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 인간미 겸비한 조선의 개혁군주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 지금까지 그려진 정조는

조선 22대 왕(재위 1776∼1800년) 정조는 영조의 손자이자 장조(莊祖·사도세자)의 아들이다. 이름은 산(성). 규장각을 설립하고 균역법을 실시해 세제를 개혁했으며 금난전권을 폐지해 대표적인 개혁군주로 평가된다. 2004년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정조에 비유하기도 했다.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나오는 작품들은 정조를 매력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군주로 그려왔다.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에서 정조는 자신의 목숨을 위협한 자객들을 심문하다가 “신념을 지닌 자를 죽인 폭군으로 기록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MBC 드라마 ‘이산’에서도 정조는 할아버지(영조)의 통찰력을 이어받은 가운데 인간미도 잃지 않았던 따뜻한 인물로 묘사된다. 비운의 아버지에 대한 연민 등도 부각된다.

연극 ‘이옥의 히스테리, 정조의 히스테리’에서 정조는 과거시험지에 고문이 아닌 패관잡기를 썼다는 이유로 선비를 귀양 보낸 뒤 번민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문체반정은 정조가 박지원의 열하일기 등 재미를 추구한 소품식 문체를 패관잡기라 하여 금지하고 정통 고문(古文)을 문장의 모범으로 삼게 한 조치다.

김탁환 씨의 소설 ‘열하광인’(민음사)에서도 “문장이 사람을 현혹시키는 것은 음란한 음악이나 아름다운 여색보다 심하다”며 새로운 문체를 억압한 정조의 외골수 면모를 묘사한다.

정조에 대한 관심을 대중적으로 불러온 대표작은 같은 이름의 영화로도 제작된 이인화 씨의 소설 ‘영원한 제국’(세계사)이다. 작가는 아버지를 비극적으로 여읜 운명에 대한 분노와 군주로서의 도리 사이에서 고뇌하지만 백성을 위해 진력하는 충심의 왕으로 풀어냈다.

정조는 최근 문화예술작품 속에서 다양한 이미지로 묘사되고 있으나, 이번에 발굴된 어찰로 인해 기존 정조의 군주상에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