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 보내는 희망편지]우주과학자 꿈꾸는 배철윤 군

  • 입력 2009년 8월 27일 02시 54분


“美 NASA 연구원 되고 싶은데… 어떻게 공부하면 될까요”

안녕하세요. 아폴로 박사님. 저는 대전에 살고 있는 동대전중 3학년 배철윤입니다. 조경철 박사님을 만나게 되어서 무척 기뻐요. 저도 박사님처럼 우주를 사랑해요. 항공우주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인데요. 어릴 때부터 궁금한 게 많았어요. 태양은 왜 빛나는지, 별은 얼마나 먼지….

그 의문을 풀어준 게 과학이에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과학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현재 과학고 진학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 여름 더위를 참아가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그러다 문득 ‘내가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집안이 어려워 학원도 많이 다니지 못해 걱정도 됩니다. 그래서 박사님을 꼭 만나보고 싶었어요. 지금 박사님이 하신 일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고 놀랐거든요.

책을 100권 넘게 쓰셔서 너무 놀랐어요. 무엇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연구원으로 일하신 점을 동경하게 됐습니다. 저도 훌륭한 과학자가 되어서 NASA에 들어가고 싶어요. 과학고에도 꼭 합격하고요. 박사님은 어떻게 공부하셨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비결을 꼭 알려주세요! 우리나라가 우주강국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공부? 세상경험이 더 중요!”
■ 조경철 ‘아폴로박사’ 조언
“음악-미술-문학에도 관심
시야 넓혀야 큰 그릇 돼
책은 생각의 최고선생님”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들어갈 정도로 뛰어난 과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공부 너무 많이 하지 마!” 조경철 박사(80)는 호통치듯 말했다. 배철윤 군(15)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철윤아. 당장의 성적에 연연하기보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세상을 온몸으로 느껴야 해.”

1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조 박사 연구실. 대전에서 KTX를 타고 올라온 배 군을 조 박사는 반갑게 맞았다. 천문학자 1세대로 유명한 그는 NASA 연구원으로 일하다 1968년 귀국해 한국 과학기술정보센터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아폴로 박사란 별명은 1969년 아폴로11호 달 착륙 때 현장 상황을 동시통역한 그의 모습이 TV로 중계되면서 생겼다.

거침없는 입담으로 유명한 아폴로 박사의 예상 밖 답변에 배 군은 당황한 듯 보였다. 그가 혼잣말로 “물리나 지구과학 공부하는 법을 설명하실 줄 알았는데…”라고 중얼거리자 고령으로 다리가 불편한 조 박사는 벌떡 일어나 연구실 한쪽에 놓여 있는 그림 앞으로 걸어갔다.

“내가 그린 그림이야. 중학교 때는 화가가 되고 싶었어. 한때는 철학에 관심이 많아 철학서를 끼고 살았지. 정치학도 공부했어. 한 가지에 몰두하면 시야가 좁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음악, 미술, 인문학 다 관심을 가져봐. 너의 그릇이 넓어질 거야.”

중3인 배 군은 과학고 진학을 준비 중이다. 중학교 1, 2학년 때 대전교육과학연구원에서 과학 교육을 받아 과학고 특별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집안 살림이 넉넉지 않아 남들처럼 원하는 만큼 과학고 입시 학원에 다닐 수 없는 형편이다. 배 군 가정은 기초생활수급자이고 누나는 지적장애(1급)를 앓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도 배 군은 전교 1, 2등을 다툴 정도로 실력이 있다.

조 박사는 “나도 미국 유학시절 돈이 없어서 편의점, 식당 청소를 했지.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단다”라고 말했다. 유학 얘기가 나오자 배 군은 “NASA에 어떻게 들어갔어요”라고 물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 시절 정치학을 전공했는데 어느 날 스승인 고 이원철 박사(한국 최초 이학박사)에게서 ‘천문학을 해보라’는 편지가 왔어. 고민 끝에 천문학을 공부하기로 했지. 별과 지구의 거리를 재는 공식이 신비로웠거든. 천문학은 당시에 파리만 날리는 학문이었는데 1957년 소련이 인공위성 1호를 날리면서 상황이 급변했어. 이어 미국이 1958년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며 천문학 열풍이 불어 인기 학문이 됐지(웃음). 연구원 수요가 늘면서 NASA에서 일하게 됐단다.”

“과학자가 되면 꼭 우주에 대해 연구하고 싶어요. 로켓도 만들어 하늘로 보내고…. 외계인의 존재도 알 수 있겠죠?”

조 박사는 배 군과 헤어지며 자서전 ‘과학자 조경철 별과 살아온 인생’을 선물했다. 항상 책을 가까이하며 180여 권의 저서를 집필한 그는 “책은 스스로 사유하는 힘을 길러주는 최고의 선생님”이라고 강조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박사님처럼 되면 많은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고 싶어요.”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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