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마지막 어른인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 절차가 20일 오후 하관예절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그의 육신은 볼 수 없지만 그가 남긴 뜻은 시민들의 가슴 속에서 오롯이 부활하고 있다. 김 추기경의 선종부터 하관예절까지 92시간을 숫자로 정리했다.
0=김 추기경의 빈소에 화환은 0개, 조의금도 0원이었다. 천주교 장례위원회는 장례를 검소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게 치르라는 김 추기경의 당부대로 화환을 받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화환도 돌려보냈다. 빈소에는 추기경의 영정과 1970년 받은 국민훈장만 놓였다.
1=김 추기경의 관에 넣은 하나의 부장품인 나무 묵주. 당초엔 추기경 반지와 모관 등도 거론됐지만 결국 간소한 장례를 강조한 고인의 뜻에 따라 나무 묵주 하나만 손에 끼웠다.
2=김 추기경이 기증한 각막. 추기경은 1990년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통해 각막 기증을 서약했다. 추기경의 각막은 선종 직후에 적출됐으며 17일 70대 노인 2명에게 새로운 빛을 찾아주는 데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까지 나눔을 실천한 추기경의 사랑은 들불처럼 번져 19일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는 장기기증 신청이 700건이 넘기도 했다.
4.6=경기 용인시 천주교 서울대교구 성직자묘역에 마련된 추기경 묘의 크기는 일반 사제의 것과 똑같이 가로 164cm, 세로 281cm로 면적 4.6m²에 불과하다. 묘는 노기남 대주교의 봉분 옆에 마련됐다.
19.2=20일 오전 10시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생중계한 김 추기경 장례미사의 시청률은 19.2%(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서울 기준)로 평소 이 시간대 평균 시청률 14.8%보다 4.4%포인트 높았다.
21=서울에 대사관을 둔 96개국 중 21개국이 조문 사절을 보냈다.
217=장례위원회가 발급한 취재용 프레스 카드. 추기경의 선종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반영해 취재기자들이 몰려들었다.
501=서울 명동성당에 사람이 몰리면서 화장실 수도 등 물 사용량이 하루 평균 160∼170t씩 총 501t에 달했다.
800=하루 평균 800여 명의 평신도가 빈소를 찾은 사람들을 안내하고 근조 리본을 나눠주며 주변 정리를 하는 등 자원봉사에 나섰다. 서울대교구 소속 신부 수녀 신학생 등 1300여 명도 명동성당을 찾아 일을 도왔다.
2000=김 추기경에 대한 추모 행렬은 명동성당 옆 가톨릭회관을 지나 지하철 명동역까지 2000m에 달했다. 그러나 새치기나 실랑이 등이 전혀 일어나지 않은 ‘평화롭고 조용하고 안정된’ 줄이었다.
20만=원하는 조문객에게 무료로 나눠준 검은 근조(謹弔) 리본 수.
38만7420=17일 이후 김 추기경을 추모하기 위해 명동성당 빈소에 조문 온 사람은 17일 9만2000여 명, 18일 14만2000여 명, 19일 15만3000여 명으로 총 38만7420명이었다. 사람들의 간격을 1인당 75cm로 잡으면 약 300km에 달하며 이는 서울에서 대구까지의 거리다. 20일 장례미사가 열린 명동성당에는 1만여 명이 왔고, 장지까지 온 사람은 2000여 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