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의 일곱 빛깔 비밀… “알고 보면 더 잘 보여요”

  • 입력 2009년 2월 7일 03시 01분


5월 15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첫 국내 단독전인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이 2일 개막한 뒤 평일에도 하루 2000명이 넘는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며 연일 성황을 이루고 있다. 주관사 문화에이치디 관계자는 “이번 주말 관객이 몰릴 것에 대비해 비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1, 2층으로 나뉘어 110여 점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에는 클림트의 대표작은 물론 세계 최초로 실물이 공개되는 작품도 포함돼 있다. 클림트전을 100배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관람 포인트를 소개한다.(도움말=김민성 큐레이터)》

① 클림트의 작업복은?… 그림 밖 패션 읽기

1층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맨 먼저 만날 수 있는 ‘전시품’이 바로 클림트가 입었던 작업복(사진)이다. 클림트는 늘 인디고블루 색깔의 길고 헐렁한 디자인의 작업복을 고집했다. 클림트와 각별했던 디자이너 에밀리 프뤼게가 디자인한 이 옷은 당시 프뤼게가 유행시킨 여성들의 펑퍼짐한 스타일의 ‘리폼 드레스’의 형태를 남성에 맞게 변형시킨 것이다. 클림트 초상화 속 여성의 패션과 화려한 클림트의 그림은 실제 패션에도 영향을 줬다. 1층에서는 모니터를 통해 클림트의 의상에서 영감을 얻은 겐조, 크리스티앙 디오르, 에르메스 등 세계 톱 디자이너의 의상을 클림트 그림과 비교하는 화면이 소개된다.

② 검열 당한 포스터

클림트가 이끈 빈 분리파 코너는 클림트가 직접 그린 작품이 아니어서인지, 다른 코너에 비해 관람객들의 발길이 짧게 머무는 곳. 하지만 이곳엔 당시 빈의 사회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 걸려 있다. ‘빈 분리파 첫 전시를 위한 포스터’(1898년). 얼핏 보면 똑같아 보이는 같은 제목의 포스터가 나란히 두 점 걸려 있다. 오른쪽에 걸린 포스터는 남성의 성기가 보이는 반면, 왼쪽 포스터는 당국의 검열에 따라 그 부분을 살짝 가려서 다시 제작한 포스터다.

③ 최초로 공개되는 클림트의 아들 초상

클림트의 사적 생활과 관련된 전시공간인 ‘클림트의 비밀’에 걸려 있는 ‘구스타프 짐머만 초상’(1902년·사진)은 이번 전시를 통해 세계에서 최초로 공개된 작품이다. 짐머만의 후손이 소장해 온 이 그림은 그동안 책을 통해서만 알려졌을 뿐 작품 실물이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초상화의 주인공인 소년은 클림트가 연인이었던 마리아 짐머만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평생 독신이었던 클림트는 여러 여인들과의 사이에서 13명의 자녀를 두었다. 구스타프 짐머만 초상 옆에는 마리아와의 사이에서 낳은 또 다른 아들로 일찍 세상을 뜬 오토 짐머만을 그리워하며 클림트가 그린 오토의 초상도 걸려 있다.

④ 에로틱 드로잉

2층에 있는 ‘에로틱 드로잉’은 노골적인 여성들의 누드로 가득하다. 두 여성의 동성애를 암시하는 듯한 누드부터, 유혹적인 몸짓과 체위의 여성 누드는 클림트의 개인적인 작업들.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 아이들과 함께 온 관람객들에게는 코너 입구에서 안내원이 ‘누드 드로잉이 있으니 아이와 관람 시 부모 지도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일러준다.

⑤ 34.14m 거대한 벽화 ‘베토벤 프리즈’

1층에 전시된 ‘베토벤 프리즈’(1902년)는 클림트의 대표작 중 하나. 전시실 삼면의 벽을 아우르는 3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있으며 모두 34.14m 길이의 거대한 설치 벽화 작품이다. 1984년 오스트리아 국립 벨베데레 미술관이 원작과 똑같은 크기, 재료, 재질로 복원한 재건축이다. ‘베토벤 프리즈’의 세 섹션은 각각 ‘행복의 열망’ ‘적의 세력들’ ‘세상을 향한 입맞춤’이라는 주제 아래 이야기가 이어지는 만큼 관람 시 동선(動線)이 특히 중요하다. ‘베토벤 프리즈’ 전시실은 입구에서 정면으로 바라보는 벽 옆에 다음 전시 코너로 가는 통로가 있어 대부분 관람객들은 왼쪽과 오른쪽의 벽화를 보고 정면 벽화를 마지막에 관람하게 되지만, 제대로 이야기를 따라 보기 위해서는 왼쪽→정면→오른쪽 순으로 보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⑥ 습작 vs 완성작

클림트는 작품을 위한 습작 드로잉을 많이 남겼다. 전시에는 습작 드로잉과 완성된 작품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작품 관련 드로잉을 나란히 전시했다. 특히 ‘요하나 슈타우데 초상’(1917년)은 드로잉과 실제 그림이 거의 똑같다. ‘베이비’ ‘의학’ ‘베토벤 프리즈’ 등 완성된 작품 속에서 습작 드로잉의 흔적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⑦ 그림과 조화 이룬 액자도 놓치지 말자

제대로 감상하려면 그림뿐 아니라 그림을 감싸고 있는 액자까지 눈여겨봐야 한다. 클림트는 그림을 그릴 때 액자까지 염두에 둘 만큼 섬세하게 액자와 그림의 조화를 고려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의학’(1898년)이다. 도발적인 주제와 여성 누드로 당대 논란이 불러일으키며 클림트가 전시장에서 작품을 철수까지 해야했던 이 유화는 벽화를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이 때문에 클림트는 이 유화가 벽화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액자를 마치 기둥의 느낌이 나도록 양옆을 두껍게 제작했다. 대표작 ‘유디트’(사진)도 액자를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 유디트 액자에는 제목이 적혀있는데 이 글씨체는 빈 분리파의 타이포그래피(글씨체)와 똑같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강민정(24·이화여대 광고홍보학과 4학년) 김보람(23·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 관람 예절, 이것만은 꼭 지키세요 ▼

[1] 사진 촬영, 특히 카메라 플래시는 작품을 손상시키므로 금물. 특히 ‘베이비’ 같은 작품은 액자에 유리도 끼우지 않아 원본의 생생한 터치와 질감을 볼 수 있지만, 작품이 조명에 손상되기 쉬워 조도를 낮췄다.

[2] 음식물은 입구에 맡긴다. 커피나 물 등 마시던 음료는 전시실 입구 안내 데스크에서 맡아준다.

[3] 미술관은 창이 없고 천장이 높아 목소리가 실제보다 더 크게 들린다. 다른 사람의 관람에 방해되지 않도록 주의.

[4] 작품에 손대지 말 것. 작품은 물론, 많은 액자들도 클림트 시대에 제작된 것. 그림은 물론 액자도 만지면 안 된다.

[5] 미술관에서 작품은 배치된 순서대로 따라가며 보는 것이 감상하는 데도 좋을 뿐 아니라 다른 관람객에 대한 예의. 북적이는 전시실에서 다른 관람객과 반대 방향으로 관람하지 않도록 한다.


▲ 동아닷컴 박태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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