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팬텀 씨]Q:무용수, 회전할때 어지럽지 않은지…

  • 입력 2009년 7월 23일 03시 16분


―발레리나가 회전할 때 어지럽지 않은지 궁금합니다.(박보윤·26·대구 수성구)

A: 현기증 안나게 허공의 가상점 시선 고정

돌고 돌고 또 돌고….

보는 것만으로도 어질어질한 무용수의 회전은 영어로는 ‘턴(turn)’, 프랑스어로는 ‘피루에트(Pirouette)’라 부릅니다. 회전 동작은 종류도 다양한데요. 남자 무용수에게 회전의 기본 동작은 ‘투르앙레르(Tours en L'Air)’라고 합니다. 공중에서 두 바퀴를 도는 전형적인 회전 동작을 떠올리면 되죠. 발레리노의 기본을 가늠하는 동작이에요.

여자 무용수에게 회전의 기본은 32바퀴를 도는 ‘푸에테(Fouett´e)’입니다. 대부분의 푸에테는 공연 막바지에 나오는데요. 이는 지쳐 있는 상태에서 푸에테를 얼마큼 제대로 하느냐가 발레리나의 실력을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한 바퀴씩 나눠서 도는 푸에테는 ‘싱글 턴’, 두 바퀴씩 나눠 도는 건 ‘더블 턴’이라고 불러요.

발레 작품에서 화려한 회전 동작 중 하나는 ‘돈키호테’ 여주인공 키트리의 푸에테를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가 내한공연했을 때, ‘미스 터너’라는 별명의 수석무용수 질리언 머피가 더블 턴, 트리플 턴을 섞어 무려 48바퀴나 돌았다고 합니다.

한자리에서 착지 없이 연속해서 도는 피루에트의 한계는 몇 바퀴일까요. 유니버설발레단(UBT)의 문훈숙 단장에 따르면 남자는 8바퀴, 여자는 6바퀴라고 합니다. 남자보다 여자의 회전수가 적은 것은 다름 아닌 체형이 달라서입니다. 팽이형의 남자보다 항아리형의 여자 신체가 공기의 저항을 더 받기 때문이죠. 그래서 유명 발레리노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영화 ‘백야’에서 선보인 11바퀴의 피루에트는 발레리노들에게 전설로 불립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엄재용 씨는 이 정도의 피루에트를 하기 위해서는 “탄성과 함께 중심을 잃지 않도록 연습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난도가 높은 회전 동작으로는 회전 고리라는 뜻의 ‘셰네(Cha^in´es)’를 들 수 있습니다. 회전하면서 일직선으로 이동하는 동작으로 ‘라 바야데르’에 등장하는 황금신상의 회전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렇다면 무용수들은 어지러움을 참고 회전을 하는 걸까요, 어지럽지 않게 회전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걸까요. 정답은 후자입니다. 세종대 무용과 장선희 교수는 ‘스포팅(Spotting)’이 비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허공에 자신만의 점을 찍어놓고 시선은 계속 그곳에 고정하는 것이죠. 돌 때마다 최대한 머리를 빨리 돌려서 초점을 유지하는 것이 어지러움을 막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주원 씨의 표현대로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되는 것”이죠. 이 밖에 토슈즈도 회전을 도와줍니다. 토슈즈가 없었더라면 종아리 근육이 쉽게 뭉쳐 이렇게까지 돌 수 없었을 겁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씨가 대답해 드립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