세 때의 일로, 독일인으로는 최초라 하여 화제가 됐다.

이 대회 우승 덕에 슈타트펠트는 소니 레이블에 전격 발탁되며 8장의 음반을 냈다. 유럽과 일본 클래식 팬들 사이에선 절대의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각광받으며 젊은 거장으로 추앙받고 있다.

슈타트펠트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바흐 피아노곡’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을 연주한다.

‘골드베르크 변주곡’하면 떠오르는 인물. ‘괴짜’를 넘어 ‘기인’으로까지 불렸던 글렌 굴드다. 자신을 위한 특제의자(높이가 보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낮았다)와 연주 도중(심지어 음반에서조차)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나오는 콧노래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글렌 굴드다.

굴드의 자유분방하고 독자적인 바흐 해석에 슈타트펠트는 무한한 상상력을 보탰다. 그의 연주가 굴드의 것보다 우월하다는 말은 감히 하지 못하겠다. 다만 굴드는 굴드요, 슈타트펠트는 슈타트펠트라는 말만큼은 자신있게 할 수 있다.

그를 두고 ‘글렌 굴드의 재래’ 따위의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그는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명료하게, 한 음 한 음 건반을 누를 뿐이다. 그가 악보를 통해, 연주를 통해 만나고픈 인물은 굴드가 아닌 바흐인 것이다.

슈타트펠트로 인해 ‘바흐의 대가는 인생의 단맛 쓴맛 다 본 노장이어야 한다’라는 선입견은 다시 한 번 무너졌다. 그의 연주에서는 젊음의 약동 못지 않게 삶의 연륜이 느껴진다. 그것은 하루 12시간의 연습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말대로, 바흐 연주가는 타고나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

“바흐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지만, 거기에 갇히고 싶지는 않다”

슈타트펠트는 바흐의 방 안에서 바흐만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의 등 뒤로는 늘 밖으로의 출입문을 두고 있다. 그 문을 열고나서는 때, 세상은 ‘굴드의 재래’가 아닌 ‘바흐의 재래, 바흐의 현신’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9월 27일(일) 8시|예술의전당 콘서트홀|문의 빈체로 02-599-5743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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