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글쓸 때만 행복했노라”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01분


원재훈 시인, 문인 21명 인터뷰 모음집 출간

수업시간에 교과서 대신 ‘책’을 읽다 선생님에게 얻어맞고, 시 쓰다가 ‘폼 잡지 말라’는 친구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던 소설가 윤대녕 씨의 학창시절. 라면박스 4개분 정도 되는 습작품을 불태워버리는 통과의례를 겪기도 했던 그는 “그때는 오직 글 쓰고 책 읽는 동안만 행복했다”고 말한다.

원재훈 시인이 윤 씨를 비롯해 정현종 정호승 문태준 김용택 김선우 시인, 소설가 은희경 공지영 김연수 신경숙 박상우 씨 등 21인의 작가를 인터뷰한 글을 모아 ‘나는 오직 글 쓰고 책 읽는 동안만 행복했다’(예담)를 펴냈다. 2007년부터 2년간 월간 ‘신동아’에 연재됐던 것으로 제목은 인터뷰 중 윤 씨가 한 말에서 따왔다.

문단의 대표 작가로 선 이들의 인생행로와 문학관뿐 아니라 작가들의 술버릇, 실수담과 슬럼프, 성장과정 중의 에피소드가 다채롭게 녹아 있다. 전북 고창군 고창읍에서 자란 소설가 은희경 씨는 어린시절 시골아이답지 않은 옷차림 때문에 친구들의 질투로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 그는 소설을 쓰다가 따돌림 당하는 주인공이 등장할 때마다 ‘그때 상처가 컸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조경란 작가는 대학시절 ‘간첩’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뒤늦게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해 습작에 몰두했던 그는 골방 패션에서 벗어나지 못해 한여름에도 긴소매 옷을 입고 다니고 동기들의 농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촌스러운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시 세계에 불교적인 영향이 엿보이는 시인 문태준 씨는 중학교 2학년 때 병명을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긴 경험이 있다고 한다. 죽을 뻔한 체험을 겪고 살아난 그때 경험 때문에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슬럼프를 겪다가 소설 ‘별들의 들판’을 완성하며 간신히 다시 글을 쓰게 된 소설가 공지영 씨 이야기, 알코올의존증으로 정신병동에 입원해 장편소설 ‘별까지 우리가’를 썼던 소설가 윤후명 씨의 일화도 실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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