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민족주의는 反帝에 집착… 상호의존성 봐야”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45분


“아시아 민족주의는 反帝에 집착

교역관계 따른 상호의존성 봐야”

싱가포르국립대 두아라 교수

“아시아는 ‘물질적 행위(material practice)’를 중심으로 개념을 재구성해야 합니다. 제국주의와의 관계 등 이데올로기 차원이 아니라 지역과 지역 사이에서 일어났던 물적 교류를 기반으로 그 의미를 새로 찾아야 합니다.”

싱가포르국립대의 인문학과 사회과학 연구를 총괄하는 프라센짓 두아라 교수(사진)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민족주의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인도 태생으로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90∼2008년 시카고대 역사학과 교수를 지내다 지난해 7월 싱가포르국립대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주최로 20∼23일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열리는 ‘트랜스내셔널의 지도 그리기’란 주제의 역사학 국제학술회의에서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19일 내한했다.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선 학문을 강조하는 연구자들이 서로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이번 학술회의에서 21일 그가 발표하는 논문은 ‘아시아의 귀환(Asia Redux): 지난 세기 한 개념의 역사’다. ‘아시아의 귀환’이 뭐냐고 묻자 ‘물질적 행위’로 시작했다.

“싱가포르가 아시아 금융의 허브 역할을 하듯 12세기 말라카는 교역 중심지였습니다. 중국과 인도 등 여러 지역의 상인들이 와서 교역했지요. 서구 제국주의 침략 이후 각국의 민족주의자들은 아시아라는 개념과 관련해 (반제국주의) 이데올로기에만 호소했을 뿐 교역관계에 바탕을 둔 상호의존성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걸 다시 보자는 겁니다.”

그는 아시아에서 트랜스내셔널 연구의 의미 있는 사례로 대중문화 전파를 들었다. 드라마와 영화를 비롯한 한국의 대중문화,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일본의 대중문화가 아시아 여러 지역의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그들의 정체성은 민족과 국가를 중심에 뒀던 과거 세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심지어 2006년에는 상하이 시가 마오쩌둥과 난징대학살 등 이데올로기적 내용을 거의 다루지 않고 금융시장을 비롯한 초국가적 주제를 다룬 역사교과서를 내놓지 않았습니까. 비록 1년 만에 사용이 금지됐지만….”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한 그는 민족주의가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요소로서 필요하지만 여전히 ‘감정적’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5년 전과 비교해 감정적 민족주의 측면이 줄어든 것 같다”며 “5년 전에는 통일에 감정적으로 접근했는데 지금은 훨씬 냉정하게 바라보고 통일의 조건을 살피는 듯하다”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